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올린 내 엉덩이 사진 어쩔 거예요 ㅠ ㅠ

[트렌드]by 경향신문

① 육아 생중계 ‘셰어런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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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구토물까지 촬영·공유하는 ‘셰어런팅’


육아 위해서라지만 사진 도용·수치심 유발 부작용도


캐나다서 부모 상대로 소송…프랑스는 아이 사진 공유에 ‘징역형’


아기가 자라서 20년 뒤 배변하는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이 공개돼 있다는 것을 알면 어떨까요. 인터넷 공간에서 이런 사진은 일상(#daily)이 됐습니다. 일부 부모들은 아기의 모든 모습을 실시간으로 찍어 공유합니다. 대변과 구토물도 촬영·공유의 대상입니다. 이런 부모들을 ‘셰어런츠(sharents)’, 이런 행위를 ‘셰어런팅(sharenting)’이라고 부르는 신조어도 등장했습니다. 공유를 뜻하는 영어 단어 셰어(share)에 부모(parents)와 양육(parenting)을 더한 말이죠.


사진 중심의 SNS 인스타그램에 ‘육아’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24.4m(million)’개의 검색 결과가 나옵니다. ‘#육아스타그램’이라고 해시태그를 달고 게재된 사진이 2440만여장이란 뜻입니다. 대부분은 웃거나 울거나 자는, 아기의 귀여운 모습을 담은 사진들입니다. 하지만 이 중에는 아기의 엉덩이 등이 드러난 채 대소변을 보는 모습을 찍은 사진도 있습니다. 아기의 대변 혹은 구토물을 올리거나 환부를 찍은 것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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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빠, 나 똥 싸는 사진 왜 올렸어?”


ㄱ맘은 아기의 배변훈련 과정과 그 결과물이 담겨 있는 변기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했습니다. 변기에는 아기 이름도 적혀 있습니다. “은나(응가) 은나라구 말하길래 앉혀봤더니 성공, 배변훈련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해보장. 이뿌당 울애기” #생후537일#17개월아기#2살아기#배변훈련#daily. ㄴ맘은 아기가 변기에 앉아 인상을 찌푸리며 힘을 주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올렸습니다. ㄴ맘은 “오늘의 쾌(변)남”이라고 적고 #똥모닝#평화로운#주말#아침#난왜여기에 등을 해시태그로 남겼습니다. ㄷ맘은 변기에 앉기 위해 하의를 내린 딸의 사진을 공유하며 “얼레리꼴레리”라는 글을 사진 위에 남겼습니다. ‘#배변훈련’을 해시태그로 남긴 ㄷ맘은 “20년 뒤 딸이 성장해 이 사진을 본다면 자신을 죽이려 들지도 모른다”는 글을 영어로 올렸습니다.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배변’ 두 글자를 입력하자 게시물 53.3k(kilo)개가 검색됐습니다. 5만3300여장의 사진이 있는 셈입니다.


셰어런츠들은 다양한 사진을 올립니다. 아기들 일상이 대부분이지만 여권과 가족관계증명서 등 예상치 못한 사진도 볼 수 있습니다. ㄹ맘은 “울애기 여권 드뎌 찾아옴ㅋㅋㅋ”라는 문구와 함께 아기의 여권 사진을 주민등록번호만 지운 뒤 공유했습니다. 가족관계증명서의 이름 부분만 찍어서 올린 경우도 있고요. 가족관계증명서를 올린 ㅁ맘은 “오늘은 우리부부 결혼기념일”이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독박육아#26개월아기#결혼기념일 등의 해시태그도 달았습니다.


대부분의 사진들은 훗날 아기에게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적인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아기가 성장한 후에는 불쾌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생인 고채우양(13)은 아기 때 한 잡지의 육아 관련 기사에 사진 모델로 활동했습니다. 이 중 일부 사진을 고양의 어머니가 SNS에 올려뒀는데요, 고양은 이 사진들을 종종 인터넷에서 찾아볼 정도로 좋아합니다. 고양은 “SNS에 저의 아기 때 사진이 있는 것에 대해 좋게 생각했어요”라며 “물론 잡지에는 제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사진들도 있지만, SNS에는 예쁜 사진들만 올라가 있어서 좋았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고양이 좋아하지 않는 사진이란 아기 때 대변을 보는 사진입니다. 고양은 “잡지에 제가 똥 싸는 사진이 있거든요.(웃음) 있는데, 물론 좀 별로예요. 안 좋아요. 창피하고 안 보고 싶은 사진이에요. 그 사진을 거기에 올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라고 했습니다.


■ ‘셰어런팅’의 빛과 그림자


셰어런츠에게 SNS는 단순히 ‘이쁜 내 새끼’를 자랑하는 공간만은 아닙니다. 초보 부모에겐 ‘육아 선생님’이자 ‘육아 동지’를 만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네살 된 딸을 키우고 있는 김미영씨(36·가명)는 “SNS는 일종의 육아 동료가 생기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습니다.


갓 출산한 ㄹ맘이 조리원에서 막 태어난 아기의 웃으며 자는 얼굴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습니다. “어머머 벌써부터 살인미소 너무 귀여워요♥” “진짜 아기천사 같아요♥” 팔로어들의 댓글과 ‘좋아요♡’ 터치가 이어졌습니다. 개중에는 아기 건강을 염려하는 내용도 있었어요. “눈가 주변으로 노란 기운이 보여요 조리원간호사한테 황달 있는가 살펴달라하셔요 사진상으로 그런거길 바라며~.” ㄹ맘은 댓글에 다시 답글을 답니다. “황달치료 받고 나온 터라 아직 조금 남아 있나봐요. 한번 더 체크해볼게요. 감사합니다♥♥”


ㄹ맘은 며칠 뒤 조리원을 떠날 때 인스타그램에 육아 관련 조언을 구했습니다. “육아선배 인(스타그램)친님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조리원에서 미리 주문해야 할 쇼핑리스트 좀 알려주세요.” 즉각 기저귀와 물티슈 등 필요한 제품과 브랜드 등이 댓글로 달렸습니다. “젖병소독기보단 열탕소독이 제일 안심되고 낫다” 등의 댓글도 달렸습니다.


ㄹ맘에게 응원과 조언을 전했던 팔로어들을 랜선이모(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랜선과 이모가 합쳐져 만들어진 말) 혹은 랜선삼촌이라고 부릅니다. ㄹ맘이 아기 사진을 올리면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릅니다. 랜선이모들이 늘어나면 많은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가 되기도 하는데, 이 중에는 아기 옷이나 용품 등을 판매하는 쇼핑몰을 운영해 성공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셰어런팅은 부작용도 있습니다. 아기 사진 도용이 대표적입니다. ㅁ맘은 지난 1월 지인으로부터 회오리감자를 파는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에 아들 사진이 게재돼 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찾아보니 ㅁ맘이 직접 만들어 준 음식을 먹고 있는 아들 사진과 회오리감자 사진이 나란히 해당 사이트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아기 엄마들이 많이 활동하는 ‘맘카페’에선 아기 사진 도용에 관한 질문이 자주 올라옵니다. ㅂ맘은 한 카페에 “내 아이 사진을 내 허락 없이 올려서 사진 내리고 사과하라고 했더니 도리어 저를 이상한 여자, 싸움하고 싶어 환장한 여자 취급한다”며 “부모 허락 없이 남의 아기 사진을 함부로 사용하는 게 법적으로 처벌 가능하냐”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2016년 6월 당시 조국 서울대 교수(현 청와대 민정수석)는 페이스북에 “내가 절대 페북에 아이 사진을 올리지 않는 이유와 같다”며 SNS에 딸 사진을 올렸다가 음란 사이트에 사진이 유통돼 피해를 입은 사례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사이버민원센터(118)에도 “음란 사이트에 자녀 사진이 올라가서 항의를 하니 삭제처리해준다며 금전을 요구했다”, “자녀 사진을 도용하여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음란 사진, 음란 사이트에 올리고 있다” 등의 문의가 접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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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선 아이 사진 함부로 못 올려


2016년 10월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시에 사는 대런 렌덜(당시 13세)은 자신의 부모에게 합의금 35만 캐나다달러(약 3억원)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부모가 자신을 당황스럽게 하는 유아 시절 사진을 약 10년 넘게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것이 이유였는데요. 렌덜은 캐나다 국영방송 CBC와의 인터뷰에서 “(부모가 올린 사진들은) 나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사진을 과도하게 공유하는 부모들로부터 아기들과 앞으로 태어날 아기들이 법적으로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부모를 고소했다”고 말했습니다.


렌덜은 부모가 자신이 아기일 때 나체인 상태로 머리 위에 도넛을 올려 놓거나 초콜릿을 얼굴에 묻혀 놓는 식으로 연출해 찍은 수천장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가 “부모가 단지 당신이 귀여워서 사진을 올린 건데 너무 심각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렌덜은 “그건 부모들이 잘못 이해한 것이다. (사진을 올린 행위는) 나의 삶에 큰 영향을 준다”며 “나를 당황스럽게 하는 아기 때 사진들을 우리 반의 모든 친구들, 모든 사람들이 찾아서 볼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지난여름에 내가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할 때는 나의 변호인이 부모가 올린 사진들이 고용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고도 했는데요. 그는 “부모가 사과는 했지만 사과로는 불충분하다”며 35만 캐나다달러의 합의금에 대해선 “10년의 굴욕에 비하면 작은 돈”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한국에선 부모가 아기 사진을 SNS에 공유하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지만 외국에선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2017년 8월 공개된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의 조사 결과를 보면 영국의 부모들 중 56%는 그들 자녀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SNS에 공유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이들 중 87%는 그들 자녀의 삶이 ‘사적인(private)’ 상태로 남아있길 원한다는 이유를 밝혔고요. 반면 42%의 영국 부모는 그들 자녀의 사진을 SNS에 공유하고 있으며, 이들 중 절반은 적어도 한달에 한번 사진을 올린다고 답했습니다. 사진을 공유하는 부모들 중 52%는 자녀들이 기뻐할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고, 84%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사진만 올린다고 답했습니다.


이미 법적으로 부모가 아기 사진을 공유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관련 법 제정을 추진 중인 나라들도 있어요. 사생활 보호에 엄격한 프랑스에선 동의 없이 누군가의 사진을 배포하거나 SNS에 올리면 4만5000유로(약 5700만원)의 벌금과 1년 징역형에 처합니다. 이는 부모가 자식들의 유아 시절 사진을 올리는 것에도 적용됩니다.


베트남은 부모가 자녀의 사진이나 동영상 등 개인정보를 본인 허락 없이 SNS에 올리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일간 베트남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는 만 7세 이하 어린이의 사진, 영상 등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게시하려면 부모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만 7세 이상 어린이의 경우에는 반드시 당사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약 25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는 법안을 마련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아기 초상권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사업이사인 노영희 변호사는 “남성적 시각에서 모든 걸 바라보며 여성이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질지 몰랐다가 미투 운동 등이 활발해지면서 성인지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마찬가지로 아이들에 대해서도 이제 성인지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SNS와 초상권 시리즈 목차 〉http://bitly.kr/mnMEm


※아래의 기사(링크)를 클릭하시면 설문조사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①“엄빠, 내 똥 싸는 사진 왜 올렸어?”···육아 생중계 ‘셰어런팅’을 아시나요


②‘랜선이모’들의 육아지원 VS 사진 도용, 납치 위험···‘셰어런팅’의 빛과 그림자


③내 아이 사진 올리는데 뭐 어때? 초상권, 해외선 다르다


④내가 찍은 문 대통령 사진이 책표지에 떡하니


⑤내 그림을 미용실 간판으로? “창작자는 괴로워”


⑥낯선 SNS에서 내 얼굴을 보았다···초상권 침해일까?


⑦‘초상권 침해’는 맞는데, 손해배상은 ‘글쎄?’


⑧내 것인듯 내 것 아닌 SNS초상권···Q&A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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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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