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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경북 포항

굽이굽이 호미곶 둘레길, 걷다보면 절경에 ‘탄성’…여기 철강도시 맞나요?

by경향신문

포항의 별미 과메기.

굽이굽이 호미곶 둘레길, 걷다보면 절

포항시 호미곶을 포함한 58㎞의 호미반도 둘레길이 두 달 전 생겼다. 기암절벽 아래 새로 생긴 나무데크길 옆으로 하얗게 파도가 부서지고 있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 하면, 흔히 포스코를 떠올려 철강도시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포항은 관광산업에도 꽤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한반도 최동단 호미곶을 따라 바닷가 어촌마을을 걷는 길이 생겼다. 옛 도심 철로는 추억과 낭만을 더듬는 여행지로 바뀌고 있다.

호미곶 바닷길을 걷다

“두 달 전 한반도 최동단을 걷는 58㎞의 호미반도 둘레길이 열렸습니다.” 포항시 문화해설사 이순영씨는 “연오랑 세오녀, 선바우, 구룡소, 호미길 등 4개 코스의 둘레길이 있는데 쉬지 않고 걸으면 5시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호미곶은 조선 명종 때 풍수지리학자인 격암 남사고가 <산수비경>에서 한반도를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형상에 비유하며 백두산은 호랑이 머리 중의 코, 호미반도는 호랑이 꼬리에 해당해 천하의 명당이라고 기록한 곳이다.

 

고산자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그릴 때 호미곶과 죽변 용추곶을 놓고 각각 일곱 번이나 답사한 뒤 호미곶을 최동단으로 정했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지리>에서 대한10경 중의 하나로 호미곶 일출을 꼽았다.

굽이굽이 호미곶 둘레길, 걷다보면 절

호미곶의 상징이 된 ‘상생의 손’. 포항시 제공

호미곶은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붐볐다. 떠오르는 태양을 움켜쥐려는 육중하고 커다란 상생의 손, 한반도 호랑이 조형물 앞에는 인증샷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바다 조망이 가장 아름답다는 입암리로 향했다. 겨울 파도를 안고 구불구불 해안도로를 달리다보면 모래사장이 드넓은 흥환 간이해수욕장이 나타난다. 하선대 마을을 지날 무렵 안내표지판이 나왔다. 차 한 대가 오갈 만한 골목을 따라 100m쯤 내려가면 입암리 어촌마을이다. 집집마다 마당 가득 별미 ‘과메기’를 말리고 있었다. 과메기 하면 포항의 구룡포가 유명하다. 지금은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지만 1960년대까지만 해도 청어를 대나무짝에 걸어 말렸다. 비릿하면서도 쫀득한 과메기의 맛은 포항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한다. 최적의 해풍과 일조량, 습도 등으로 포항에서만 절묘한 과메기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원래는 길이 없었어요. 옆마을에 가려면 큰길까지 나가야 했는데, 새롭게 나무데크를 깔아 산책로를 만들었어요. 마을과 마을이 바닷길로 연결됐습니다.” 강득갑 입암2리 이장은 “검등바위, 구멍바위, 먹바위, 힌디기 등 지질학적으로 뛰어난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산책로가 생겼다”면서 “바위 색깔도 모양도 전부 특이한 절경 중의 절경”이라고 자랑했다.

 

나무데크길을 따라 바닷가로 나갔다. 호미반도길에서는 멀리 철강산업의 메카 포스코가 한눈에 들어왔다. 해 질 무렵인데도 바다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맑았다.

포항 도심 철로를 걷다

입암리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2만5000평의 ‘연오랑 세오녀 테마공원’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연오랑·세오녀는 신라 제8대 아달라왕 4년(157)부터 전해오는 <삼국유사>에 수록된 설화다. 동해에 살던 연오랑·세오녀 부부가 일본으로 건너가자 해와 달이 사라졌고 세오녀가 짠 비단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낸 뒤 빛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다. 테마공원에는 인공암벽과 방지연못, 거북바위, 일월대, 초가집 신라마을 등이 들어서 있었다. 오는 2월 문을 예정이다.

 

“영일만도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영일만은 중국 지린성 등 동북 3성,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연해주, 일본 니가타 등을 연결하는 거점입니다. 정기 크루즈선과 페리 등 관광산업 경쟁력을 위해 국제여객부두, 대형 크루즈 전용부두를 갖췄습니다.” 포항시 향토사학자 황인씨는 “울릉도·독도 해양관광과 경주·안동 등 신라, 유교문화권 경북 내륙 관광을 연계하는 해양관광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여객터미널은 4명이 동시에 입출국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4개월 전 확장공사를 마쳤다. 부두는 10만t 규모의 크루즈선이 접안할 수 있다고 한다.

굽이굽이 호미곶 둘레길, 걷다보면 절

폐쇄된 철로에 조성한 도심 숲공원. 포항시 제공

포항은 해방 이전에는 오징어잡이로 유명한 어촌이었다. 1960년대 후반 포항종합제철소(지금의 포스코)가 들어서면서 철강산업도시로 변신했다. 포항이 위축된 것은 2000년대 들면서다. 중국 등과의 철강산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포스코가 첨단 공법과 자동화를 앞세우면서 차츰 일자리가 줄었다. 철강 부품 계열사와 하청업체도 영향을 받았다. 포항시는 관광산업에 주목했다.

 

1918년 생긴 옛 포항역~효자역 간 4.3㎞ 폐철로는 도심 공원으로 변신 중이다. 동해 남부선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였던 이 철로는 화물과 통근 열차가 100년 가까이 달렸지만 2015년 포항~서울 KTX가 개통되면서 폐쇄됐다. 최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중인 폐철로에는 자그마한 갤러리는 물론 인공폭포, 물의 공원, 증기기관차 도서관 등이 들어서고 있었다. 왕벚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메타세쿼이아 등을 주변에 심었다.

 

돌아오는 길, 최근 지진의 아픔을 겪고 있는 포항이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포항시민들은 무술년 새 희망을 담아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포항은 다시 일어납니다”라며 전 국민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보냈다.

해풍에 말려낸 별미 과메기…씹을 때마다 바다내음 가득

굽이굽이 호미곶 둘레길, 걷다보면 절

‘오대양물회’(054-244-7164)는 당일 잡은 싱싱한 횟감을 내놓는, 토박이들이 많이 찾는 집이다. 해물(전복, 멍게, 해삼)과 채소를 넣은 물회가 인기다. 양도 푸짐하다. 생선구이와 된장찌개도 함께 나온다. 물회특미(도다리+해삼+전복) 2만원, 잡어특미(잡어+해삼+전복) 1만7000원, 잡어일반 1만3000원.

 

‘해구식당’(054-247-5801)은 40년 이상 된 과메기 전문점. 하루 판매량이 한정돼 있어 서둘러야만 맛볼 수 있다. 사전 택배로 주문하거나 포장판매도 가능하다. 과메기 1세트 2인분만 판다. 2만원.

 

‘유화초전복죽’(054-247-8243)은 30년 된 전복죽 전문점. 음식점 주인 이름이 유화초다. 전복죽 상표등록까지 마쳤을 정도. 죽 위에 전복을 큼지막하게 썰어 내는데 고소하면서도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전복물회 3만원, 일반전복죽 1만5000원.

 

‘새포항물회’(054-241-2087)는 30년째 물회만 판다. 물회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3단계로 안내하는데 재미있다. 물 없이 비빔회를 먹다가 물을 반컵 정도 넣고 회를 맛본 다음 밥을 식혀 초장과 회덮밥으로 비벼 먹는 게 맛있게 먹는 법이란다. 3년 이상 자연숙성한 고추장을 사용한다. 모둠·전복물회 2만원, 포항물회 1만4000원.

 

호미곶에 있는 ‘월녀의 해물포차’(010-5955-8288)는 해물모둠을 시키면 멍게, 해삼, 개불, 참소라, 전복소라, 뿔소라, 산낙지, 문어 등이 한상 가득 나온다. 칼국수 국물은 속까지 시원하다. 해물모둠 3만원, 해물칼국수 7000원.

 

‘구룡포 할매국수’(054-284-2213)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맛집. 구룡포 바닷바람에 말린 해풍 국수는 면발이 부드럽고 매끄러우면서도 탄력 있다. 잔치국수 3000원, 비빔국수 5000원.

 

‘양촌리 호반골 화로구이’(054-284-4112)는 100% 국내산 통돼지갈비만 쓰는 고기 전문점. 돼지갈비를 일주일 숙성해 구워낸다. 갈비를 먹기 전 숯불에 익혀 먹는 감자와 알싸한 동치미 국물 등도 훌륭하다. 후식으로 나오는 호박식혜도 별미. 돼지왕·생갈비 1인분 8000원, 왕냉면 5000원.

 

‘장기식당’(054-247-0764)은 포항 죽도시장 안에 있는 65년 전통의 한우곰탕집. 3대째 이어오는데 곰탕을 끓이는 내내 기름을 걸러내 국물이 깔끔하고 수육은 부드럽고 쫀득하다. 곰탕 1만원, 수육 3만5000원.

 

‘마케닭’(054-248-0119)은 닭껍질과 뼈가 없는 순살 찜닭을 판다. 빨간찜닭, 까만찜닭, 콩닭콩닭, 하얀찜닭 등 메뉴 이름도 특이하다. 1만8000~3만원.

 

‘대화식당’(054-241-5955)은 쌀보리밥 정식과 마약김밥으로 유명하다. 6~7가지 푸짐한 반찬에 생선구이, 된장찌개가 나오는데 정갈하다. 5000원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맛집. 정식 5000원, 마약김밥 2000원.

 

‘한계령 조개구이’(054-244-8401)는 30년 된 조개구이 전문점이다. 조개를 구울 때 껍데기에 맑은 육수를 살짝 뿌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 조개구이를 먹고 난 다음에는 매콤칼칼한 도시락 조개탕이 나오는데 술안주로 그만이다. 모둠조개구이 4만9000원, 아귀탕 1인분 1만2000원.

글·사진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