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주역’ 김재규 사진 40년 만에 다시 군에 걸렸다

[이슈]by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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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의 육군 3군단장 시절(왼쪽)과 6사단장 시절 사진. 육군 제공

전두환 세력이 떼어냈던

3군단장·6사단장 때 사진

해당 부대에 각각 내걸려

보안사령관 당시 사진은

‘과거와 단절’ 이유로 폐기

안보지원사에 안 걸려


10·26사태(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주역으로 “유신의 심장을 쐈다”고 말했던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사진이 그가 거쳤던 부대에 걸린 사실이 31일 확인됐다. 전두환 반란세력이 실권을 잡은 ‘12·12 군사반란’ 이후 사진이 떼내진 지 40여년 만이다. 그는 육군 18대 3군단장과 15대 6사단장 등을 역임했다.


육군은 이날 “역대 지휘관 사진물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담은 ‘국방장관 및 장성급 지휘관 사진 게시 규정 등 부대관리훈령 개정(안)’에 따라 최근 김재규 전 중정부장 사진을 육군 3군단과 6사단에 내걸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역사적 사실의 기록 차원에서 역대 지휘관 사진은 (차별을 두지 말고) 전부 게시’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전 중정부장 사진은 3군단 역사관, 6사단 회의실·역사관에 각각 걸렸다. 그의 사진과 약력은 육군 3군단 및 6사단 홈페이지에도 소개됐다. 앞서 국방부는 ‘군 역사를 군 일부 세력의 입맛대로 재단하는 것을 방지하면서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지휘관 사진물과 관련한 부대관리훈령을 개정했다. 육군은 2년 전에도 김 전 중정부장의 사진 게시를 검토했으나, 일부 예비역 장성들의 압력을 의식해 입장을 바꾼 바 있다.


다만 김 전 중정부장은 육군 보안사령부의 제16대 사령관을 지냈지만,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는 사진이 걸리지 않았다. 안보지원사는 보안사나 기무사와 단절한 새로운 조직이라는 이유에서 과거 보안사와 기무사 사령관 사진을 모두 폐기한 데 따른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 5월 역대 지휘관 사진 게시를 부대 역사관이나 회의실 등에만 할 수 있도록 하되, 세부 지침은 육·해·공군 각군 총장이 정하도록 했다. 국방부는 또 부대관리훈령 개정(안)에서 예우 및 홍보 목적의 경우 ‘부패 및 내란·외환죄 등으로 형이 확정된 지휘관’ 사진의 부대 홍보관 게시는 금지토록 했다. 형이 확정된 지휘관 기준은 군인연금법 배제 대상 규정에 준용했다.


군은 그동안 10·26사태를 일으킨 김 전 중정부장 사진 게시를 금기시했다. 그가 박 전 대통령 시해를 통해 ‘군이 정권을 창출했다’는 자부심과 명분을 무너뜨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군은 전두환 군부 반란세력이 실권을 잡은 12·12사건 이후 김 전 중정부장 사진을 떼어냈고, 그가 거쳤던 부대의 기록물에서도 그의 이름을 삭제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2019.08.0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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