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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탁현민의 1년,
논란에서 사퇴까지

by경향신문

탁현민의 1년, 논란에서 사퇴까지

청와대 사진기자단

탁현민(45) 행정관의 여성 비하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5월 무렵입니다. 성공회대 겸임교수였던 그가 청와대 행정관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가 30대 초반이던 2007년에 썼던 책 <남자마음설명서>의 내용이 회자되면서 논란이 발생했습니다. 그는 해당 책에서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선 테러를 당하는 기분’ ‘이왕 입은 짧은 옷 안에 뭔가 받쳐 입지 마라’ ‘파인 상의를 입고 허리를 숙일 때 가슴을 가리는 여자는 그러지 않는 편이 좋다’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탁 행정관은 지난해 5월26일 페이스북에 “2007년 제가 썼던 <남자마음설명서>의 글로 불편함을 느끼고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표한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는 또 “10년 전 당시 저의 부적절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 현재 저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의 그릇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며 “과거의 생각을 책으로 남기고 대중에 영향을 미치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신중하지 못했다”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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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과거의 문제적 발언들이 잇달아 드러났습니다. 이번에는 2007년 출간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라는 제목의 책이 문제가 됐습니다. 4명의 남녀가 7개월 동안 나눈 대화를 정리해 엮은 대화집인 이 책에서 탁 행정관은 ‘룸살롱 아가씨는 너무 머리가 나쁘면 안 된다’ ‘여성을 공유한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습니다. 2012년에 낸 에세이집 <탁현민의 멘션s>에서는 여성들에게 자신을 ‘오빠’로 불러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누가 나를 어떻게 불러주었으면 좋겠다는 걸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는 없을까? 아니 서로 합의해서라도 그렇게 할 수는 없을까? 나를 무엇으로 불러달라는 요구가 익숙하지는 않겠지만, 어쩌랴, 나는 오빠로 불렸을 때 가장 좋은 걸.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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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와 페이스북에는 ‘#탁모닝’ ‘#그래서_탁현민은’ 등의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왔습니다. ‘탁모닝’은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대선 기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매일 아침 비판한 데서 비롯한 ‘문모닝’을 패러디한 것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사퇴 요구가 나왔습니다.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라디오 방송에서 “탁 행정관 발언 내용이 도를 지나친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 “여성 의원들이 청와대 측에 부적절한 행동이고 그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여성 의원들도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탁 행정관을 해임하고 상처받은 여성들과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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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의 1년, 논란에서 사퇴까지

경향신문 자료

탁 행정관은 지난해 7월11일부터 3일간 이뤄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논란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입장을 언론에 밝혔습니다. 그는 두 차례 서면 인터뷰에서 “저를 향한 비판들 하나, 하나 엄중하게 받고 깊이 성찰하고 있다”며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거취와 관련해서는 “물러나는 것으로 책임을 다하라는 분들 요구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행사기획 실무자로서의 책임이 물러남으로써 질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제 역할을 수행하고 그 결과로 다해지는 것인지 매일매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자진 사퇴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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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 여성 의원들이 청와대에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으나 청와대의 입장은 공고했습니다. 지난해 8월22일 국회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탁 행정관 문제는) 대통령 인사권이 존중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이 탁 행정관의 업무 능력을 신뢰하고 있으며, 교체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여권에서는 청와대가 주최한 다양한 행사에서 탁 행정관이 탁월한 연출 능력을 보여줘 ‘사퇴론·경질설이 설 땅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탁 행정관은 기업 총수들과의 호프 미팅, 스티브 잡스식 프리젠테이션 국정과제 보고대회, ‘찾아가는 대통령’이 병원에서 발표한 ‘문재인 케어’, 질문지·시나리오·편집 없는 ‘3무(無)’ 대통령 기자회견, 토크콘서트 형태의 대국민 보고대회 등 좋은 평가를 받은 행사 기획·연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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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8월 말에는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탁 행정관 경질을 건의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을 해임하라는 청원과 반대로 대통령에게 탁 행정관 해임 결단을 촉구하는 글이 같은날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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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검찰은 탁 행정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지난해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였습니다. 탁 행정관은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해 5월6일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열린 ‘프리허그’ 행사 때 문 대통령 선거홍보 음성을 배경음향으로 틀었는데, 현행 선거법상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투표참여 권유 활동은 금지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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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의 1년, 논란에서 사퇴까지

탁 행정관은 지난 3월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작년 5·18부터 오늘 3·1절까지 긴 시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를 둘러싼 말들도 끝없이 길고… 저로서는 여기(청와대) 있는 동안은 일전에 밝힌 사실과 사과 이외에 저를 위한 변명이나 해명을 할 생각이 없다”라면서 “나의 명예, 나의 진실, 나의 주장은 여기서 나갈 때 시작할 생각이다. 그게 도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후 그는 지난 4월에는 두 차례 평양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 ‘봄이 온다’를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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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행정관은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맞지도 않은 옷을 너무 오래 입었다” “편치 않은 길을 너무 많이 걸었다” “잊혀질 영광과 사라질 자유”라고 적어 사퇴를 시사했습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사표를 제출한 적이 없다. 제출했다가 반려된 것도 안다”라고 했지만 30일 그는 경향신문 기자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 사퇴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는 “청와대 관계자가 (어제) 제가 사표를 쓰지 않았다는 말을 했던 것은 아마 저의 사표가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는 정도로 이해해 달라”며 “여러 차례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청와대가)저에 대한 인간적 정리를 쉽게 결정해주지 못하고 있어 굳이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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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