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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고춧가루 탄 소주 먹으면 감기 낫는다? 감기 관련 속설 7

by경향신문

고춧가루 탄 소주 먹으면 감기 낫는다

감기는 흔한 만큼 다양한 속설이 퍼져 있다. 하지만 명확히 효과가 입증되지 않는 방법으로 감기를 치료하다가 오히려 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맹신하지 않는 것이 좋다.

# 외근이 일상인 신모 씨(20대 남자)는 급작스럽게 추워져서인지 감기에 걸렸다. 동료들은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먹으면 금방 낫는다며 술을 먹자고 한다. 신모 씨는 이러한 동료들의 말을 믿고 고춧가루가 들어간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쌀쌀한 가을이 되면 큰 일교차와 건조한 환경 때문에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많아진다. 감기는 바이러스를 포함한 여러 병원체에 의한 급성 상기도감염으로 일상에 큰 지장을 주는 질환이다.


감기는 흔한 만큼 다양한 속설이 퍼져 있다. 예를 들면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먹으면 감기가 낫는다’ ‘감기는 추울 때만 걸리는 것이다’ ‘주사 한방이면 완치된다’ 등이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속설들은 의학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1. 고춧가루 탄 소주를 먹으면 감기가 낫는다?


소량의 알코올은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일시적으로 몸이 가뿐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게끔 만든다. 한 방송에서는 이러한 내용으로 감기환자가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먹었을 때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개인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한두잔 마셨을 때는 감기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양현 교수는 “하지만 이것은 알코올에 의한 일시적인 효과로 근본적인 원인제거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특히 알코올은 위장과 간의 기능을 저하시켜 전체적인 컨디션이 저하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먹는 것보다는 충분한 휴식, 수분섭취, 균형 잡힌 영양섭취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고 말했다.


2. 감기는 추울 때만 걸린다?


흔히 날씨가 추워지면 감기에 걸린다고 생각하지만 감기와 추위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보통 기온이 낮아지면 바이러스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고 여긴다. 하지만 북극이나 남극 같은 극지방은 너무 추운 날씨 때문에 바이러스가 살기 나쁜 환경이 만들어져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드물다.


김양현 교수는 “환절기에 감기가 유행하는 이유는 공기가 건조해지는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며 “건조해진 점막을 통해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들은 실외활동을 줄이고 실내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환기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감기바이러스가 전염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3. ‘독감’은 독한 감기의 줄임말이다?


감기와 독감은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질환의 발병원인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인 질환이다. 하지만 감기는 약 200여 가지의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걸리는 질환이다.


4. 주사 한번만 맞으면 완치된다?


사실상 주사 한방으로 감기를 치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기 바이러스를 완벽히 제거하는 치료제는 현재까지 없다. 보통 감기에 걸렸을 때 맞는 주사는 각각 고열, 기침, 통증 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종류가 출시된 먹는 감기약도 마찬가지로 각 증상에 맞게 치료한다.


5. 예방주사를 맞으면 오히려 감기에 걸린다?


어떤 사람은 독감예방 백신도 소량의 바이러스를 주사해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기 때문에 몸이 약한 사람들은 오히려 감기나 독감에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김양현 교수는 “이는 독감예방백신은 맞은지 약 2주 뒤에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 ‘일반 감기’에 걸려서 독감에 걸렸다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6. 따뜻한 이불에서 땀내면 더 빨리 낫는다?


이 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속설이 있고 실제 땀을 푹내면 저절로 낫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감기는 200여개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기에 단순히 체온을 높여 땀을 흘리는 것만으로는 완치하기 어렵다. 이는 체온을 높인 채로 쉬면서 ‘면역력’이 회복돼 낫는다고 보는 것이 맞다.


7. 비타민C는 감기 예방·증상완화에 좋다?


감기 치료와 예방을 위해 비타민C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비타민C의 감기예방효과는 수입 여 년간 지속된 쟁점이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라이너스 폴링 교수는 비타민C를 먹는 것만으로 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영향으로 비타민C의 열풍이 불었으며 동시에 비타민C와 감기예방에 관한 연구도 진행되었다. 2004년 29개의 관련 연구결과, 운동선수 같은 격렬한 신체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50% 정도의 예방효과가 있었지만 일반인에게는 미미했다. 현재까지는 비타민C가 감기예방과 증상완화에 효과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김양현 교수는 “일반적으로 감기는 휴식을 취하고 충분한 수분과 균형 잡힌 영양분을 섭취하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며 “명확히 효과가 입증되지 않는 방법으로 감기를 치료하다가 오히려 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여러 속설을 맹신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헬스경향 유대형 기자 ubig23@k-healt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