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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한국당이 소방직 국가직화를 주저하는 이유

by경향신문

강원 대형 산불을 계기로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 논의가 뜨겁습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가직 전환에 대한 국민들의 찬성 비율은 80%에 육박합니다.


소방관이 국가직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들이 통과되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적극적입니다. 키는 자유한국당이 쥐고 있습니다. 지난해말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들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의 문턱을 결국 넘지 못한 것도 한국당이 사실상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경향신문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최근 한국당 내부에서도 국가직 전환에 대한 찬성 여론은 높아진 상태입니다. 다만 주저하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10일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밝혔습니다.


“소방관의 국가직화 필요성이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가 조금 복잡한데요. 우리 지방자치에 자치의 범위를 어느 정도 두느냐 하고 맞물린 것도 있습니다. (또) 경찰직은 자치 경찰로 보고 자치 권한을 확대하는데 소방직을 국가직화하면 역행하는 것도 있어서 이것이 지방자치 권한을 어디까지로 둘까, 논의할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방직은 지자체 재정에 따라 처우에 차이가 있고 소방장비 구입 등 장비 완비 정도가 다른 부분이 있어 이 부분은 무조건 찬반 논리로 볼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국가와 지자체 간의 배분과 같이 봐야하고…소방직의 경우 사실상 시급한 필요성 있는 것은 있어서 이것을 국가직화로 두는 게 맞느냐 아니면 국가직화 아닌 다른 재정 지원을 통해 실질적으로 처우와 장비 확충을 충분히 마련하느냐 논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국가직화에 부정적 입장은 아닌데 이것은 자치 경찰하고 논의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나 원내대표의 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방관의 처우 개선과 소방 장비 완비를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한 점은 찬성한다, 다만 이를 소방관의 국가직화를 통해서 할 지 아니면 다른 방식의 재정 지원을 통해 할 지는 논의를 해봐야 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소방관의 국가직화는 경찰의 지방자치화 흐름과는 배치된다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한국당은 자치경찰제를 근거로 소방관의 국가직화를 반대해 왔습니다. 지난해 11월 28일 행안위 법안소위에 관련 법안 통과가 가시화됐습니다. 그러나 한국당 송언석 의원은 “경찰은 국가직을 지방으로 보내서 자치 경찰로 가는데, 소방직은 오히려 국가직으로 해서 방향이 정반대로 가고 있는 부분을 어떻게 설명하고 또 이해해야 되느냐”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또 “저는 한번 더 논의를 해야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조금 들긴 한다. 당내에서도 여러가지 의견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표결 직전 송 의원은 자리를 떠났습니다. 결국 법안소위 전체 10명의 위원 중 한국당 4명, 바른미래당 1명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정족수 미달로 안건 처리가 불발됐습니다.


한국당이 현재 주저하고 있는 이유인 자치경찰제 문제에 대한 지적은 언뜻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한국당이 자치경찰제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을 고려하면 다소 모순적이기도 합니다.


최근 한국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자체 안을 발표했습니다. 한국당은 정부의 자치경찰제안이 “무늬만 자치경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경찰 직군을 행정경찰, 사법경찰, 정보경찰로 분리하는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한국당은 이를 “분권화”라고 표현했는데 ‘자치경찰제’가 아니라 ‘직군 분리제’입니다. 적어도 한국당이 경찰의 지방자치화에 적극적이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과연 한국당은 이번에 어떤 선택을 할까요.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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