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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지극히 味적인 시장(14)

별님 보러 갔다가
별미 먹고 왔지요

by경향신문

영월 5일장


딸과 함께 간 ‘별마로 천문대’…

그 옆 활공장에서 본 ‘인생 밤하늘’


동강 둑길 수백미터 늘어선 5일장

2개만 먹어도 속 든든한 메밀전병

씹을수록 단맛 소금 넣어 찐 옥수수

말하는 순간 신 침이 고이는 오얏

송이처럼 쫄깃하다는 송고버섯

제철 만나 더 맛있는 식재료 즐비


다른 모양 비슷한 맛 지역 특산빵?

영월 곤드레빵은 꼭 먹어야 할 명물

경향신문

하늘도 땅도 반짝반짝 강원 영월 봉래산 정상의 별마로천문대에서는 계절마다 아름다운 별자리와 행성들을 가까이 느껴볼 수 있다. 천문대 구경 후 인근의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즐기는 영월 야경도 놓쳐선 안될 여행 코스다.

방학한 딸아이와 별 볼 일을 만들었다. 10년 전 겨울, 영월에 있는 별마로천문대에 갔었다. 큰 망원경으로 별구경 한다고 가기 전부터 설렜는데 펑펑 내리는 눈에 다음을 기약한 채로 10년이 지났다. 이제는 17살 여고생이 됐지만 여전히 아빠와 떠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딸아이에게 10년 전 이야기를 하며 같이 갈까 하니 0.1초 만에 ‘콜’을 외친다. 천문대 운영시간 중 가장 늦은 시간인 밤 10시로 예약하고 영월로 떠났다.


별마로천문대는 영월 시내를 굽어보는 해발 800m 봉래산 정상에 있다. 시내를 지나 구불구불 산길을 20분 정도 올라야 천문대에 도착한다. 성수기에는 사람이 몰리는 탓에 예약이 필수다. 천체투영실에서 관람하는 계절 별자리를 먼저 구경한다. 이어 4층에 있는 천체망원경으로 이동해 달, 목성, 토성 등을 관찰하는 40분 정도의 코스다. 천문대 구경이 끝나면 바로 하산하지 말고 천문대 바로 옆에 있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꼭 가야 한다. 빛나는 영월 읍내의 야경 위로 떠오른 수많은 별을 볼 수 있다. 놓치기 아까운 풍경이다. 휴대폰 삼각대를 가져간다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포인트다.

오래 씹어야 느낄 수 있는 ‘진짜 단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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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전병

영월 오일장은 4·9가 들어간 날 열린다. 장날 전날인 18일에 도착한 우리는 먼저 배를 채우러 서부시장으로 향했다. 영월 읍내에 있는 서부시장은 맛난 것이 많은 상설시장이다. 메밀전병만 해도 나름 전통과 맛을 자랑하는 집이 스무 곳 정도 있다. 메밀전병, 메밀전, 올챙이국수가 주메뉴다. 얇게 부친 메밀전 위에 매운 김칫소를 넣어 돌돌 만 것이 메밀전병이다. 1인분 두 개만 먹어도 속이 든든하다. 메밀전이나 올챙이국수를 더하면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시장을 떠나기 전 닭강정집에 들르는 것은 필수다. 살짝 매운맛으로 인근에서 유명한 집 두 곳이 있다. 혼자만의 출장이라면 들르지 않았겠지만, 딸아이와 같이 온 여행인지라 야식으로 포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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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다음날 영월을 가로지르는 동강 둑길 위로 수백m 길이의 장이 섰다. 영월 오일장은 인근의 제천 한마음장, 평창 올림픽장을 걷는 길로 연결한 ‘장돌뱅이 컬처 루트’다. 영월 오일장 상품 중에서 제천이나 평창의 농산물이 자주 눈에 띈 것은 연결된 길처럼 상인들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답게 옥수수가 눈에 많이 띈다. 막 수확한 옥수수 알갱이를 누르면 하얀색을 띤 불투명한 액체가 튀어나온다. 이 액체의 성분은 포도당. 시간이 지나면 액체는 화학 변화를 거쳐 전분이 된다. 그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기에 옥수수를 포장할 때 상자가 아니라 망에 담는다. 수확하고 하루가 지나지 않은 옥수수는 뜨끈뜨끈하다. 열이 나는 옥수수를 삶을 때는 사카린이 필요 없다. 소금만 넣고 삶아도 달다. 한 봉지 3000원에 산 옥수수를 베어 물었다. 단맛이 없다. “아빠, 안 달아.” “조금만 더 씹어봐.” “오호 이제 좀 다네.” 사카린을 넣지 않고 삶은 것은 씹고 씹어야 비로소 단맛이 느껴진다. 설탕 단맛의 300배 정도인 사카린을 넣은 것은 바로 단맛이 훅 치고 들어오지만, 끝맛은 쓰다. 인공감미료의 단점이 바로 쓴맛이다. 소금만 넣고 삶은 옥수수는 깔끔한 단맛이 매력이다. 산지 아니면 맛보기 힘든 맛이다.

자판을 두드리면서도 신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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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얏

자두는 여름 과일이다. 경상북도가 자두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 강원도 일부에서도 자두가 나지만 경북과 비교하면 미미하다. 자두는 수백가지 품종이 있지만 대부분 생산하는 것은 대석조생, 포모사(후무사), 추희 정도다. 대석조생과 추희는 일본에서, 포모사는 미국에서 들여온 품종이다. 외래 품종이 들어오기 전 이 땅에서는 오얏이 자라고 있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매지 마라’ 할 때 오얏이 바로 재래 자두다. 단맛이나 생산량이 떨어져 개량종 자두에 밀려 이 땅에서 찾기 어렵게 됐다. 작년에 종묘에서 덜 익어 파란 오얏을 보면서 기회가 되면 맛보고 싶던 참이었다. 오일장을 구경하던 중 자두 같은데 자두 같지 않은 것이 눈에 띄었다. 슬쩍 가서 “자두인가요?” 물어보니 “오얏”이란다. 심 봤을 때 심정은 아니더라도 반가웠다. 반가워하는 내 모양새를 보고 아주머니가 오얏 하나를 건넸다. 손으로 쓱쓱 닦아 베어 물었다. ‘물었다’라고 자판을 두드리는 지금 이 순간 입안 가득 또 침이 고인다. 빨간 모양새와 달리 시큼했다. 덜 익은 과일의 떫은 신맛은 아니었지만, 대석조생이나 포모사 같은 달콤한 맛은 없었다. 하나를 먹다 보니 신맛 속에 숨은 단맛이 있어 매실이나 다른 과일처럼 청으로 만들면 훌륭한 음료가 될 듯싶었다. 오얏을 한 번 먹었다. 두 번은 ‘글쎄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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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고버섯

송화버섯, 송고버섯, 송이향 등으로 불리는 버섯이 있다. 송이와 표고의 장점을 모아 만든 버섯이라 소개한다. 실상은 표고버섯의 일종이고, 본명은 송고버섯이다. 같은 표고버섯이라도 품종이 다양하다. 송고버섯은 저온에도 잘 자라는 표고버섯이다. 송이와 관련은 없지만 쫄깃한 식감과 풍부한 향만으로 충분히 식재료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만한 버섯이다. 송고버섯이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말 만들기 좋아하는 누군가가 송이의 명성을 빌려온 것이 정설이 되었다. 송고버섯이 있는 배지를 온도, 습도 조절하며 20일 정도 지나면 첫 수확을 한다. 일주일 수확하면 일주일은 휴지기를 가진다. 버섯을 따고 쉬고 두 번 정도 더하면 배지는 비료나 사료로 사용한다고 한다. 송고버섯은 특별한 버섯은 아니고 맛있는 표고버섯이다.

영월에서 한우 제대로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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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한우

아이랑 외식한다면 첫 번째 선택은 항상 고기다. 어릴 때는 소고기 맛없다고 돼지고기만 먹던 아이가 이제는 종의 구분을 안 한다. 소고기를 선택하는 만큼 외식 비용은 늘어난다. 이럴 때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영농조합에서 운영하는 정육식당에 가는 것이다. 동강한우타운은 영월 한우 생산자들이 운영하는 정육식당이다. 조합원들이 생산한 한우 고기만 파는 정육점과 상차림비를 받는 식당을 함께 운영한다. 정육점에서 가장 많은 진열 면적을 차지하는 부위는 등심이다. 등심이 가장 맛있어서 진열 면적이 넓은 것은 아니다. 소 한 마리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부위가 등심이라서 그렇다. 소 한 마리에서 30㎏ 이상 나오는 등심과 달리 제비추리, 안창살, 토시살은 1㎏ 내외 나온다. 보통 특수부위라고 해서 특별히 비싼 가격에 팔리는데 사실 맛까지 특별한 것은 아니다. 나오는 양보다 찾는 이가 많아서 비쌀 뿐이다. 정육식당에서 고기를 고르는 요령은 특수부위, 안심을 먼저 선택하고 나중에 지방이 많은 갈빗살이나 등심을 선택하는 것이다. 생산자가 운영하는 곳은 특수부위와 등심의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지방이 적고 육향이 좋은 부위로 시작해서 지방이 풍부한 부위로 마무리하면 좀 더 맛있게 소고기를 즐길 수 있다. 이 또한 참고 사항일 뿐 구워 먹는 소고기에서 좋아하는 부위는 있어도 가장 맛있는 부위는 없다. 취향껏 고르면 된다. 안창살과 제비추리를 선택했다. 400g 정도가 4만원 조금 넘었다. 웬만한 식당 등심 1인분 가격이다. 동강한우타운(033-372-1550).


아이와 외식 두 번째는 짬뽕에 탕수육이었다. 짬뽕을 무슨 맛으로 먹냐 하던 녀석이 이제는 맞(짬)뽕이다. 그동안 딸아이에게 밥 해주면서 편식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 또한 편식을 했지만 자라면서 사라졌기에 먹지 않겠다는 걸 억지로 먹이지 않는다. 다만 한 번은 맛을 보고 결정하게끔 한다. 선입견으로 호불호를 가리지 못하게 한다. 나도 소주를 마시면서 어릴 때 안 먹던 굴이나 대파를 찾아 먹곤 했다. 또 한 가지, 밥상머리에서 하는 잔소리는 애써 차린 식탁을 걸인의 식탁보다 못하게 만든다. 음식을 앞에 두고 잔소리는 안 한다. 우리가 찾은 집은 메뉴판에 짜장면이 짬뽕보다 아래에 적혀 있는 짬뽕 전문점이었다. 해물 베이스의 짬뽕도 좋았고 재료를 볶을 때 삼겹살을 넣어 지방의 맛을 더한 짬뽕도 맛있었다. 달지 않은 소스에 잘 튀긴 탕수육을 2인 기준 1만원으로 추가할 수 있다. 오전 11시부터 영업하고 금세 자리가 찬다. 원짬뽕(033-374-7733).

영월 곤드레빵은 차원이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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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레빵

출장 가보면 밤 11시에도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곳이 읍내에는 꼭 있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빵집은 늦게까지 영업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상관없이 지역의 맛을 품고 있는 빵집도 있는데, 영월에는 곤드레 붕생이라는 빵집이 있다. 영월 특산물인 곤드레로 빵을 만드는 곳이다. 곤드레로 빵을 만든 계기가 재밌다. 몇 년 전 지역의 족구 모임에서 두 사람이 만났는데, 한 사람은 제과 기능장이고 또 한 사람은 유기농 곤드레 생산자였다. 두 사람의 의기투합으로 곤드레빵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농협 매장에서 팔다가 최근 독립 매장을 오픈했다. 빵 나오는 시간보다 일찍 간 탓에 영월 감자와 곤드레로 만들어 가장 인기 있는 치아바타는 사지 못하고 곤드레 팥빵과 영월 팥으로 만든 앙버터를 사 왔다. 지역마다 특산물 이름을 딴 빵들이 많이 있다. 호두과자와 비슷한 반죽에 공장에서 만든 팥앙금을 넣고 이름과 모양은 제각각 다르지만 맛은 비슷한 빵들. 영월 곤드레빵은 그런 빵들과 결이 다르다. 특산물 모양만 틀에 찍어 낸 것이 아니라 지역의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다양한 빵맛을 즐길 수 있다. 영월에 간다면 꼭 들러야 할 빵집이다. 곤드레 붕생이(033-37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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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오일장은 시내를 가로지르는 동강의 둑길을 따라 기다랗게 이어진다.

아이가 방학을 맞으면 꼭 여행을 계획한다. 멀리 오래 가는 것도 좋지만 1박2일 짧은 기간도 준비만 잘하면 알차고 맛있게 보낼 수 있다. 가는 동네 주변의 오일장 날짜만 알아도 여행의 묘미는 한층 배가된다. 보다 여행의 맛을 더하려면 오일장 날짜 검색할 때 지역의 제철 음식을 함께 찾아보면 된다. 돌아오는 길, 눈꽃열차를 탔는데 눈이 내리지 않았던 태백 눈축제에 갔던 기억을 딸아이가 끄집어냈다. 이번 여행이 나름 재미있었는지 또 가자는 신호다. 방학이 끝나기 전 태백을 다시 같이 가기로 했다.


필자 김진영 식품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