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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그랜저는 ‘편의장치’…아발론은 ‘승차감’

by경향신문

현대·도요타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아발론 하이브리드 시승기

그랜저는 ‘편의장치’…아발론은 ‘승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미세먼지의 ‘습격’이 일상이 됐지만 한국 시장에서 디젤차 인기는 여전하다. 휘발유보다 값이 싸니 트럭 같은 생계형 차량이 아닌 고급 승용차도 디젤차 인기가 상당하다. 미세먼지 배출은 적고, 연비는 높은 친환경 차량이 바람직하지만 수소차와 전기차는 아직은 저편에 있다. 하지만, 대안이 있다. 그나마 미세먼지가 적게 나오는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카다. 현대차와 도요타의 플래그십 모델 그랜저와 아발론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 ‘우주 최강’ 편의성…현대 ‘그랜저 ’


너무 조용했다, 가속감도 좋다


편의장치를 작동시키는 순간


자잘한 단점은 사라지고 만다


한국 소비자들은 ‘그랜저’를 사랑한다. 지난 11월에도 1만191대로, 월 1만대 이상이 팔렸다. 한국에서 이만큼 팔리는 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밖에 없으니 그랜저가 세단 중에서는 최고 베스트셀러 모델인 셈이다. 지난달엔 하이브리드 모델이 역대 최고인 2577대가 팔렸다. 하이브리드카는 일반차에 비해 연비는 높지만 미세먼지 같은 오염물질은 덜 배출한다. 친환경이 화두인 요즘 이런 장점을 알게 된 소비자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게 무엇보다 반갑다. 하지만 모름지기 자동차는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멈춰야 한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이런 본질에 충실할까.


시동을 걸었다. 계기판이 점등되고 각종 게이지가 제자리를 찾지만 엔진 소음이나 진동이 전해지지 않는다. 마치 흡음재로 둘러싸인 음악 감상실처럼 정숙하다. 너무 조용해서일까. 미세한 고주파 발진음이 귀에 들어올 정도다(남양연구소 엔지니어들께서는 이 소리까지 잡아주시길 바란다). 가속페달을 밟았지만 차만 움직일 뿐 ‘심장’ 뛰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2.4ℓ 엔진이 도는 대신 전기모터가 차를 견인하는데, 회전음이 실내로 거의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빠른 가속을 하면 그제야 엔진이 돌며 힘을 보태준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도요타와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모터 개수다. 도요타는 배터리 충전용과 주행용 모터를 따로 구동시킨다. 현대차는 1개의 모터로 엔진을 돕고, 충전도 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과거 현대차 하이브리드 모델은 브레이크를 밟으면 발끝에서 돌처럼 딱딱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이런 이질감이 사라졌다. 회생제동(제동이 될 때 충전이 되는 기능)이 될 때는 차의 뒷덜미를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 미미하게 남아있지만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다.


가속감은 나무랄 데 없다. 2.4ℓ 엔진은 최고출력 159마력, 최대토크 21.0㎏·m가 나온다. 여기에 최고출력 38㎾의 전기모터가 결합돼 시스템 출력은 204마력이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초·중·고속 어느 영역에서도 지체 없이 속도가 붙는다. 이전 모델보다 강해진 차체와 탄탄해진 서스펜션으로 고속주행에서도 안정감이 느껴진다. 타이어가 비명을 지를 정도로 과격하게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와도 하체가 잘 받쳐준다. 하지만 홈이 팬 도로나 턱을 지날 때는 독일산 경쟁차에 비해 안정감이 덜한 편이다.


서스펜션을 구성하는 코일이나 댐퍼가 좀 더 기민하고 정밀하게 움직이도록 지오메트리나 재질을 개선하면 훨씬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확보할 수 있을 터이다. 그랜저가 6세대를 거치는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랜저의 자잘한 단점은 ‘우주 최강’을 지향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 다양한 편의장치를 작동시키는 순간 ‘싹’ 사라진다. 기온이 떨어진 요즘, 시트와 운전대 열선을 켜면 히터가 없어도 될 정도다. 후진할 때는 모니터 화면으로 차량 전후좌우를 볼 수 있어 좁은 골목길이나 차량으로 꽉 찬 주차장 코너를 돌기에 안성맞춤이다. 주행 중에 차량 뒤편 상황도 카메라로 볼 수 있다.


앞차와의 거리, 속도 조정, 출발과 정지까지 차가 알아서 해주는 고속도로주행보조는 정체된 출퇴근길에서 요긴하다. 으뜸은 트렁크 자동 개폐 장치다. 마트에서 구입한 생필품이 두 손에 한 가득 들려 있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차 뒤편에만 서면 트렁크가 ‘스스륵’ 자동으로 열린다.


■ 세상에 없는 이상향…도요타 ‘아발론’


거대한 그릴, 과감한 디자인


노면에 가라앉아 품격 높은 주행


실내의 공간활용성도 좋았다

그랜저는 ‘편의장치’…아발론은 ‘승차

아발론 하이브리드

아발론(Avalon)은 ‘이상향’이란 뜻이다. 도요타가 자사 플래그십 모델에 ‘아발론’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를 짐작할 것 같다. ‘세상에 없는 가장 이상적인 차.’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아발론은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몇년 전 미국서 만든 가솔린 모델을 들여왔지만 재미를 못 봤다. 디젤엔진을 단 독일산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면 ‘대접’받지 못하던 때였다.


친환경이 화두로 떠오르고, 소비자들이 디젤엔진의 폐해를 인식하게 되면서 아발론에도 기회가 주어졌다.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까지 더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한국 시장을 다시 두드렸다.


신형 아발론의 디자인은 40대와 50대 중장년에게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공격적이다. 앞 범퍼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라디에이터그릴도 특이하다. 그릴이 범퍼 하단까지 연결돼 차가 와이드해 보이고, 무게 중심도 낮아 보이게 하는 장점은 있다. 뒷모습도 파격적이다. 마치 우주선 같다. 일반 세단에서는 보기 드문, 입체감 있는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채택했다.


주행 질감도 디자인만큼 공격적일까. 가솔린 엔진 배기량은 2487㏄로 178마력이 나온다. 전기모터 출력은 88㎾이며, 합산 출력은 218마력이다. ‘힘없다’는 불평은 나오지 않을 듯하다. 저속은 물론 중고속에서도 운전자가 의도하는 만큼 속도를 끌어올려준다. 고속으로 달려도 노면을 잘 붙잡고 달린다. 플래그십 세단의 품위를 느낄 수 있는 주행 질감이다.


하이브리드차는 출력뿐 아니라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로 조합된 구동계의 조화가 생명이다. 아발론은 내연기관과 전기모터가 ‘화학적 결합’이 된 듯 조화롭게 움직인다. 회생제동이 될 때 뒷덜미를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도 없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부드럽다. 서스펜션은 출렁이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40대 안팎의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세팅이다. 과속방지턱도 잘 넘는다. 전기모터로 작동하는 운전대도 저속과 고속에서의 이질감이 없다. 시승차가 임시판을 단 새 차여서인지 브레이크는 조금 밀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고음이 오랫동안 울려 당황한 적이 있었다. 차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경고음이 멈추지 않았다. 한참을 달린 뒤에야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 구간단속 중임에도 제한속도를 초과해 달렸기 때문이다. 제한속도 아래로 내려가자 경고음이 멈췄다. 차선유지보조장치도 바퀴가 차선을 넘어갈 때마다 경고를 해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실내는 이전보다 공간 활용성이 높아졌다. 휠베이스가 50㎜ 길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뒷좌석이 ‘운동장’만큼 넓다. 시트도 안락하다. 뒷좌석 시트 오른쪽 아래에 배터리 열기를 내보내는 통풍구가 있는데, 과격하게 운전하면 더운 바람이 이곳에서 나온다. 겨울엔 온풍기 역할을 한다 쳐도 여름엔…. 경쟁 모델에 비해 몇몇 편의장치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 뒷좌석 열선시트와 전동식 트렁크 닫힘 장치가 없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그랜저는 ‘편의장치’…아발론은 ‘승차 그랜저는 ‘편의장치’…아발론은 ‘승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