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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취재후

이 와중에 ‘동유럽 출장’ 간 의장님들에게 모닝콜을 드렸습니다

byKBS

KBS

'리더십 역량강화'…동유럽으로 출장 간 의장님들 보도 이후


"생각이 없는 것도 정도 것이지, 관광시켜주려고 세금 내는 줄 아나?"

"리더십 역량강화 ㅋㅋㅋ"

"전화해서 욕이라도 해주고 싶네. 에라"


KBS는 그제(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으로 온 국민이 비상인 이 시기, '리더십 역량강화'를 목적으로 동유럽 3개국으로 국외출장을 떠난 충청남도 기초의회 의장들과 관련해 보도했습니다.


일정표에 나와 있는 연수 계획의 대부분은 동유럽패키지에서 볼 수 있는 여행 일정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해외 출장비용 1억 원은 주민들 세금으로 충당됐습니다. 보도 이후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카페 등에는 수백 개씩 비판 댓글이 달렸고, 기초의장들이 현지에서 쓴 비용을 모두 반납하고 해외연수를 없애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하루도 안 돼 천 명 넘게 동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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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최소한 '사과 입장'은 낼 줄 알았는데….

의장님들, 너무 멀리 떠나셨던 걸까요? 아니면 민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까요? 비판 여론이 거센데도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주민들에 대한 사과든, 변명이든 입을 꾹 다물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30일) 다시 전화했습니다. 13명의 충남 기초의장님들은 현재 오스트리아에 있습니다. 8시간의 시차를 고려해 한국시각으로 오후 3시, 오스트리아 현지시각으로는 오전 7시에 '모닝콜'을 드렸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13명 가운데 전화를 받은 의장님은 단 1명에 불과했습니다. 공주시 박병수 의장으로 이마저도 36초의 짧은 통화로 끝났습니다. 박 의장은 "지금 오스트리아에 연수를 왔고, 보도는 못 봤지만, 얘기는 들었다"라면서 "지금 아침 식사 중이니 밥 먹고 통화하자"라고 말했습니다.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할 것인지 묻자 '뚝' 전화를 끊었습니다. 박 의장의 목소리 뒤편으로는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배경음처럼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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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장 외에 12명은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입장을 묻는 문자에도 답장이 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해외 로밍'을 안내하는 연결음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의장님의 통화연결음에서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군민의 행복과 지역발전을 위해 매일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씁쓸했습니다.


일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돌아온 뒤에 지역 발전을 위해 출장 내용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는 13명의 기초의장들. 지역 주민을 대표한다기에는 최소한의 책임의식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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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회 전반기 다섯 달 뒤 종료...그럼에도 감시의 끈 놓지 말아야

현재 시군구 기초의회는 올 6월까지 전반기 의회를 마무리 짓습니다. 이후부터는 후반기 의회가 시작됩니다. 의장도 바뀝니다. 동유럽으로 역량 강화를 떠난 의장님들, 다섯 달 뒤에는 의장에서 내려오게 됩니다. 기초의회가 지역 행정을 감시·감독하지 못하고, 주민 목소리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한다면 누가 할까요? 지역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은 지역 정치인들이 유발한 측면이 크지만, 그럼에도 결국 주민들이 감시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누리꾼들은 13명의 명단을 공개해달라고 했고, 이는 조금만 찾아보면 알 수 있는 정보입니다. 다만, 기자의 역할은 정보를 찾는 수고로움을 줄여주는 것인 만큼, 13명의 명단을 소속 정당과 함께 공개합니다.


*동유럽 리더십 역량강화 국외출장 기초의장 명단*

(충청남도 15개 시·군 가운데 천안시, 금산군은 제외. 가나다 순서)

공주시 박병수(민주당), 계룡시 박춘엽(민주당), 논산시 김진호(민주당), 당진시 김기재(민주당), 보령시 박금순(한국당), 부여군 송복섭(민주당), 서산시 임재관(민주당), 서천군 조동준(민주당), 아산시 김영애(민주당), 예산군 이승구(한국당), 청양군 구기수(한국당), 태안군 김기두(민주당), 홍성군 김헌수(한국당)

오대성 기자 (ohwhy@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