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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맥도날드가 ‘꿀알바’인 이유, ‘헬조선’ 때문이다

by경향신문

맥도날드가 ‘꿀알바’인 이유, ‘헬조

번화가에서 어김 없이 찾아볼 수 있는 황금빛 ‘M’자 간판. 맥도날드입니다. 30년전인 1988년 3월 서울 압구정에 한국 맥도날드 1호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그해 9월엔 종로에 2호점이 개점했고, 1991년부터는 부산, 울산 등 전국으로 뻗어나갔습니다. 그리고 현재 맥도날드는 전국에 500여개의 직영 및 가맹 매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표 패스트푸드 체인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는 사이 맥도날드는 ‘시간제 일자리’의 대명사로 자리잡았습니다. 맥도날드 일자리를 뜻하는 ‘맥잡’ ‘맥알바’는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를 의미하게 됐습니다. 맥도날드의 한국 내 고용자만도 1만여명에 달합니다.

 

그렇다면 ‘노동의 공간’으로서 맥도날드는 어떨까요? 깔끔하고 세련되게 정리된 맥도날드 매장 안쪽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이에 관해 연구자가 직접 맥도날드 ‘크루’로 일하며 참여관찰한 내용을 엮은 논문을 소개합니다. 박주화씨의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석사 논문 <어떻게 불안정 노동자가 되는가- 맥도날드 시간제 서비스 노동에 대한 문화정치학적 분석(2018)>입니다. 저자는 서울 시내에 있는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하며 2016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약 6개월 동안 참여관찰을 진행했습니다.

 

■불안정 노동의 상징 ‘맥잡’

 

2014년 자료를 보면 맥도날드의 비정규직 비율은 80.9%입니다. 월급제 매니저, 본사 관리직 등 정규직을 제외한 크루, 크루트레이너, 시급제 매니저(스윙), 라이더 등은 전부 시급제 비정규직입니다.

 

연구는 “시간제 노동은 임금 수준, 고용 기간, 사회보장 그리고 노동조합 조직의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가장 취약한 노동 형태로 꼽힌다”며 맥도날드의 ‘턴오버(Turnover)’ 수치를 소개합니다. 연간 턴오버는 일년 동안 근무하는 노동자가 바뀌는 비율을 의미하는데,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연간 턴오버가 대략 300%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50명이 근무하는 한 매장을 일년 동안 거쳐 간 노동자가 150명 이상이라는 뜻입니다. 맥도날드 매장이 그만큼 구성원이 자주, 빠르게 바뀌는 일터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자주 들어왔다 나가는데, 어떻게 매장을 차질 없이 운영할 수 있는 것일까요? 논문은 “맥도날드가 패스트푸드 서비스 기업으로서 전 세계에 걸쳐 거둔 막대한 성공은 뛰어난 맛보다는 노동의 관리에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맥도날드가 ‘꿀알바’인 이유, ‘헬조

■자유로운 근무시간? ‘0시간 계약’의 함정

 

“공강이 있는 날 위주로 스케줄 신청할 수 있고, 일을 빼고 싶을 때는 뺄 수도 있다고 해서 ‘맥날’ 알바를 하게 되었어요. 나도 학생이고 수업도 있고 과제나 시험기간에는 근무도 빼야 하고 그런 상황들이 있어서 맥도날드가 근무 신청한 대로 스케줄을 넣어준다는 게 맘에 들었어요.”

 

많은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근무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맥도날드를 선택합니다. 요일과 시간대를 희망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학생, 주부, 투잡을 뛰는 노동자들이 특히 맥도날드를 선호합니다. 실제로 맥도날드는 직원들로부터 매주 원하는 근무 시간을 제출 받은 뒤에 이를 바탕으로 일주일치 근무표를 작성합니다.

 

하지만 연구는 “맥도날드가 제공하는 유연성의 실질적 목적은 인건비를 최소화하려는 통제”라고 지적합니다. 그 근거로 맥도날드의 ‘0시간 계약’을 소개합니다. 이는 단 한 시간의 고정된 근로 시간도 보장하지 않는 방침을 뜻합니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매장 상황에 따라 매주 근무하는 시간을 다르게 부여 받으며, 다음주에 언제 몇시간을 일하게 될지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일한 시간 만큼 돈을 받는 구조에서, 이는 결국 매주 얼마를 벌게 될지 예상하기 어려운 결과를 낳습니다.

 

“문제는 스케줄이 이게 원래는 매주 무슨 요일마다 공지가 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근데 실제로는 막 토요일, 일요일 이렇게 바로 직전에 공지되고 그러니까 친구들이랑 약속도 못 잡고. 그렇다고 근무가 원하는 대로 들어가느냐면 그건 또 아니고. 여러 가지로 참 사람 미쳐요.”

 

“A는 급여 명세서를 받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도 너무 적은 액수의 급여였기 때문이었다. 대학가에 위치한 매장의 특성상 방학 중 매출 하락을 겪을 수밖에 없어서 방학에 돌입한 이후부터 배당받는 근무시간이 평월보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렇게까지 적을 줄은 몰랐다고 A는 말했다.”

 

연구는 “노동자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근무 시간은 결코 보장되지 않는다”며 “정작 노동자들은 유연한 스케줄 때문에 오히려 불안정한 수입을 보조할 다른 일자리를 찾기조차 어렵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노동자들이 저마다 희망하는 시간대가 서로 중첩되는 일은 거의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이다. 근로시간이라는 한정적인 자원을 둘러싸고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맥도날드가 ‘꿀알바’인 이유, ‘헬조

■극도로 세분화된 노동… “나는 일할 땐 리듬을 타”

 

“감자는 2분 45초잖아요. 근데 감자 드랍(drop)하고 카운터 가서 오티(주문 받기)하고 음료 하고 그러다보면 금방 삐삐삐 울리는데. 막 그걸 열 번 하면 30분 지나가는 거고, 그렇잖아요.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시간이 짧은데, 우리는 몇 초 몇 십 초 단위로 하는데 그걸 정신없이 하다보면… 그 시간을 어떻게 버티지 싶었는데 적응하니까 금방 되더라고요.”

 

맥도날드는 주문을 받고 제품을 제공하는 카운터, 손님들이 머무는 영역인 로비, 버거나 치킨 종류 제품을 생산하는 곳인 그릴 등 각 스테이션 별로 작업 절차들을 세분화한 기준인 ‘SOC’를 바탕으로 업무 성과를 평가합니다. 일종의 ‘초 단위 매뉴얼’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나는 여덟 시간 동안 리듬을 탈 뿐이야. 어디 만화인가에서 나온 대사인데. 우리 일하는 게 힘들잖아. 근데 그냥 리듬 탄다고 생각하면 재밌게 견딜 수 있고… 그리고 맥도날드가 또 살짝 다들 좀 미친 상태가 아니면 버티기 힘들고. 좀 ‘병맛’스럽게 일부러 더 하게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

 

연구는 “맥도날드에서의 노동은 공식적 매뉴얼을 기반으로 하되, 실제로는 노동 주체들 간의 부단한 상호 대면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루어진다. 맥도날드의 높은 턴오버 비율을 고려하면 이는 노동 주체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말합니다. 또한 “매뉴얼 대로 수행하도록 종용하는 동시에, 매뉴얼을 그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노동력의 효율성을 압박하는 이중적 태도”라고 지적합니다.

 

■“아이스크림 나오셨습니다”

 

“삼성, LG 같은 대기업에서도 하다가 직원들 스트레스 받아서 자살하는 문제 있는 건데, 그런 시스템을 이제 와서 한다니 맥도날드는 정말 거꾸로 가는 회사예요.”

 

맥도날드는 최근 모바일 앱 ‘마이 보이스’(My Voice)를 출범시키면서 고객들이 매장 직원을 더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끔 전환했습니다. 평가원이 불시에 매장을 방문해 평가하던 기존의 ‘미스터리 쇼퍼’ 방식이 아닌, 고객이 언제든 직원들의 ‘친절도’를 평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연구자는 “전국민이 미스터리 쇼퍼가 된 것이다. 딱히 구매 인증 절차가 없기 때문에 비구매자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특히 프론트 카운터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더 강도 높은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장의 서비스를 이용한 손님이 내린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실시간으로 각 매장에 전달될 뿐만 아니라, 코멘트 기능을 사용하여 구체적으로 특정 직원의 이름을 거론하며 불만족 사항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힙니다.

 

이같은 평가 때문에 높임법인 ‘존비법’이 활용됩니다. “세트로 하시면 6700원이세요” “주문하신 제품 나오셨습니다” 등입니다. 한 연구 참여자의 말입니다.

 

“서비스업 하는 사람이 도대체 뭐야? 내가 서비스업을 한다고 해서 종처럼 숙이고 조아리고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근데 그런 걸 바라는 것 같더라고요, 조금이라도 안 웃으면 싸가지 없다고 얘기하고. 다 들리는데 말이죠.”

맥도날드가 ‘꿀알바’인 이유, ‘헬조

■그런데도 맥도날드를 택하는 이유는…

 

“외국계 대기업이니까 좀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는 좀 한국식이고 안에 일하는 방식이나 그런 것들이 별로라는 소문이 있어서.”

 

“편의점도 알아봤었죠. 그런데 시급이 너무 짜더라고요. 최저도 안 지키면 좀… 그리고 맥도날드는 일한 적 있는 애한테 들었는데 야간수당이랑 연장수당 다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믿고 지원하게 된 것도 있죠.”

 

만만치 않은 노동 환경임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맥도날드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월급이 밀리지 않고, 시급은 맞춰주기 때문’입니다. 연구는 “최소한 맥도날드에서 일을 한다면 법정 최저시급이나 노동자의 법적 권리들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기대 또한 이들이 맥도날드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합니다.

 

또한 연구는 “맥도날드는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받을지언정 최소한 노동 법규를 준수하고 노무 감사를 이행한다는 사실만으로 한국의 시간제 노동 시장 안에서 도덕적, 법적 측면에서 언제나 미묘하게나마 ‘상대적 우위’를 점해왔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한국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열악함 속에서 드러나는 대비 효과로 보는 편이 더 적절할 것”이라고 밝힙니다.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맥도날드는 해당 지역의 가장 낮은 수준의 일자리보다 약간 나은 유인을 제공하면서 노동자를 끌어들입니다. 전 사회적으로 노동조합이 강력한 덴마크에서만 유일하게 맥도날드 노동조합을 보장하는 식입니다. 결국 최소한도의 법적 권리도 보장받기 어려운 한국의 열악한 노동 시장이 맥도날드가 펼치는 ‘최소한’의 정책을 돋보이게 하는 셈입니다.

 

■I’m lovin’ it? I’m workin’ it!

 

직접 매장 직원으로 일하며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는 “맥도날드 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이거나 추상적인 가치를 추구하지도 기대하지도 않는 태도가 관찰됐다. 이러한 태도를 한 단어로 함축하자면 ‘생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요약합니다. 또한 “‘맥노예’가 될까 두렵다”는 연구 참여자의 한탄을 소개하며 “무엇보다도 맥도날드를 떠난다고 해서 다른 좋은 일자리로 옮겨갈 가능성이 적다”고 언급합니다.

 

연구는 “아르바이트는 이제 고용 형태가 아닌 하나의 직업군이 됐다. 그런데 시간제 노동자의 64.5%가 10인 미만 사업장에 고용돼 있다. 즉 맥도날드보다도 취약한 여건에 처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불안정 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에 절대적으로 많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