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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한국 우주개발 자연스럽게 도울 수 있는 기회 있었으면"

by경향신문

“유행가 하나로 평생 우려먹는 초라한 연예인처럼 늙게 될 것 같아 두려웠습니다. 두번째 우주인 배출 등 한국의 우주개발사업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한국 우주

한국인 최초의 우주비행사 이소연 박사(40)가 경영학 박사(MBA) 학위를 위해 미국행을 택한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떠난 이유에 대해 털어놨다. 3일 대전 유성구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한국마이크로중력학회 학술대회에서 초청 강연에 나선 이 박사는 “끊이지 않는 강연 요청을 받으면서 ‘평생 (우주 관련) 강연만 하면서 살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도 똑같은 강연만 하고있을 것 같은 두려움이 컸다”며 “작은 강연이라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한국에 그대로 있으면서 다른 방향을 모색하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의 물리학자이자 로켓공학자인 콘스탄틴 치올콥스키의 ‘지구는 인류의 요람이지만, 그 요람에 계속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내게는 한국이 요람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 선진국의 경우도 연구 활동을 하다 어느 시점에는 관리자나 경영자의 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자들의 성과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연구자들과 시민들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경영학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2006년 12월 한국의 첫 우주인으로 선발된 뒤 러시아에서 우주비행사 훈련을 받았다. 2008년 4월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간 이 박사는 11일 동안 18가지 과학 실험을 수행한 뒤 지구로 귀환했다. 이후 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주로 강연활동을 했으며 2012년 휴직계를 내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현재는 로프트오비탈(Loft Orbital)이라는 위성 관련 스타트업 업체에서 자문 역할을 하면서 우주개발 사업에 대해 배우면서 시간 강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대화하면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우주비행사가 아닌 관광객처럼 우주정거장에 다녀왔다는 비판부터 국가의 지원을 받아 유명해진 뒤 유학길을 떠난 먹튀라는 오명에다 재미교포와 결혼하면서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언론의 오보 등 이 박사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여러 차례 불거졌었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이런 논란들로 인해 “한때는 수면제를 먹고 치료도 받았지만 지금은 그만큼 관심을 많이 가져주신다는 쪽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한국 우주

그는 지금까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세계의 모든 우주인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린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를 보면서 우주에 대한 꿈을 키웠을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해명이나 소송 등으로 다투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가 싫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항우연을 떠나면서 “‘내가 필요한 일이 있다면 모든 일을 그만두고 다시 돌아올 것이지만 그런 날이 빨리 올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우주인이 되기까지 29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다시 한국의 우주개발을 돕기까지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과학비평잡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정부의 우주인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주인 사업을 기획하고, 우주인을 올려보내고, 이후 귀환 후 국내에서 활동했던 시기의 정부가 각각 다르다 보니 방향성이 조금씩 달랐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한국의 두번째 우주인 배출 사업 등에 기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바로 한국에 돌아와 역할을 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주강국들도 첫 우주인을 배출한 뒤 두번째를 배출하기까지는 십수년이 걸린 경우가 많다”며 “국내에서도 반드시 한국인이 우주에 나가서 과학실험을 할 필요가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 두번째 우주인이 배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 내가 첫번째에 겪었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돕는 등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