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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하고 싶은데…방어가 더 급한 한국당

by경향신문

공수 바뀐 국정감사 예고

공격하고 싶은데…방어가 더 급한 한국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야당=공세, 여당=수비’라는 ‘국감의 법칙’이 깨지고 있다.

 

국감 전초전부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정조준하며 강공에 나서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정치보복’이라고 반박하는 등 공수가 뒤바뀐 모습이다. 한국당은 출범 150일이 채 안된 문재인 정부 국정 실책을 찾아 공격하는 동시에 여당 공세를 방어해야 하는 이중고를 안게 됐다.

 

국정감사는 통상 ‘야당의 무대’로 여겨지지만, 국감(10월12~31일)을 2주 앞둔 28일 국회 풍경은 이와는 사뭇 달랐다.

 

이미 ‘MB 국감’ 모드로 전환한 민주당은 이날 당 소속 적폐청산위원회를 통해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문건들을 공개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명박 정부의 국가기관 선거개입, 문화계 블랙리스트, 공영방송 장악 의혹이 박근혜 정부로 이어졌다고 보고 국감에서도 당력을 집중해 파고들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속에 출범한 만큼, 국감을 ‘적폐청산의 장’으로 삼아 국정과제 추진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례적인 여당의 공격적 접근법은 국감의 시선을 현 정부에서 이전 정부로 옮기는 방어 전략이기도 하다.

 

난감해진 쪽은 한국당이다. 여권이 연일 굵직한 자료공개로 ‘MB 국감’ 굳히기에 나서면서, ‘야당 몫’이던 전초전의 스포트라이트는 이미 빼앗겼다.

 

문재인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과 대북정책 등을 집중 비판하고 있지만, 충분한 여론의 동력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날마다 터져 나오는 이명박 정부 비리 의혹 방어에까지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당은 결국 ‘국감 핵심 어젠다’를 두고 고심한 끝에 “원조적폐” “신적폐” 프레임으로 대응키로 했다. 여당의 이명박·박근혜 정부 공격에 김대중·노무현 정부 공격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것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터무니없는 여당의 공격에 더 강한 공격으로 맞서겠다”며 “당내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다루는 ‘원조적폐’ 관련 TF와 현 정부 문제를 다루는 ‘신적폐’ 관련 TF를 구성해 국감에서 이 두 축을 중점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원조적폐’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수백억달러 대북지원, 노무현 정부 세금폭탄, 기자실 폐쇄, 좌파정권 전직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등을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뇌물 수수 의혹과 문 대통령 아들의 특혜 취업 의혹에 대해선 특검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같은 대응에는 사안을 ‘진영 대결’ 프레임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추진하는 노무현 정부 특검이 성사되거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새로운 자료가 공개될 가능성이 낮다는 데 비춰봐도 ‘방어성 정치공세’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어느 경우든 국감 초점이 이전 정부에 맞춰지면서 ‘문재인 정부 없는 문재인 정부 국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