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테크 ]

미국 '망중립성 원칙' 폐지···구글 '을' 될까?

by경향신문

미국에서 11일(현지시간)부터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원칙’이 폐지됐다.

 

2015년 버락 오바마 정부가 도입한 ‘망 중립성’ 원칙은 인터넷 서비스를 전기·수도와 같은 일종의 공공재로 간주해 망 사업자(통신회사)가 웹 콘텐츠를 함부로 차단하거나 감속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이다.

 

웃돈을 주면 기업이나 소비자가 인터넷에 접근하는 속도를 높여주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느린 속도로 접속하게 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망 중립성 원칙은 인터넷 서비스 접근에 차별을 금지했다는 점에서 ‘정보의 평등 접근권’으로 불리기도 했다.

미국 '망중립성 원칙' 폐지···구글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공화당이 장악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해 12월 표결로 이 원칙을 폐기했다. 폐기안은 약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적용됐다.

 

망 중립성 폐기를 주도한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은 통신회사 버라이즌 출신으로 강한 보수 색채를 띠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연설에서 “미국은 모든 최종 통신사업자가 반경쟁적 독점 기업이라는 어리석은 전제에서 비롯한 선제적 규제로부터 이동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망 중립성 폐지가 통신사들의 투자를 늘리고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11일 씨넷에 게재한 기고에서도 망 중립성 폐지가 소비자에게 이로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FCC가 이 원칙을 폐기하기로 한 후 미국 전역에서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이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추가 비용을 부과해 중소 기업에 해를 주고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뉴욕 주, 몬태나 주 등 미국 29개의 주는 망 중립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FCC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 소속 FCC 위원 제시카 로센워셀은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들은 이제 웹사이트를 차단하거나 서비스 속도를 느리게 하거나 온라인 콘텐츠를 검열할 권한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지불한 업체들에게 유리하도록 차별적인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갖게 됐고 그렇지 않은 다른 기업들에게는 느리고 울퉁불퉁한 길만 허용할 권리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공화당 출신의 FCC 위원 브렌던 카도 “미국인은 자유롭고 열린 인터넷을 열망한다”며 “우린 인터넷 공급자의 변덕에 우리의 인터넷 경험이 차단되거나 억제되는 걸 원치 않느나”고 말했다.

 

망 중립성 폐기로 당장 인터넷 서비스가 느려지는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통신회사들은 망 중립성 폐기 이후에도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신·인터넷 산업 간 힘의 균형에는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우선 버라이즌, 컴캐스트 같은 통신사업자는 합법적으로 인터넷 트래픽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거나 특정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게 됨으로써 막강한 ‘갑’의 권한을 휘두를 수 있다. 반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인터넷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IT 기업들은 네트워크 트래픽에 관한 한 ‘을’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미국 내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가 많이 소모되는 동영상을 서비스해야 하기에 트래픽에 따른 비용 증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망 중립성 폐기에 강력 반발하며 장기 법적 싸움을 예고했다. 넷플릭스 외에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도 ‘오픈 인터넷’을 보호해야 한다며 연대 투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