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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보수가 반대하는 한반도기, ‘보수 정권’ 노태우 때 만들었다

by경향신문

보수가 반대하는 한반도기, ‘보수 정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단 파견과 관련해 남북 실무접촉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야당이 ‘한반도기는 안 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전날 국회에서 남북 선수단이 개막식에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자 이같은 반응을 내놨다고 합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즉각 취소하고 태극기를 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했습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앞서 한반도기와 인공기를 다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홍준표 대표는 “한국은 태극기를 들고 북한은 인공기를 들든 뭘 들든 알아서 선택하게 해야 한다”면서 한반도기 반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스스로 태극기를 포기하겠다니 과연 제정신인가”라고 비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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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반응이 다소 생뚱맞게 들리는 건, 남북이 단일기를 사용한 지 이미 30년 가까이 된 데다가 단일기가 탄생한 건 보수정부인 노태우 정권 시절이기 때문입니다.

 

한반도기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을 위해 1989년 열린 남북체육회담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입니다. 보수정권인 노태우 정권 시절이죠. 남북체육회담은 1989년 3월9일에 시작돼 1990년 2월7일까지 아홉 차례 진행됐습니다. 1989년 3월9일자 경향신문 기사를 보면, 첫 회담은 이날 오전 10시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렸습니다.

 

남측의 장충식 수석대표는 선수단의 호칭은 로마자로 ‘KOREA’, 한글로 ‘남북단일팀’으로 표기하고 단기는 흰색바탕에 녹색 한반도지도를 넣고 그 아래에 로마자 ‘KOREA’로 표기하자고 제안합니다.

 

북측의 김형진 수석대표는 단일팀 명칭은 우리말로 ‘고려선수단’, 영어로 ‘KORYO’로 표기하고 단기는 흰색 바탕에 황토색 한반도지도를 그리고 그 안에 푸른색 또는 붉은색으로 ‘KORYO’라고 쓰자고 제안합니다.

 

단가와 관련해서는 양측 모두 ‘아리랑’을 사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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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회담은 애초 목표였던 베이징 아시안 게임 단일팀 구성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단일기와 단가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는 성과는 있었죠. 이후 남북간 스포츠 교류는 가속화했습니다. 1990년 10월 분단 이후 최초로 통일축구대회가 서울과 평양에서 번갈아 열렸습니다. 1991년 다시 열린 <남북체육회담>에서는 단일팀 구성에 합의합니다. 그 결과 1991년 4월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6월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남북단일팀이 출전했습니다. 세계탁구선수권 대회 이야기는 지난 2012년 하지원·배두나 주연의 영화 <코리아>로 잘 알려져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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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뒤인 1991년 5월8일에는 그해 포르투갈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구성을 위한 1차 평가전이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렸습니다. 남북 선수 모두 한반도기를 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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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 대회 장면입니다. 4월23일에 남자 단체전 북한과 호주의 경기가 열렸는데, 재일 조총련과 민단이 남북 공동응원단을 꾸려 대형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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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2002년에도 남북통일축구대회가 열렸습니다. 이영표 선수의 모습이 눈에 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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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2007년 창춘 동계 아시안게임에 이르기까지 9차례 공동 입장했고 그때마다 한반도기를 사용했습니다. 아래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사진입니다. 이 대회에서는 북한 인공기가 공식 게양되고 북한 국가도 정식으로 연주됐습니다. 북한이 젊은 여성들로 구성된 응원단을 보내 화제가 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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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남북탁구 단일팀이 구성돼 여자 단체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당시 북한 남녀 탁구선수들이 통일을 기원하며 한반도기 위에 쓴 자필 서명입니다.

보수가 반대하는 한반도기, ‘보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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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한반도기는 꾸준히 사용됐습니다. 사진으로 살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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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