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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말하자마자 상대방 언어로…‘영포자’들 설렌다

by경향신문

스마트폰 기반 통·번역 넘어 웨어러블 실시간 통역기 개발 잇달아

업체들 여행 필수품화 기대…“전문분야 통역까지는 쉽잖을 듯”

말하자마자 상대방 언어로…‘영포자’들

“언어의 장벽에 구애받지 않고 외국인과 눈을 맞추며 대화할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습니다.”

 

웨어러블 통역기 ‘일리(ili)’를 만든 일본의 스타트업 ‘로그바’의 요시다 다쿠로 대표는 22일 한국 출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일리는 최단 0.2초의 초고속 번역과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통역이 되는 간편함이 특징이다. 요시다 대표는 “스마트폰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보다 빠르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기능은 아직 제한적이다. 사용자가 말하는 한국어를 영·일어로 번역할 수 있을 뿐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을 한국어로 번역해주지는 않는다. 일방적 의사전달은 가능하지만 소통하기엔 역부족이다. 인터넷 연결 없이 사용 가능한 것은 장점이지만 기기 자체의 번역엔진을 활용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앱에 비해 번역 가능한 문장이 짧다. 요시다 대표는 “웨어러블 번역기가 셀카봉처럼 여행의 필수품이 되는 시대”를 예상하면서도 비즈니스 협상이나 전문 분야에서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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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말문이 트이는’ 웨어러블 제품들은 올해 출시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자사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와 연동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선 이어폰 ‘마스’를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스마트폰 화면이나 이어폰의 버튼을 누를 필요 없이 자동으로 기기가 대화의 시작과 끝을 인식해 통역 결과를 제공하는 ‘제로 유아이’ 기술을 구현한 웨어러블 통역기를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구글이 만든 무선 통역이어폰 ‘픽셀버드’가 지난해 11월 출시됐다.

 

1980년대부터 개발돼온 자동통역기능이 무거운 서버급 PC에서 노트북, 스마트폰을 거쳐 이제 이어폰 같은 작은 웨어러블 기기에서도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자동통역기기에 필요한 기술은 크게 음성인식과 번역기술, 음성합성 기술이다. 여기에 유저 인터페이스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음성인식 인공지능(AI)이 2016년 10월 속기사와의 대결에서 대등한 결과를 보여줬듯이 음성인식은 이미 인간의 수준에 올라섰다. 번역 품질도 ‘신경망 번역’과 같은 AI의 발달로 3~4년 전부터 ‘기술적 도약’을 했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말하자마자 상대방 언어로…‘영포자’들

‘제로 유아이’를 개발한 윤승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고유명사와 전문용어 등 아직 어려운 부분도 있긴 하지만 신경망 번역이 도입된 이후에는 보통의 대학생보다 더 좋은 결과를 보여준다”며 “통역에는 복잡한 연산이 필요하지 않아 이어셋 안에 음성인식과 통신기술을 갖추면 웨어러블 통역기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윤 선임연구원은 자동통역에서 국내외 기업들의 기술력 차이는 크지 않아 데이터를 얼마만큼 확보하느냐가 성능의 차이를 결정하는 중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역기가 발전하면 통역사와 여행가이드의 일자리가 위협받지 않을까. 요시다 대표는 “통역기의 성능이 높아져도 여행가이드와 통역사가 갖고 있는 지식과 지혜를 모방할 수는 없다”며 “오히려 공존하면서 여행시장이 더욱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선임연구원도 “5~10년 내로 일상적인 통역은 어느 정도 대체되겠으나 전문분야 통역을 100%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일반인이 영어를 배우느라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