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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홍준표와 김성태의 '다른 소리'

by경향신문

홍준표와 김성태의 '다른 소리'

자유한국당 ‘투톱’인 홍준표 대표(64)와 김성태 원내대표(60)가 주요 현안마다 미묘한 이음을 내고 있다.

 

장제원 당 수석대변인의 ‘미친개’ 발언, 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출석, 북·미 정상회담 합의,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놓고 홍 대표는 ‘강경’, 김 원내대표는 ‘온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당 패권을 잡기 위한 일시적 동맹을 맺었지만 평소 세계관의 차이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당 관계자는 “이견이라는 시각은 과도한 해석이다”고 반박했다.

 

장 대변인의 ‘미친개’ 발언 후폭풍을 놓고 홍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대응 방향은 다소 달랐다. 홍 대표는 지난 23일 경찰에 대해 “자유당 시절 백골단 행태는 그만두라”며 장 대변인을 측면 지원했다. 홍 대표는 26일 당 확대원내대책회의 비공개 회의에서도 장 대변인을 두둔하며 “야당은 싸울 때 독하게 싸워야 하는데 앞에서 잘 싸우고 있는 사람을 격려하고 지원해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27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자유한국당 대변인 발언이 좀 강했던 건 사실이다”며 “대단히 안타깝고 가슴아픈 일이다”고 했다. 26일 수습 차원의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국 치안 현장에서 밤낮으로 수고하고 계신 일선 경찰”을 언급하기도 했다. 경찰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한국당은 일단 김 원내대표가 밝힌 입장 선에서 정리된 모양새이다. 한 원내 관계자는 “경찰 대응이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홍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입장을 조율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홍 대표는 지난 14일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검찰 출석을 놓고 “복수의 일념으로 전전(前前) 대통령의 오래된 개인비리 혐의를 집요하게 들춰내 꼭 포토라인에 세워야만 했을까. MB처럼 부메랑이 될 것”이라며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는 9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오버랩된다”면서도 “10년 전 노무현 정권의 경제 실패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와중에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 경제적 효율성이 강조되는 대신 사회의 민주적 합리성이 저하된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며 이명박 정부의 부정적 면도 인정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놓고는 방향이 다른 평가를 했다. 홍 대표는 지난 9일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김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북한 김정은 (국무) 위원장의 전향적인 입장을 모두 환영한다”며 원칙적으로 환영 의사를 피력했다.

 

미투 운동에 대한 인식은 근본적으로 달라보인다. 홍 대표는 “우리당을 음해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라고 반복하다 진보 인사들이 줄줄이 연루되자 지난 6일 “좌파들이 더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며 ‘정파적’ 시각을 노출했다. 반면 김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정치적 음모와 기획에 의해 움직일 수 없는 거대한 일이다. 성차별은 우리 사회가 마지막으로 관통해야 될 당연한 현안이다”고 했다. 또 “한국당은 우리 스스로 되돌아보고 갑질과 폭력, 우리 안의 파시즘을 자성하고 성찰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했다.

 

일부 현안에 대해 결이 다른 입장이 나오면서 투톱의 평소 정치성향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것이란 평가가 있다. 두 사람은 지난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전략적 연대’를 하기 전까지 이질적인 성향과 계파의 길을 걸어왔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동거 체제는 ‘오월동주’라는 말도 있다.

 

투톱의 이음은 당 지도부의 메시지가 조율되지 않고 나오는 한국당의 혼란스러운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홍 대표의 거친 발언을 김 원내대표가 뒷수습하는 것처럼 비춰지면서 투톱이 시너지가 아니라 역(逆)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

 

반면 이른바 투톱이 강·온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질적으로 다른 입장은 없다는 반론도 강하다.

 

한 한국당 의원은 “두 사람 모두 보수정당 비주류로 살아왔지만 지금은 문재인 정부 독주를 견제하고 한국당을 혁신하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며 “큰 틀에서 보면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이견이라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다른 당 관계자도 “경찰과의 문제만 해도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면서 “지금 홍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어떻게 다른 목소리를 낼 수가 있겠느냐”고 전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