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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나는 C박이” 실적 압박에
목숨 끊은 카드사 직원

by경향신문

여고 졸업 후 18년간 근무…업무평가 3년 연속 최하위

꺼리는 곳 마다 않고 일해도 “직장 왕따·성과 가로채기”

“무서운 일터 가기 싫어” 메모…사측 공개사과 요구 거부

“나는 C박이” 실적 압박에 목숨 끊

카드회사에서 18년 동안 일하던 여성 직장인 ㄱ씨(42)가 지난 8일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때는 스스로를 ‘엑스퍼트(전문가)’라 부르고 “회사가 내 자부심과 자존심을 세워준다”며 자신있게 직장생활을 했던 그는 마지막으로 남긴 메모에 “무서운 일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썼다.

 

그동안 그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유족들은 “ㄱ씨가 과장 진급을 앞두고 업무평가에서 최하점을 연속으로 받아 힘들어 했다”며 “조직의 지나친 성과주의가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30일 유족과 카드회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18년 전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고졸 공채로 입사한 ㄱ씨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 본사에서 대리로 일했다. 그의 불행은 서울의 한 지점으로 발령이 나면서 시작됐다. 2015년 업무평가에서 하위 10%에 해당하는 ‘C’를 받았다. 한번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해도 ‘C’를 받았다. ㄱ씨는 “지점장과 맞지 않는 것 같다” “차장이 내 성과를 가로챘다”며 우울해했다. 그는 자신을 ‘C박이’라고 불렀다.

 

ㄱ씨는 과장 진급을 앞두고 있었다. 고졸 여사원은 14~18년차에 과장을 단다. “C를 두번 받은 이상 다음은 확실히 보여줘야 해” 그는 직원들이 꺼리는 카드발급센터(콜센터)에 자원했다. 파견직인 콜센터 직원들을 관리하는 일이다. 유족들은 그가 종종 파견직원의 퇴사를 종용하는 일을 했다고 했다. 그런 날은 스트레스에 못 이겨 술을 찾았다. 지난해 8월 ㄱ씨는 퇴근 전 남편에게 “면담 5명, 그중 2명 퇴사각(‘가능성이 높다’는 뜻), 퇴사 종용, 오늘 반드시 소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10월에는 “여긴 사람을 너무 쉽게 아웃시키는 것 같아요”라고도 했다.

 

한 팀원은 퇴사하면서 ㄱ씨를 비난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그날 “내가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냐”며 울먹였다. 그는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도 했다. 팀 콜수를 채우기 위해 연장근무도 뛰었다. 주말에도 회사 야유회, 사내 봉사 활동에 참여해야 했다. 하지만 팀 성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또다시 ‘C’를 받았다.

 

ㄱ씨의 정신과 상담 일지에는 “직무 환경 및 업무가 매우 불합리하고 불안정한 것으로 여기고 있으며 이로 인한 불편감이 큼, 더불어 스스로 자율적으로 일을 하거나 환경을 개선할 여지가 없다는 무력감 또한 심각한 상태”라고 적혀 있었다.

 

사건 당일 발견된 노트에는 ㄱ씨가 쓴 메모가 발견됐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C박이’로 시작한 지점장 때부터 시작된 이 고통, 도망칠 수 없다. 온몸이 바늘로 찔리는 고통과 시선. 혼자다. 반복되는 비웃음… 무서운 일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유족들은 사측에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조사와 공개 사과 등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