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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풍자 예술’ 검열과 탄압이 키웠다…비판과 소통을 벼렸다

by경향신문

시국 풍자로 ‘유쾌한 저항’ 이끄는 작가 4인

‘풍자 예술’ 검열과 탄압이 키웠다…

사진1)홍성담 화백이 지난 3일 안산 초지동 작업실에서 풍자화 ‘벚꽃노리’를 배경으로 서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을 기념해 2013년에 그린 그림으로 허무함을 의미하는 벚꽃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는 대통령의 뒷모습을 표현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둔 현실을 예언한 작품이 되었다.

풍자? 그것은 ‘사이다’이다. 유쾌한 저항이다. 권력에 웃음으로 맞서 권위를 해체한다. 많은 예술인들이 정권을 비판하는 창작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 현 시국과 관련된 것들이 주요 소재다. 시대의 가장 첨예한 지점에서 풍자를 무기로 싸우고 있는 작가 4명이 있다.

 

‘민중화가’ ‘5월 화가’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홍성담 작가(62)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의 핵심 자료인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업무일지)에 14번 이름을 올렸다. 2014년 8월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시를 위해 그린 ‘세월오월’은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했다. 정부는 발끈했다. 전시 주최 측과 논의해 대통령 얼굴을 닭대가리로 고쳐 넣었지만 작품은 걸리지 못했다. ‘거슬리는’ 예술가에 대한 집요한 탄압을 홍 작가는 “정통성과 도덕성이 취약한 정권의 콤플렉스”라며 “금기에 도전하는 것이 예술가이며 권력과 필연적으로 불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시 중인 ‘세월호 연작’을 이어가면서 새 계획을 밝혔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나를 14번이나 사랑스럽게 불렀으니 이제 내가 답할 차례다. 그의 일대기를 풍자화의 최고 정점 포르노그래피로 그릴 것이다.”

‘풍자 예술’ 검열과 탄압이 키웠다…

팝아티스트 이하 작가가 지난 1일 서울 우이동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배경 작품 ‘샤먼 코리아’는 박근혜 대통령 머릿속에 들어 있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중심으로 국정농단 및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된 인물 등을 그려 넣었다.

서울 우이동 작업실에서 만난 팝아티스트 이하 작가(49)는 “이 나라 정치에 참을 수가 없었다”며 풍자를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 풍자 포스터를 거리에 붙이며 시작한 작업의 길은 험난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백설공주에 빗댄 포스터 등으로 기소됐고, 거리에서 ‘미친 정부’ 지명수배 전단을 뿌리다 경찰에 체포됐다.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 등에서 배포한 ‘박 대통령 머릿속 최순실’ 그림 스티커는 인기를 끌었다. 이 작가는 6번이나 기소됐다. 수십 차례 법정에 섰고 숱한 미행과 감시를 받았다. ‘블랙리스트 2관왕’이라는 그는 “권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예술가들의 숙명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올해는 “경제독재에 대해 시비를 걸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풍자 예술’ 검열과 탄압이 키웠다…

배인석 작가가 지난 2일 서울 망원동 민예총 사무실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촛불집회에서 주목받은 작품인 ‘나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부담스럽습니다’ 앞에 서 있다. 6월항쟁 당시 박불똥 화가가 그린 ‘나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부끄럽습니다’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배인석 작가(49)는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과 용산 철거민 참사, 쌍용차 희망버스와 강정마을 등 굴곡진 역사의 현장에서 파견 작가로 참여하며 정부 비판에 앞장서 왔다. 배 작가는 기존의 다양한 작품을 차용해 소재로 활용하는 콜라주 기법의 작품을 많이 내놓았다. 평택 대추리를 되새겨보자는 의도로 수묵화를 이용해 작업한 ‘퇴계(退溪)하여 평택을 생각한다’가 대표적인 경우다. 2015년에는 ‘나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부담스럽습니다’라는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방독면과 헬멧을 쓴 백골단들에게 연행되는 모습이 담긴 그림이다. 배 작가는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새해 선물로 기획한 작품이었다”고 밝혔다. 블로그를 통해 글쓰기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 배 작가는 “정권교체 이후 참여예술이 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는 잡지를 만드는 것이 올해의 목표”라고 말했다.

‘풍자 예술’ 검열과 탄압이 키웠다…

이구영 작가가 10일 경기 용인시 작업실에서 지난달 국회에서 전시되어 논란이 된 작품인 ‘더러운 잠’의 후속작인 ‘블랙’을 공개하고 있다. 이 작품은 마네의 ‘올랭피아’와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를 패러디했다.

경기 용인의 작업실에서 만난 ‘더러운 잠’의 이구영 작가(50)는 공공미술 작업을 주로 해 왔다. 시국을 비판하는 풍자화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성비하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이 작가는 “국정농단의 민낯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 여성비하 의도는 없었다”면서 “내용이 국정파탄에 대한 풍자임에도 ‘왜 벗겼느냐’는 것만 비난하고 있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가리키는 달을 봐 달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다만 “작품의 완성도와 관련해 ‘게으른 패러디, 실패한 풍자’와 같은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지난달 보수단체 회원이 파손한 ‘더러운 잠’을 최근에 다시 그렸다. 이를 패러디한 2탄, 3탄 작품을 계속 내놓을 예정이다.

 

청와대는 정권을 비판하는 예술인들의 리스트를 작성해 불이익을 주며 탄압해 왔다. 하지만 작가들은 “예술작품은 대중과 소통하면서 무서운 힘이 되고 결국 세상을 바꾼다”며 물러서지 않는다. 누르면 누를수록 용수철은 더 높이 튀어오르듯 탄압이 거셀수록 ‘유쾌한 저항’은 더 강해진다.

 

사진·글 정지윤·강윤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