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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유럽서 급증한 ‘E형 간염’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by경향신문

10년간 연평균 60명 발병…지난해부터 뒤늦게 바이러스 검사 실시

유럽서 급증한 ‘E형 간염’ 한국도

최근 유럽에서 급증하고 있는 E형 간염 환자가 국내에서도 연평균 60명씩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발생한 E형 간염 환자 수는 600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08년 92명, 2009년 56명, 2010년 67명, 2011년 63명, 2012년 50명, 2013년 49명, 2014년 41명, 2015년 55명, 2016년 63명, 2017년 64명 등이다.

 

김 의원은 “국내에서 E형 간염 환자에 대한 수치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면서 “정부는 그동안 E형 간염이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정확한 발병 실태조차 파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형 간염은 주로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오염된 돼지·사슴 등의 육류를 덜 익혀 섭취할 경우 감염된다.

 

E형 간염은 식수 오염이 많은 저개발국가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유럽 등에서도 육류나 가공식품 등을 통해 발생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E형 간염 감염자 수가 2015년 기준 5500명 규모로 10년 새 10배 이상 늘었다. 유럽산 소시지 중 상당수가 E형 간염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지난해 7월까지는 국내로 수입되는 유럽산 소시지에 대한 E형 간염 바이러스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뒤늦게 E형 간염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E형 간염’ 불안 확산에도 정부 안이한 대응

감염원으로 알려진 유럽산 소시지 오랫동안 검사 않고 방치

사망률 3%…가공육류 포함 돼지 등 육류 충분히 익혀 먹어야

 

유럽을 중심으로 E형 간염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다.

 

3일 유럽질병통제센터(ECDC) 등에 따르면 유럽에서 발생한 E형 간염 환자 수는 2015년 5500명 규모로 2005년(500명)의 11배로 늘어났다. BBC 등은 지난해 유럽산 소시지 10개 중 1개가 E형 간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국내로 유입되는 유럽산 소시지에 대한 E형 간염 바이러스 검사는 실시되지 않았다. 유럽 지역 소시지가 E형 간염을 전염시킬 가능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방치해온 셈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해 7월까지 독일·덴마크·스페인·스웨덴·이탈리아·헝가리·오스트리아·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 수입된 소시지에 대해 식약처가 검사를 실시했지만 검사 항목에 E형 간염은 포함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유럽에서 E형 간염을 유발할 수 있는 소시지가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상황에서도 국내로 들어오는 유럽산 소시지에 대한 E형 간염 검사를 실시하지 않다가 지난해 8월 뒤늦게 모든 소시지에 대한 E형 간염 검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매년 60명 정도의 E형 간염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정확한 발생 규모와 감염원, 감염경로 등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15~60일(평균 40일)의 잠복기가 지난 뒤 피로, 복통, 식욕부진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후 환자에게서 황달, 진한 색 소변, 회색 변 등의 증상이 나타나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대부분 회복되지만 3% 정도는 사망에 이른다. 임산부나 간질환자·장기이식환자 등은 사망에 이르는 비율이 이보다 훨씬 높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E형 간염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2000만명이 감염되고 약 330만명에게서 증상이 나타난다. 2015년에는 감염자의 3.3%인 약 4만4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E형 간염은 그동안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미얀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네팔,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멕시코, 브라질 등의 식수 오염 지역 등에서 주로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영국 등 유럽 국가에서도 빈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멧돼지 담즙이나 노루 생고기를 먹고 발병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E형 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돼지·사슴 등의 육류(가공육류 포함)를 충분히 익혀 먹고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기저귀를 간 뒤, 음식을 조리하기 전에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한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