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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올 노벨 문학상의 영예는 누구에게?

by경향신문

대륙별 장르별 안배하는 성향 고려 땐 시옹오, 무라카미, 애트우드 가능성

올 노벨 문학상의 영예는 누구에게?

노벨 문학상은 후보자를 따로 발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자’가 언급되는 이유는 영국의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에서 수상자를 두고 내기를 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은 래드브록스에서도 유력 후보로 예측됐다.

 

올해 래드브록스에서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힌 이는 배당률 4 대 1인 케냐의 소설가 응구기 와 시옹오(79)다. 시옹오는 영국 유학 시절 발표한 장편 데뷔작 <울지마, 아이야>(1964)를 시작으로, 대표작 <한 톨의 밀알>(1967)을 출간하면서 세계적 작가로 발돋움했다. 정치적 탄압으로 조국에서 투옥되기도 한 그는 1982년 미국으로 망명해 교수와 작가로서의 생활을 이어갔다. 시옹오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2016년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했고, 한국에도 수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국내에는 <한 톨의 밀알>(은행나무) <십자가 위의 악마>(창비) <피의 꽃잎들>(민음사) 등 대표작들이 번역돼 있다. 이진희 은행나무 편집주간은 “식민지 경험을 바탕으로 반제국주의적 문학세계를 펼쳐온 시옹오의 소설은 한국 독자들의 감수성과도 잘 맞는다”고 말했다.

올 노벨 문학상의 영예는 누구에게?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이는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8)다. 무라카미의 올해 배당률은 5 대 1이다. 무라카미의 초창기 작품 세계는 다소 가볍고 개인적으로 여겨져왔으나, 옴진리교 사건을 다룬 르포집 <언더그라운드>(1997·문학동네)와 장편 <해변의 카프카>(2002·문학사상) 이후엔 좀 더 철학적이고 무거운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2006년 카프카상, 2009년 예루살렘상을 받으며 조금씩 문학성을 인정받아왔다.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문학동네)에선 일본의 난징대학살을 끌어들이는 등 사회·역사적 이슈까지 다뤘다.

올 노벨 문학상의 영예는 누구에게?

배당률 6 대 1의 마거릿 애트우드(78)는 올해 급부상한 다크호스다. 캐나다 출신의 애트우드는 시, 소설, 문학평론, 에세이 등에서 고른 저작을 선보였다. 부커상, 카프카상과 함께 과학소설에 돌아가는 아서 C 클라크상까지 받았다. 대표작은 올해 텔레비전 시리즈로도 제작돼 화제를 모은 <시녀 이야기>(1985·황금가지)다.

 

기독교 근본주의 정권이 들어선 가상의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여성이 출산하는 노예처럼 취급되는 세상을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집권, 페미니즘의 물결을 고려하면 가장 시의에 맞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의 소설가 아모스 오즈, 이탈리아의 작가 클라우디오 마그리스, 스페인 작가 하비에르 마리아스는 배당률 10 대 1이다.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 미국 작가 돈 드릴로, 중국 작가 옌렌커도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한국의 고은 시인은 배당률 16 대 1이다.

 

최근 5년간 수상자를 보면 2012년 모옌(중국·소설), 2013년 앨리스 먼로(캐나다·소설), 2014년 파트리크 모디아노(프랑스·소설), 2015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벨라루스·논픽션), 2016년 밥 딜런(미국·시) 순이다. 노벨 문학상은 대륙별, 장르별로 수상자를 안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러한 성향을 고려하면 올해는 역시 시옹오, 무라카미, 애트우드 중 한 명이 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