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공회 윤종모 주교 “명상, 즐기다보면 습관 된다”

[컬처]by 경향신문

인터뷰|대한성공회 한국관구장 지낸 윤종모 주교

“명상, 자연스레 즐기다보면 습관이 된다”

대한성공회 윤종모 주교 “명상, 즐기

대한성공회 윤종모 주교가 3월 27일 <주간경향> 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쉽지만 어렵다. 명상에 처음 발을 들이는 사람도, 수십 년 동안 명상을 해온 사람도 공히 하는 이야기다.


한국의 성공회를 대표하는 대한성공회 한국관구장을 지낸 윤종모 주교(70) 역시 묘수 대신 꾸준함을 강조했다. 다만 오랜 성직생활과 대학에서의 연구·상담을 통해 윤 주교가 내린 결론은 첫걸음을 내디딜 때부터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세속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명상은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잡을 정도로 문턱이 낮아졌다. 하지만 그만큼 일시적으로 흥미를 끄는 데만 초점을 맞춘 상업성 짙은 명상단체가 늘어나는 부작용 또한 적지 않다. 지난 3월 27일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자택에서 윤 주교를 만나 명상이 범람하는 시대에 현대인들은 어느 방향으로 좌표를 잡아야 할지에 관해 들어봤다.


거리에 명상센터가 늘어나고 명상 관련 서적이 인기를 끌며 명상이 새롭게 유행하고 있다.


“너무 바쁘고 지치는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어떻게든 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IT기술이 일상 곳곳에 들어와 쉴 시간에도 쉬지 못하고 탈진하는 상황이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이 점점 더 사람을 대신하게 되면서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일하는 사람은 오히려 줄어드는 문제도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타인을 향해 편견에 가득찬 원망과 증오, 배격을 일삼는 불행한 삶이 확산되는 것은 인류를 위협하는 물질문명의 위기로 볼 수 있다.”


어쨌든 우선 좀 쉬고 마음을 가다듬어야겠다는 절박함이 가장 큰 배경인 셈인가.


“명상이란 결국 행복하고 효과적으로 삶을 사는 방법이자 기술 가운데 하나다. 우리는 마음을 기초로 모든 것을 보지만 정작 마음 자체는 잘 보지 않는다. 여러 종교적 전통에서 가르치는 깊은 묵상이든, 의사나 심리학자들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정신건강과 치유를 증진하기 위해 제시하는 방식이든 어쨌든 목적은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마음챙김’을 강조하는 명상이 부각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종교적 가르침이 명상과 잘 결합되는 지점 같다.


“기독교 전통에서의 명상은 교회가 신·구교로 갈라지기 이전부터 수도사들을 중심으로 지켜지던 ‘렉시오 디비나’라는 영성수련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성경 말씀을 되새김질하듯 되뇌면서 자기 영혼으로 스며들게 하고, 기도하며 고요히 하느님과 함께 현존을 경험하는 과정이다. 불교에서 ‘내가 누구냐’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느냐’와 같은 화두를 놓고 깨달음을 찾는 과정과 비슷하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교파의 구분을 넘고 아예 종교의 벽도 넘어 다양한 종교 전통의 사람들에 무종교인들까지 공감대를 이뤄 함께 명상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특이하게 반대로 각자의 교리와 교단을 중심으로 배타적인 갈라파고스를 만드는 것이 안타깝다.”


성공회 관구장까지 지낸 주교가 은퇴 후 명상을 가르치는 모습이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


“성공회 신부와 주교로 목회활동을 하고, 대학에서는 상담학을 공부하면서 명상이라는 도구가 아주 효과적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과거 캐나다의 대학에서 연구할 때 추운 지방이라 주변의 수녀원을 찾아 고요함 속에서 명상을 자주 했던 경험도 컸다. 그래서 지금은 앱과 인공지능으로 명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과 함께 치유명상 강의를 하며 책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성공회는 복음적인 관점과 사회참여적인 관점, 그리고 영성수련 관점까지 폭넓게 다양성을 존중하는 신앙 전통이 있다. 그런데 명상으로 영성을 키우는 것은 사실 성공회만이 아니라 어느 교단에나 전통 안에 자리잡고 있던 것이었다. 예배를 할 때건 기도를 할 때건 진지하고 깊이 있게 하면 그게 바로 명상이기 때문이다.”


종교적 신앙이 없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명상을 시작할 수 있을까.


“아주 쉽게 말하면 ‘멍때리기’ 역시 일종의 간단한 명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또는 산길을 땀흘리며 걷다가 시원한 바람이 목덜미를 스쳐갈 때 마음의 찌꺼기가 조금이라도 날아간 것처럼 느껴졌다면 그것도 명상이다. 처음에는 쉼을 얻는 차원에서 가볍게 시작해 책을 읽거나 인도자에게서 배우며 좀 더 깊은 차원으로 나아가도 된다.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의사나 심리학자들이 뇌과학과 명상을 연결시켜 연구한 결과를 치유 목적으로 쓴다거나, 생활명상을 강조하는 쪽의 안내를 받을 수도 있으니 길은 여럿이다. 특정 명상법만이 옳다는 배타적인 태도는 지양하고 자기에게 맞는 명상법을 택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가부좌 틀고 앉아서 명상하려고 해도 집중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바쁜 마음을 멈추고 흐트러지지 않는 마음의 공간을 만들려면 집중이 필요하다. 간단하게는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데 집중해도 된다. 차를 한잔 마시기까지 복잡한 절차를 거치며 다른 생각은 사라지고 집중하게 만드는 일본의 다도처럼 방편은 여러 가지다. ‘평화’나 ‘사랑’ 같은 좋은 의미의 말이나 어떤 종교의 진언, 주문 등을 외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는 요즘 나와 있는 마음챙김 명상 앱을 이용해 명상음악과 명상시를 들으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온갖 잡념이 떠오르더라도 꾸준히 하면 효과가 있을까.


“다시 집중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멈추고 그친다는 뜻의 ‘지(止)’를 수행하는 사마타 명상은 고요 속에 머무르다가 잡념이 생기면 빨리 알아차리고 호흡으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또 다른 하나인 ‘관(觀)’, 위파사나 명상은 어떤 생각이 나면 그 생각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방식이다. 지와 관을 수시로 왔다갔다 하며 둘을 함께 수련한다고 해서 ‘지관쌍수’라 부르는데, 어느 종교든 이 두 가지를 함께 수련하는 것을 강조한다.”


난립하는 명상단체 중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인도자를 찾는 기준을 제시해준다면.


“명상을 오래 하다 감각이 예민해져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동·식물 같은 생명체들과 교류할 수 있을 정도로 초자연적인 경험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런데 거기에만 빠지면 잘못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상업적인 명상단체가 없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초자연적인 경험만 중시한다거나, 명상의 본래 목적 대신 부수적인 효과만 강조하는 쪽은 피하는 것이 좋다. 널리 인정된 명상단체나 지도자, 교수, 성직자에게서 배우되 꾸준히 배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명상으로 어떤 성취를 보겠다는 태도 대신 자연스럽게 즐긴다는 마음으로 하면 어느 순간 자신의 습관이 된다. 그럼 마음이 안정되고 평화로우며 객관적으로 보고 편견 없이 현상을 보고 그 너머의 의미까지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이가 있어진다.”


그렇게 명상으로 내면을 닦으면 개인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의의가 있을 것 같다.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게 되면 자신이 갖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에 따라 배타적인 태도와 차별로 이어지는 생각의 어느 부분이 잘못된 것인지 성찰할 수 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정치인이나 기업가 같은 리더들일수록 더 명상을 많이 해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마음을 들여다 보면 그 다음으로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의 물음, 즉 부정적인 데서 긍정적 태도로 옮기고 예사로운 작은 일상에서도 감사하며 주위의 생명을 살리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2019.04.0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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