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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환불 통장에 적힌 ‘경찰서로 가세요’…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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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신차려'

'경찰서로가세요'


피해자에게 하는 이 '조언'. 하지만 이 조언이 환불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내 통장에 찍혀있다면, 어떨까요? 아마 판매자가 환불은 안 해주고 나를 놀리는건가 싶은 생각이 드실 겁니다. 저희 KBS에도 이 같은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사기 피해를 당했는데, 판매자가 환불해주지 않고 조롱을 했다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조롱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취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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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수량 현금특가 할인 이벤트" 라더니…


지난 14일 한 지역 맘카페에 게시글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TV·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한정수량에 한해 현금가로 할인 판매한다는 글이었습니다. 마침 가전제품을 사려고 살펴보던 30대 여성 하 모 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판매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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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던 하 씨는 울산에 있는 매장까지 가기 어려워 택배로 물건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한정수량이어서 30분 만에 결제해야 한다는 말에 하 씨는 서둘러 판매자의 계좌로 156만 원을 송금했습니다.


환불해준다더니…사기꾼의 황당한 메시지


메시지를 보내면 바로바로 '답장'을 하던 판매자는 그때부터 답장이 느려지기 시작했지만, 저렴하게 물건을 샀다는 마음에 하 씨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하 씨는 배송을 기다리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가전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링크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도리어 하 씨에게 사기가 아닌지 의심해보라고 조언을 했습니다.


하 씨는 그제야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특히 판매자의 태도가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하 씨에게서 소개를 받은 지인의 구매 문의 카톡에는 판매자가 '칼같이' 답변을 했지만, '배송 일자에 맞춰 설치를 해 주는 거냐'는 하 씨의 질문에는 답장이 안 왔던 겁니다. 하 씨는 의도적으로 연락을 피한다는 생각에 환불을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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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끌던 판매자는 몇 시간 뒤 환불했다며 통장을 확인하라고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계좌를 확인해 본 하 씨는 황당했다고 합니다.


계좌에는 모두 10차례에 걸쳐 1원씩 입금됐습니다. 그런데 돈을 이체한 입금자명이 '하○○정신차려' '이체알바는사기' '경찰서로가세요' '재택알바위장한' '돈세탁하는중'이라고 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기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사기꾼이 입금자명으로 조롱까지 했다는 사실에 하 씨는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하 씨는 결국 지난 16일 판매자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고, 현재 충북의 한 경찰서에서 판매자를 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메시지, 조롱이 아니었습니다. 하 씨처럼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하 씨에게 남긴 조언이었습니다. 알고보니 하 씨가 입금을 한 계좌는 도용당한 계좌였던 겁니다. 하 씨처럼 인터넷 사기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또 다른 구매자인 척 판매자에게 접근해, 하 씨의 계좌를 알아내서 '당신도 계좌 도용의 피해자가 되었으니 경찰에 신고하라'는 의미로 피해를 알린 겁니다.


하 씨는 인터넷 쇼핑보다도 가전제품 값이 30만 원가량이나 싸, 맘카페에 나온 링크를 클릭했다고 합니다. 링크를 누른 뒤에는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로 연결됐고, 잘 받았다는 내용의 댓글도 백여 개나 달려 있어서 사기일 줄은 꿈도 못 꿨다고 합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온라인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선 우선 거래 시 판매자 본인 명의의 계좌인지를 확인하거나, 경찰청 '사이버캅' 앱이나 사이버안전국 홈페이지(cyberbureau.police.go.kr)를 통해 판매자의 전화번호와 계좌번호를 검색하고, 사기 피해 신고 이력이 있는지 확인할 것을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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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주 기자 (khj@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