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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더 깊어진 겨울왕국…다만 ‘렛잇고’는 없다

by경향신문

‘겨울왕국2’ 21일 개봉

경향신문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2> 는 엘사와 안나, 크리스토프와 스벤 그리고 올라프가 다시 모여 이야기로만 전해지던 마법의 숲으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겨울왕국>보다 깊어졌다. 하지만 ‘렛잇고(Let it go)’엔 못 미친다. 지난 18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2>에 쏟아진 궁금증에 한마디로 답하자면 이렇다.


‘렛잇고’를 필두로 하는 환상적인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ST),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된 획기적인 스토리로 전 세계에 ‘엘사 열풍’을 일으킨 영화 <겨울왕국>(2014)의 속편 <겨울왕국2>가 21일 개봉한다.


<겨울왕국2>가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전편을 뛰어넘는 또 하나의 ‘신화’가 될 수 있을지 개봉 전부터 기대가 뜨겁다.


‘성장은 진실 마주하는 것’ 메시지

깊어진 철학에 진보된 여성서사


‘속편은 전편보다 못하다’는 통념에 영화는 보다 깊어진 메시지, 넓어진 세계관이라는 준비된 카드로 응수한다. 두 주인공 엘사와 안나는 전편 배경인 아렌델 왕국 너머 마법의 숲까지 확장된 세계를 누비며 변화와 성장, 문명과 자연의 공존 등 심오한 주제를 온몸으로 겪어낸다. 다소 무거워진 이야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더 화려하고 풍성해진 볼거리들이다. 특히 한층 강력해진 엘사의 마법이 ‘인투 디 언노운(Into the Unknown)’ 등 다채로운 사운드트랙과 함께 스크린을 수놓을 때 극장은 꿈결 같은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다. 다만 ‘렛잇고’나 ‘같이 눈사람 만들래’, ‘사랑은 열린 문’만큼 마음에 박히는 트랙을 하나 꼽기 힘들다는 것이 <겨울왕국2>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아쉬움이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진실과 마주할 수 있겠니?”


영화는 하나의 질문과 함께 시작된다. 전편 이후 3년이 지난 어느 날, 아렌델 왕국은 안온한 가을로 가득 차 있다. 빨갛고 노란 단풍들이 빛나는 평화의 세계에서 난데없는 불안을 느끼는 두 인물이 있다. 늠름한 여왕이 된 엘사와, 우리의 ‘무한 긍정 아이콘’ 눈사람 올라프다. 엘사는 안전한 현실을 뿌리치고 위험한 모험을 떠나고 싶은 매혹에 휩싸이고, 올라프는 ‘어른이 된다는 건 세상과 나를 맞추는 것’에 불과한 게 아닐까 걱정한다. 무관해 보이는 두 인물의 고민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성장이란 두려워도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라는 하나의 답을 향해 내달린다. 갑자기 찾아온 왕국의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마법의 숲을 찾아 떠나는 엘사와 안나, 크리스토프와 스벤 그리고 올라프의 모험은 곧 자기 자신과 세상의 진실을 만나는 철학적 여정이 된다.


깊어진 철학 위로 보다 진보된 여성서사가 새겨진다. 특히 엘사와 안나 두 자매가 완전히 다른 경로의, 각자 설득력 있는 성장서사를 이뤄낸다는 점에서 탁월하다. ‘주체적인 여성’ 하면 떠오르는 판에 박힌 이미지를 간단히 부수기 때문이다. 엘사는 생각한다. 왜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마법의 힘을 지닌 채 태어났을까. 엘사가 진실을 향한 모험에 거침없이 뛰어든 이유는 왕국을 구하기 위한 책임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을 온전히 알고자 하는 욕망이 더 크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한 욕망에 달떠 어둠의 바다에 무작정 몸을 던지는 엘사의 모습에서 새롭게 떠오른 여성 주체의 모습을 본다. 그가 파도에 부딪치기 위해 망토를 벗어던지고 치마가 아닌 바지를 입었다는 사실은 그저 부차적일 뿐이다.


엘사·안나, 각기 다른 경로 통해

설득력 있는 성장서사 보여줘

OST는 전편에 못 미쳐 아쉬움


홀로 위험을 감당하려는 엘사를 말리던 안나는 결국 그와는 다른 길을 간다. 엘사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골몰하는 사이 안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걱정한다. 안나는 숨겨져 있던 진실이 드러날수록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책임을 느끼고 이를 이행하기 시작한다. 선조의 잘못을 바로잡는 안나의 행동에선 문명이란 이름으로 자행돼온 인종차별과 환경파괴를 뒤늦게나마 반성하겠다는 무거운 책임의식이 느껴진다.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이 기성세대에 맞서 ‘기후행동’에 나서는 현실 풍경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이렇게 엘사와 안나는 서로 다른 동기와 방법을 통해 각자의 성장을 일궈낸 새로운 ‘여성 롤모델’로 스크린 위에 다시 섰다.


메시지가 깊어졌다고는 해도, <겨울왕국2>는 여전히 신나는 음악과 모험으로 똘똘 뭉친 유쾌한 애니메이션이다. 특히 올라프의 유머 감각이 물이 올랐다. 올라프 버전으로 요약된 <겨울왕국> ‘풀 스토리’는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백미다. 크리스토프와 스벤의 비중은 전편보다 낮아졌지만 1990년대 팝 뮤직비디오 패러디 등 성인 관객이 즐길 만한 유머를 그려내는 데 한몫했다. 이 밖에 무시무시한 귀여움을 뽐내는 새 캐릭터 불의 정령 부루니의 인기가 개봉 후 치솟지 않을까 예상된다. <겨울왕국2>는 19일 오후 4시 기준 예매율 86.5%로 예매 관객수만 70만명을 넘어서며 개봉 전부터 극장가를 장악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