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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검찰, 경찰 무시하고
‘황제출장’ 방석호 또 무혐의

by경향신문

검찰, 경찰 무시하고 ‘황제출장’ 방

방석호 전 아리랑TV 사장 딸이 2015년 9월 방 전 사장의 뉴욕출장 기간 중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당시 방 전 사장의 딸은 자신을 아빠 출장 따라온 ‘껌딱지 딸’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경향신문 취재와 경찰 수사를 통해 방 전 사장이 가족과 함께 호화식사나 관광을 즐긴 의혹을 뒷바침하는 증거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지만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고수하고 있다.

‘가족동반 호화출장’ 의혹으로 물러난 방석호 전 아리랑TV 사장(홍익대 교수)에 대해 검찰이 또다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방 전 사장이 혼자 뉴욕 출장을 가면서 4인실 호텔 방에 머물며 4인분 코스 요리를 시켜 먹고 당초 제출한 항공권 사용 내역도 ‘허위’로 드러났지만 검찰은 불기소 결정을 고집했다.

 

검찰은 특히 경찰이 재수사 끝에 최초 수사검사의 결정이 그대로 유지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일부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부분까지 통째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국민의 기본권을 철저히 보호하기 위해 (경찰에 대한) 검사의 사법통제를 지금같이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문무일 총장의 주장과 달리 이번 불기소 결정은 검찰의 수사권 독점이 왜 문제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2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주임검사 정화준)은 방 전 사장이 해외출장 중 가족들과 호화식사나 관광, 쇼핑을 즐기면서 사용한 것으로 의심된 법인카드 사용내역 전체에 2번째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2016년 8월 최초 무혐의 결정의 문제점이 경향신문 취재를 통해 드러났고 지난해 7월 경찰이 재수사를 통해 일부 기소 의견으로 송치를 했음에도 검찰은 또다시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면죄부를 부여한 것이다.

 

검찰은 먼저 2015년 5월 방 전 사장이 뉴욕 출장 중 4인실 호텔방에 머물고 호화 레스토랑을 돌아다니며 4인분 코스 요리를 즐긴 것을 인정하면서도 “재량범위를 넘어 불법이득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불기소이유서에 그 이유를 “피의자(방 전 사장)가 단지 2박3일의 숙박료를 아끼기 위해 (부인, 딸, 아들과 함께) 성인 4명이 방을 써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였을지 의문”이라고 기재했다.

 

방 전 사장은 뉴욕 출장 당시 숙박비 한도액(1박당 389달러)을 초과하며 퀸 베드 2개가 딸린 디럭스룸을 에약했지만 가족들은 자신의 호텔이 아닌 딸의 약혼자 집에서 머물렀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방 전 사장 손을 들어준 검찰 판단대로라면 방 전 사장은 혼례도 치르지 않은 딸의 약혼자 집에서 가족들이 숙박을 하도록 내버려두고 혼자서 4인실 호텔 디럭스룸에서 ‘황제숙박’을 한 셈이다.

 

검찰은 또 방 전 사장이 2016년 최초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실제로 사용하지 않은 항공권을 제출해 수사를 방해한 사실이 경향신문 취재와 경찰수사를 통해 드러났음에도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았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제출된 항공권은 환불불가 조건으로 구매한 것으로 실제 사용하지 않았지만 결제까지 완료된 것이어서 허위자료를 제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항공권이 실제 사용된 게 아니라면 가족동반 사실을 숨기기 위해 방 전 사장이‘알리바이’를 조작했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하는데도 검찰은 비상식적인 논리로 방 전 사장 감싸기에만 급급한 것이다.

 

특히 검찰은 2015년 5월 방 전 사장이 공식출장 일정이 끝나고 법인카드로 아들의 중국인 친구 가족과 함께 115만 원짜리 호화식사를 즐긴 것에 대해서도 “사용처가 재량범위를 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피의자는 국제방송사의 최고경영자로서 글로벌 인맥 형성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친분을 쌓을 것인지는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된다”고 했다.

 

방 전 사장이 사전에 회사에 신고도 하지 않고 공식출장이 끝나고 아들 졸업식에 맞춰 가족들끼리 만난 사적 모임까지 ‘글로벌 인맥쌓기’로 포장해 업무관련성을 인정한 것이다.

 

당초 이 부분은 방 전 사장조차 최초 문체부 감사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비용 환수에 동의한 바 있다. 중국인 친구 아버지도 경향신문에 e메일로 ‘그날 모임은 가족모임(family gathering)이었다’고 실토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검찰은 방 전 사장이 “아들 친구 아버지가 뉴욕의 유명한 변호사인데 당시 저녁 자리에서 아리랑TV 중국 진출 방안을 논의했다”며 당초 진술을 번복했다는 이유를 들어 업무관련성을 인정한 것이다.

 

앞으로 공공기관장들이 사적인 모임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발각됐을 때 ‘나도 그 자리에서 업무 관련 얘기를 나눴다’며 방 전 사장과 형평을 주장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 셈이다.

 

당장 KBS 양승동 사장 내정자의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야당에서 KBS 야당 추천 이사의 해임 결정 부당성을 문제 삼을 수 있다.

 

KBS 강규형 전 이사의 경우 애견카페와 동호인 모임 등에서 327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해임된 후 “당시 모임에서 KBS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며 정당 사용을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방 전 사장의 법인카드 부당 사용에 면죄부를 부여한 검찰 논리대로라면 강 전 이사의 주장 역시 “비상식적이다”고 반박하기 어렵다.

 

검찰은 방 전 사장이 2015년 5월과 9월 뉴욕 출장 중 경기고 동창들과 호화 레스토랑을 돌아다니고 휴일 우드베리 쇼핑몰이나 브로드웨이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부분은 아예 마땅한 무혐의 결정 이유조차 대지 못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종전 ‘혐의 없음’ 처분한 것과 동일한 사건으로 기존 처분을 번복할 만한 중요한 증거가 발견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구체적인 판단을 회피했다.

 

하지만 ‘기존 처분을 번복할 중요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검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경향신문은 2015년 9월24일 방 전 사장이 뉴욕에서 법인카드로 고급 철갑상어 요리를 먹을 때 경기고 동창생 4명과 함께 신한은행 뉴욕은행장이 동석했다는 진술이 ‘거짓말’임을 확인해 검찰에 알려줬다.

 

당시 신한은행 뉴욕은행장으로 거론될 만한 직원 중에 방 전 사장과 밥을 먹었다는 사람은 경향신문 취재 결과 존재하지 않았다. 신한은행 뉴욕은행장이 ‘유령인물’이라면 당시 그와 함께 호화요리를 먹었다는 경기고 동창생들의 진술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이들 경기고 동창생들은 방 전 사장이 2015년 9월뿐 아니라 2015년 5월 뉴욕 출장 당시 가족 동반 호화식사를 부인하기 위해 같이 밥을 먹었다고 주장한 동반식사자 명단에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방 전 사장이 가족과 호화식사를 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경기고 동창생들과 입을 맞췄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경기고 동창생중 한 명은 ‘방 전 사장이랑 같이 밥을 먹은 게 사실이냐’는 질문에 말끝을 흐리면서 “나한테 더이상 이런 질문을 하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

 

또 방 전 사장은 2015년 5월 뉴욕 출장 중 경기고 동창들과 3끼 연속 수십만원에서 100만원이 넘는 식사를 즐길 당시 참석자가 본인 포함 3명이라고 했지만 세부 주문내역상으로는 4인분 코스요리를 시켜 먹었다.

 

방 전 사장이 3명이 식사를 했다고 주장한 것은 경향신문이 날짜별로 세부 주문내역서를 입수해 방 전 사장이 4인분 코스요리를 주문한 사실을 보도하기 전이다.

 

경향신문이 세부 주문내역서를 추가 증거로 제출한 상황에서 검찰로서는 방 전 사장에게 ‘3명이서 식사를 했다고 주장했는데 왜 4인분 코스요리를 주문했느냐’고 물어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경향신문이 추가로 제출한 증거를 ‘의미없다’고 보고 종전 무혐의 결정을 반복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인제대 김창룡 교수로부터 ‘수사지휘권 가진 검사가 기자만도 못하다’(2017년 7월10일 미디어오늘 칼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 교수는 “보도 내용만 보면 검찰은 간단한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았거나 눈 감아준 흔적이 보인다”며 “신문사나 경찰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을 검찰이 확인하지 못했거나 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명백한 증거를 외면한 채 방 전 사장에 면죄부를 준 것은 단순히 수사검사의 ‘무능’이 아니라 말 못할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 특수부와 공안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전직 검사도 “검찰이 수사의 첫 단추를 잘못 꿰다 보니 과거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검사들의 불이익을 의식해 수사 결론을 뒤집기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16년 8월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방 전 사장에 대한 무혐의 결정을 지휘한 사람은 노승권 현 대구지검장이다. 그는 당시 출입기자들에게 ‘방 전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조사한 결과 모두 업무연관성이 인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경향신문은 노 검사장에게 “이번 불기소 결정이 과거 봐주기 수사한 검사들을 의식한 결론이라는 지적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문자를 보냈으나 아무런 답변이 오지 않았다.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