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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40대 이상이 28%…월 134만원 못 벌면 여관방으로 옮겨가

by경향신문

전국 약 36만3000개의 방에 거주…44%는 창문도 없어

고시원 평균 연한 18.3년 ‘화재 취약’…최고 34년 넘기도

안전 규제 강화·주거 지원·공공임대 확충 등 정책 시급

40대 이상이 28%…월 134만원

달팽이도 집이 있는데…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근처에 있는 서울시 공공주택 관련 사업 게시판에 12일 ‘넌 참 좋겠다 살 집이 있어서’란 글귀와 함께 달팽이가 그려져 있다. 지난 9일 국일고시원에서는 화재로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대한민국 고시원에는 ‘신주거난민’이 산다. 신주거난민은 2016년 12월 한국도시연구소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용역보고서에 처음 등장했으며 주거 환경이 열악한 쪽방, 고시원 등에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12일 통계청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고시원 거주자 중 72.4%는 39세 이하다. 월평균 소득은 약 181만원이며 134만원 이하로 떨어지면 고시원에서 여관방으로 옮겨간다. 고시원 거주자의 19.7%는 6.5㎡(1.97평) 미만 공간에, 30.9%는 6.5㎡ 이상 14㎡(4.24평) 미만 공간에 살고 있다. 1인 가구 최저주거기준 면적인 14㎡에 못 미치는 고시원 거주자가 절반에 달하는 셈이다.


한국도시연구소가 고시원 정보사이트 고시원넷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서울 고시원의 최저 월세는 28만원, 최고 월세는 44만원이다. 서울 고시원에는 평균 39.2개의 방이 있으며 방 내부 시설 중 창문이 없는 곳은 44.0%에 달했다.


고시원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했다. 소방청 통계를 보면 새로 문을 연 고시원은 2009년 604개에서 2010년 1749개, 2011년 2182개, 2012년 1550개에 달했다. 이어 2013년에는 953개, 2014년에는 626개로 새로 영업을 시작한 고시원 숫자가 줄었다. 하지만 전체 고시원 수는 2010년 8273개에서 2016년 1만1900개로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주택 이외의 거처 중 판잣집과 비닐하우스 거주 가구 수는 2만1000가구에서 6601가구로 감소했는데, 고시원이 이 틈을 일부 메운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 있는 1만1900개 고시원 중 절반가량은 서울(6150개)에 몰려 있다. 서울 자치구 중에는 관악구(901개), 동작구(498개) 순으로 많았다. 지난 8월 ‘주택연구’에 실린 논문 ‘고시원 공급·운영관리 실태와 향후 정책 방향’을 보면 2016년 기준으로 전국 고시원에는 약 36만3000개의 방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40대 이상이 28%…월 134만원

고시원 중에는 오래된 건물이 적지 않다. 그만큼 화재에 취약할 가능성도 크다. 고시원 건물의 평균 건축연한은 18.3년이다. 지은 지 20년 이상 경과한 건물 비중은 30.0%다. 용도지역별로 보면 제2종 근린생활시설에 있는 고시원의 평균 건축연한이 16.1년이고, 제1종 근린생활시설에 있는 고시원은 지어진 지 26.8년에 달한다. 판매시설, 위락시설, 공장 용도 건물에 있는 고시원도 지어진 지 각각 29.1년, 24.5년, 34.8년씩 된다.


전국 고시원 1만1900개 중 약 30%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등을 적용받는 다중이용업소 안전관리특별법 사각지대에 있다. 2009년 1월7일 일부개정된 특별법은 같은 해 7월8일 시행됐으며 고시원도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시설이 됐다. 하지만 법 시행 전부터 영업하던 고시원은 예외로 규정했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 고시원이 가장 많은 관악구는 전체 고시원 901개 중 46%가 특별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번에 화재가 난 고시원이 있는 종로구도 전체의 21%가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발생한 서울 국일고시원 화재 같은 참사를 막으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영국과 북아일랜드 등을 보면 여러 사람이 함께 사는 주택의 거주인원당 면적, 화장실·냉장고 개수 까지 규정하고 있다”며 “안전 규제를 강화하면서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토부 조사를 보면 2007년에서 2018년 4월 사이 고시원·여인숙 거주자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지원 내역은 2539건에 불과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