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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우리 집에 왜 왔니'가
일본 군 위안부 모집 놀이?

by경향신문

“우리 집에 왜 왔니”가 일본 군 위안부모집과 관련 있다?

경향신문

전통놀이 전문가들이 ‘우리 집에 왜 왔니’ 일본 기원설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유튜브 동영상 캡처. ‘초등학교 교과서 속 일본 놀이’ 자료집에서 재캡처했다.

‘우리 집에 왜 왔니’ 놀이가 일본군 위안부 모집과 관련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건 지난 5월 초 무렵이다. 일본의 ‘하나이치몬메’ 놀이에서 유래됐으며, 일제강점기 때 위안부 모집을 정당화하기 위해 당시 식민지 조선의 아이들에게 의도적으로 이 놀이를 유포했다는 것이다. 일제의 식민지배가 끝난 지도 오래인데 그런 역사적 유래도 모르고 우리의 전통놀이로 둔갑해 교과서에까지 실려 있다는 것이다. 사실일까.


검증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유튜브에는 ‘하나이치몬메’ 놀이 방법의 소개영상이 있다. 언뜻 보면 유사하다. 두 편으로 갈라선 아이들이 손을 잡고 ‘하나이치몬메’가 반복되는 노래를 부르며 아이를 지목하면 가위바위보를 해 이긴 쪽에서 아이를 데리고 간다. 그런데 음정이나 노랫말은 ‘우리 집에 왜 왔니’와 다르다. 한국어 ‘꽃’과 일본어 ‘하나(花·はな)’를 아이에 비유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일본노래 가사에 있는 오니(도깨비), 솥, 이불 등의 노랫말은 한국엔 없다.


재미있는 건 이 논란이 불거지기 전, 지난해 등록된 “‘우리 집에 왜 왔니’의 섬짓한 유래”라는 영상이다. 하나이치몬메에서 기원했다는 ‘설’이 있으며, 저 노래의 숨은 뜻은 인신매매라는 주장이다. 중요한 것은 ‘설’이라는 것이다. 도시전설에 가까운 하나의 견해이자 추측이다. 사실로 확정할 수 없다.

“일단 민원인께서 제기한 ‘우리 집에 왜 왔니’는 현행 교과서에는 안 실려 있습니다. 각계 전문가들 의견을 더 수렴해봐야겠지만….”

교육부 교과서 정책과 관계자의 말이다.


논란은 일부 전통놀이 연구가들이 “초등학교 게재 놀이들이 일본에서 유래되었다”며 “교과서에서 삭제하거나 최소한 유래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민원에서 시작됐다.


교육부에 민원을 넣은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은 “‘우리 집에 왜 왔니’뿐 아니라 ‘대문놀이’, ‘꼬리 따기’도 위안부 놀이”라고 말했다. 임 관장에 따르면 민원은 지난 7년간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넣었다.


임 관장 측으로부터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건네받았다. 그런데 자료 안에는 선뜻 다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들이 눈에 띈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노래와 놀이는 일본 것과 판박이다. 일본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는 독립운동가 남궁억 선생이 일본의 ‘다루마상가고론다’ 놀이를 번안한 것이라는 구전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검증이 필요한 주장이다.


1936년 이전 식민지 조선 아이들은 가위바위보를 하지 않았다? 글쎄. 교과서에 실린 가위바위보, 줄넘기, 시소 놀이의 일본 유래 주장은 너무 나갔다.


더 큰 문제는 저 ‘우리 집에 왜 왔니’ 놀이의 일본군 위안부 관련설이다. 위안부 논란의 핵심은 국가가 성노예를 강제동원했다는 점이다. 이를 부인하는 일부 뉴라이트·일본 우익들은 “당시 위안부들은 매춘부, 창녀들이었다”고 주장한다. ‘하나이치몬메’라는 말은 ‘1문짜리 꽃’이라는 뜻이다. 일본의 전근대 에도시대 가난한 서민이 딸을 포주에게 파는 데서 저 노래와 놀이가 기원했다는 ‘해석’을 취한다고 하더라도 위안부 문제에 적용하는 것은 비약일 뿐 아니라, 의도치 않게 성노예 강제동원을 부인하는 세력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가 된다.


‘설’과 실제 역사적 사실을 혼동해선 안 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