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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8개 자사고 탈락 이유, 교과과정 80% 넘게 입시과목 편성 ‘다양성·특화성’ 없었다

by경향신문

‘국·영·수·사탐·과탐’ 비율이 전체의 87% 넘는 학교도

8개 학교 모두 교육부가 권장하는 180개 이수단위 초과

“일반고와 똑같은 입시위주 교육이라면 특혜 줄 이유 없어”

경향신문

서울시의회 교육위 “자사고 평가결과 수용하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들이 10일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결과 수용을 자사고들에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운영성과(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8개 자사고 대부분은 교과과정의 80% 이상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에 편성해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과목 형태나 편성 시간도 학교별 차이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자사고의 본 취지인 ‘다양성과 특화성’에는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고들의 이 같은 입시과목 위주 교육은 평가 결과 탈락의 주요 이유가 됐다.

수업의 87%를 입시과목 ‘올인’

경향신문은 10일 학교 공시사이트인 ‘학교알리미’를 통해 8개교의 2015년 자연계 교과과정을 분석했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에서는 2015~2019년에 해당하는 5년간의 교육과정을 들여다봤다. 자사고들의 2015년 교과과정은 국·영·수 세 과목의 편성 비율을 전체 교과의 50% 이내로 제한한 ‘2015 교육과정’이 시행(2018년)되기 전이라 자사고들의 입시과목 편중이 극에 달했다.


분석 결과 8개 자사고들은 국·영·수 세 과목을 90단위부터 많게는 104단위까지 편성했다. 1단위란 50분 수업을 17회가량 실시하는 교과 분량이다. 교육부가 정한 고교 3년간 국·영·수 과목의 필수 이수단위는 총 30단위(각 10단위)다. 자사고들은 필수 이수단위의 3배가 넘는 시간을 국·영·수에 몰아서 편성한 셈이다.


이 때문에 고교 3년간 전체 교과단위에서 국·영·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숭문고(47.6%)를 제외한 7개교 모두가 50%를 넘었다. 쉽게 말해 이들 자사고 학생들은 학교를 다니는 내내 수업의 절반 이상을 국·영·수만 들었다는 뜻이다.


교과편성을 또 다른 입시과목인 사회탐구, 과학탐구로 확대해 살펴보면 입시위주 편성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대부고의 경우 ‘국·영·수·사탐·과탐’ 등 5개 과목 편성 비율이 전체의 87%가 넘었다. 다른 7개교도 이들 5개 과목 편성 비율이 79.1~84.4%에 달했다.

경향신문

자사고 ‘다양성·특성화’ 실종

8개교 모두 입시과목에 편중된 교과를 운영하다보니 각 영역별 세부 교과도 판에 박힌 듯 유사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자사고를 설립해 교육의 다양성과 특성화를 높이겠다”고 밝힌 취지와는 어긋나는 학교 운영이다.


학교별로 국·영·수 영역에 입시교육과 무관해 보이는 ‘선택’과목을 배치한 경우도 있지만 학생들이 실제로 이 선택과목을 들었는지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선택과목이 실제로 ‘개설’됐는지 여부는 지난해부터 조사를 시작해 아직 결과가 안 나왔다”고 밝혔다.


탈락한 자사고들의 총 교과 이수단위가 182~190단위로 교육부가 권장하는 180단위를 모두 초과하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통상 182단위가 넘어가면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건강 등에 무리가 생겨 이수단위를 줄이길 권고한다”며 “한편으로는 국·영·수 등 입시과목 편성 비율을 낮출 목적으로 이수단위를 올렸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자사고들은 이 같은 입시위주 교과편성에 대해 “학생·학부모가 원하고, 일반고들도 대부분 입시과목 위주로 편성한다”고 항변한다.


이에 대해 한 사립고등학교 교장은 “현실적으로 입시위주 교육은 일반고나 자사고나 차이가 없는 게 맞다”면서도 “그렇다면 일반고와 차이가 없는 자사고는 왜 일반고의 3~4배가 넘는 학비를 받고, 학생 선발권까지 갖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사고들의 이 같은 입시과목 치중 현상은 국·영·수 편성비율 50% 이내 제한이 생긴 지난해에 들어서야 다소 완화됐다.


서윤기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 시절 고교교육 다양성 확대를 명분으로 도입됐지만 실제 운영은 대입을 위한 입시학원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이번 재지정 평가를 계기로 교육을 입시성적과 진영논리로 재단하는 일부 집단의 편협한 교육관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