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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특활비 1억원 수수’만 인정…가족·측근에 혐의 떠넘긴 MB

by경향신문

부인에 전달된 특활비 질문에 “대북공작 등 공적 용도로 써”

“측근들, 처벌 피하려 허위 진술…다스 소송비 문건은 가짜”

‘특활비 1억원 수수’만 인정…가족·

이명박 전 대통령(77)은 15일 오전까지 검찰에서 총 21시간을 조사받으면서 관련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차명 재산은 하나도 없다”며 다스·도곡동 땅 등의 실소유주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물에 대해서는 ‘가짜’라고 주장하거나 가족이나 측근들이 ‘허위 진술’을 하고 있다며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유일하게 인정한 것은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부인인 김윤옥 여사(71) 측에 전달했다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0만달러 부분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김 여사 관련성은 언급하지 않고 “대북공작을 비롯한 공적 용도로 썼다”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오전 9시25분 검찰에 나온 이 전 대통령은 밤새 조사를 받은 뒤 15일 오전 6시25분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빠져나왔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및 다스 실소유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다들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차에 올라탔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이 전 대통령이 거의 대부분 혐의에 대해 ‘본인은 알지 못한다’ ‘기억나지 않는다’ ‘실무선에서 했다 하더라도 본인에게 보고하지 않고 한 일’이라며 부인하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관련자 진술 중 본인 입장에 반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처벌을 경감하기 위한 허위 진술 아닌가 생각한다’는 게 이 전 대통령의 주장”이라고 전했다.

 

검찰이 제시한 청와대 보고서 등 자료는 보고받은 사실을 부인하거나 가짜 문서라고 진술했다. 예를 들어 검찰이 영포빌딩에서 압수한 삼성그룹의 다스 소송비 대납 관련 여러 청와대 보고 문건에 대해서는 “조작된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과 관련해 “에이킨검프가 다스 소송을 무료로 도와주는 정도로 알고 있었을 뿐 삼성이 소송비를 대납한 사실은 몰랐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 명의로 보관 중인 도곡동 땅 매각대금 150억원 중 67억원이 논현동 자택 건축 등에 쓰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차용증은 찾지 못했고, 이자도 준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 전 대통령 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에게 전달한 14억5000만원 중 일부가 김윤옥 여사에게 건너갔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았지만 “나는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2008·2012년 총선을 앞두고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국정원 특수활동비(10억원)와 청와대 예산(8억원)을 각각 사용해 불법 여론조사를 실시한 혐의도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김희중 전 실장을 통해 국정원 돈 10만달러를 받은 것을 인정하면서도 “대북공작 등 공적 용도로 썼다”며 “개인용도로 사용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돈이 김윤옥 여사 측에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틀간 이어진 조사에서 진술이 엇갈리는 측근들과 이 전 대통령 간의 대질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대질 없이도 혐의를 입증할 만큼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데다 방대한 양을 하루 만에 조사해야 하는 수사 효율성을 고려한 조치로 알려졌다.

 

<정대연·박광연·유희곤 기자 ho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