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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제주 여름여행의 별미 둘 ‘한치 낚시 & 중력 레이싱’

by경향신문

제주 밤바다 이 어둠에 담긴 쫀득한 손맛 한치가 있어

경향신문

제주 속담에 ‘한치가 쌀밥이면 오징어는 보리밥’이라 했다. 한여름 제주여행에서 한치낚시는 놓치면 아쉬울 경험이다.

한치의 계절이다

성산일출봉과 우도 사이 해상

국내 유일 바다낚시 체험 리조트

숙소까지 갖춘 2층 바지선에서

노을에 젖고 손맛에 웃고

한치의 담백한 맛에 울고


한여름 제주에서는 한치가 제철이다. 제주 사람들은 예로부터 ‘한치가 쌀밥이라면 오징어는 보리밥이고, 한치가 인절미라면 오징어는 개떡’이라고 했다. 그만큼 쫀득하고 담백한 제철 한치 맛을 쳐줬다는 얘기다. 직접 잡은 한치를 그 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배낚시는 여름 제주여행에서 놓쳐선 안될 레저 체험 1순위다. 마침 특별한 배낚시 경험을 제공한다는 곳이 있어 다녀왔다.


낚시 후엔 한라산 중산간에 자리 잡은 레이싱 테마파크에서 경주용 자동차를 타고 속도감과 스릴을 즐겼다. 두 곳 모두 문 연 지 얼마 안된 제주의 ‘신상’ 여행지였는데, 젊은이들로 바글거렸다. 체험과 먹거리가 여전히 각광받는 제주의 요즘 여행 트렌드를 살짝 엿보고 왔다.

제주의 여름 별미 한치를 찾아

경향신문

성산 앞바다의 해상 리조트 ‘아일랜드F’에서는 초보자도 쉽고 편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한치의 표준명은 창오징어. 다리가 오징어에 비해 아주 짧은데, 다리 길이가 겨우 한 치(一寸·약 3㎝)밖에 안된다고 해서 한치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있어 회, 물회, 통구이, 무침 등 즐기는 요리도 다양하다.


한치는 제주도 연안과 남해안 일대에서 6~10월 사이 많이 잡힌다. 이즈음 제주 주민들은 간단한 채비로 집 앞 바닷가 어디서나 한치낚시를 즐긴다. 관광객들은 어선을 빌려 타고 앞바다로 나가는 체험낚시 상품을 주로 이용한다. 이호, 도두, 하효, 고산 등 제주 일대 여러 항구에서 배가 나가는데 저녁 6시쯤부터 4~5시간 이어지는 한치 배낚시의 경우 1인당 5만원 정도면 경험할 수 있다.


이번엔 성산 앞바다에 떠 있는 해상 리조트 ‘아일랜드F’에서 한치낚시에 도전해봤다. 이달 초 문을 연 아일랜드F는 성산 어촌계에서 운영하던 1000t급 해상 바지선을 인수해 젊은층을 타깃으로 재단장해 오픈한 곳이다. 성산포항 우도여객선터미널에서 티켓을 구입하고 전용 배를 타면 5분 만에 도착한다. 배는 하루 종일 1시간30분 간격으로 성산항을 오간다.


체험낚시(2만5000원)는 주간엔 오전 10시, 오후 1·4시 등 하루 세 차례(각 3시간) 진행되고, 저녁 8시30분부터 3시간은 야간 한치낚시(3만5000원)를 할 수 있다. 요금엔 낚싯대 대여료가 포함돼 있다. 한치낚시엔 갯지렁이 미끼 대신 ‘에기’라고 부르는 새우 모양의 가짜 미끼를 쓰기 때문에 거부감이 덜하다. 아일랜드F에선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낚싯대 던지는 법부터 고기 잡는 법, 꺼내는 법까지 알려주고 도와주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잡은 고기는 직접 요리해 먹어도 되고 아일랜드F에서 지급하는 코인과 바꿔 식당에서 사용할 수도 있다.

성산의 밤바다에 뜬 별

경향신문

여름이 제철인 한치. 살이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있어 회, 물회, 통구이, 무침 등 즐기는 요리도 다양하다.

밤부터 시작되는 한치낚시를 기다리며 세로 50m, 가로 15m 길이의 바지선 위를 천천히 구경했다. 아일랜드F는 낚시 시설 외에도 1·2층에 15개 일반실과 1개의 스위트룸을 갖추고 있어 배 안에서 놀고 먹고 잘 수 있다. 배정받은 2층 방에선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보였다. 2층 끄트머리 갑판엔 선베드를 가져다 놨는데 바로 앞에 우도의 푸른 언덕과 하얀 등대가 펼쳐졌다. 어선 한 척이 뜬 앞바다 풍경을 그림처럼 감상하며 말없이 앉아 있는데 거짓말처럼 빠르게 시간이 흘러갔다. 배 위에서 바라본, 성산항 너머로 물들어가는 저녁노을에 마음이 더없이 차분해졌다.


1층 식당에선 제주산 식재료를 쓴 요리가 다양했다. 배에서 직접 잡은 걸 바로 튀겨낸 ‘한치 가라아게’와 한치 몸통 속을 제주 흑돼지 고기와 채소로 가득 채운 ‘한치피 고기만두’로 저녁을 해결했다. 체험낚시를 하지 않아도 왕복 승선료(4000원)만 내고 음식과 경치를 즐기러 올 만하겠다 싶었다.


드디어 해가 지고 바지선 집어등에 가지런히 불이 밝았다. 낚시꾼들이 하나둘 복도로 나와 바닷속으로 낚싯대를 던졌다. 선장이 일러준 낚시 포인트 수심은 15m. 미끼가 바닥에 닿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낚싯대를 툭툭 잡아올리며 고패질을 하면 한치가 들러붙는다 했다. 묵직한 느낌이 왔다고 너무 세게 잡아채면 한치 살이 뜯겨나가며 놓칠 수 있으니 살살 당기라는 조언을 속으로 여러 번 외웠다. 바로 앞에도 어선 몇 척이 환하게 불을 밝히며 분위기를 잡아 마음이 더 설렜다.


결론만 말하면 이날 낚시는 꽝이었다. 너댓시간을 꼼짝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스무명 남짓한 일행 중 한치를 낚아본 건 서너명뿐이었다. 그나마도 한 마리씩이 전부였다. 수온이 갑자기 낮아진 탓이라고 했다. 자정이 되었을 즈음 불빛을 보고 몰려든 전갱이 떼가 수면 위로 파팍 하고 여기저기 튀어올랐다. 멸치를 잡아먹으려 몰려든 거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꼭 약을 올리는 것 같았다. 짜릿한 손맛 같은 건 구경도 못했지만 경치 구경은 실컷 했다. 검은 실루엣으로 바닷물에 일렁이던 성산일출봉과 우도의 야경, 밤하늘 별처럼 빛나던 한치잡이 어선들의 불빛은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이었다.


다음날 오전 성산포항으로 돌아가는 배를 타기 전 한 시간 정도 짬을 내 아침 낚시에 도전했다. 전날 밤의 허탕을 만회하기 위해 이번엔 더 수월하게 물고기를 낚을 수 있다는 미끼 낚시를 해봤다. 갯지렁이를 끼워 낚싯대를 던지기 무섭게 손바닥만 한 고기들이 달려 올라왔다. 두툼한 입술과 형광빛 줄무늬가 예쁜 용치놀래기가 먼저 모습을 보였고, 주황빛 몸 색깔이 선명한 황놀래기에 쏨뱅이, 장대 등이 연달아 바늘에 걸렸다. 낚싯바늘 두 개에 물고기 두 마리가 한꺼번에 걸리는 ‘일타쌍피’도 난생처음 경험했다. 크기도 작고 먹을 생각도 없어 모두 풀어줬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중력의 힘으로 중산간을 달린다

경향신문

애월읍의 9.81파크에서는 무동력 경주용 차량을 타고 트랙을 달리며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 여름은 스피드다


애월읍에 새로 뜨는 ‘9.81파크’

무동력차 타고 경사트랙 씽씽

초·중·상 등 4등급 맞춤 코스

최고 40km 찍으면 마스터 등극

짜릿한 드리프트 한 번 어때?


성산항을 출발해 다음 체험을 위해 제주시 애월읍의 ‘9.81파크’로 향했다. 올해 5월 문을 연 9.81파크는 무동력 차량을 타고 경사진 트랙에서 속도를 즐기는 ‘중력 레이싱’(Gravity Racing)을 표방한 테마파크다. 이름에 붙은 숫자 9.81은 중력가속도를 뜻한다. 생긴 지 얼마 안된 여행지인데도 주차장에 차가 가득했다. 대부분 연인·친구 사이로 보였다.


9.81파크의 주행 코스는 초·중·상급 등 4가지로 나뉜다. 초급 코스에서 맛보기를 한 후 중급 코스에서 일정 기준(랩타임 1분25초, 최고 속도 40㎞)을 통과하면 마스터 자격이 부여되고 상급 코스에 도전할 수 있다. 최고 속도 60㎞까지 나오는 상급 코스에선 부스터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코스별로 다른 전용 차량은 제작비가 대당 2000만원에 이른다. 경주용 차를 참고해 자체 제작했는데 지상고(노면과 차 밑바닥 사이의 간격)가 5㎝로 속도감을 최대로 느낄 수 있다. 연구원 40명이 트랙 설계와 차량 제작에 참여했다고 한다. 차량은 충격이 발생해도 뒤집히지 않도록 설계됐다는데, 트랙 코너를 돌 때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핸들을 강하게 돌리면 정말로 레이싱카를 운전하는 것처럼 실감나는 드리프트를 경험할 수 있다.


출발하기 전 손목에 찬 팔찌를 차량에 인식시키면 주행 직후 랩타임, 최고 속도, 평균 속도, 최고 횡가속도, 랭킹 등 각종 정보와 함께 운전하는 모습을 찍어 편집한 동영상까지 곧바로 전용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9.81파크엔 제주의 유명 맛집을 여럿 모아놓은 푸드코트와 게임존, 기념품숍 등이 갖춰져 있다. 제주공항을 출발해 노형로타리 등을 들르는 신제주 노선(30분 소요)과 시외버스터미널·시청을 경유하는 구제주 노선(50분 소요) 등 두 개 노선의 셔틀버스도 운행하고 있어 렌터카를 이용하지 않는 관광객도 쉽게 들를 수 있다.


제주 | 글·사진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