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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우리의 여행이 만족스럽지 못했던 이유

나는 네가 이번 여행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by클룩 KLOOK

“여행은 즐거워. 아니 즐거워야 해. 피 같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멀리까지 다녀오는 건데, 이 행위가 즐거움을 남길 수 없다면 완전히 실패한 투자가 되는 거지.”

사업을 하고 있는 친구가 말했다. ‘돈과 시간을 써서 즐거움을 남긴다 = 투자를 해서 이윤을 남긴다.’ 역시 사업가다운 말이었다. 나도 일정부분 동의를 한 건 사실이지만, 이질감이 더 들었다. 과연 여행과 사업을 동일 시 시킬 수 있을 것인가. 여행은 반드시 즐거움이나 추억 같은 이익을 남겨야 하는 것인가. 아니, 여행이 주는 즐거움과 추억을 이익이란 단어로 굳이 치환시켜야 하는 것일까.

나는 네가 이번 여행에서 한 일을 알

여행은 한 권의 책을 읽는 일이 아닐까 싶다. 책은 열심히 정독하여 읽는 사람도 있고 설렁설렁 속독하는 사람도 있다. 읽다보면 재밌는 부분도 있고 어려운 부분도 있고, 그래서 건너뛰게 되는 부분도 있다. 재밌는 책이 있는가 하면 정말 지루한 책도 있다. 어쨌거나 우린 한 권의 책의 끝을 보고 두 번째 책의 시작을 기대한다. 그 모든 행위를 책을 ‘읽었다.’ 고 얘기한다. 그 과정에서 물론 지식을 남기고 유용한 정보를 남기면 더 좋겠지만, 그 책을 읽었다는 것엔 변함이 없다. 여행도 그런 거다. 그저 다녀왔다는 것.

 

뭐, 어쨌거나 ‘잘’ 다녀온 여행이 더 좋은 것만은 확실하다. 그럼 그동안 다녀왔던 당신의 여행을 떠올려 보자. 나홀로 떠나는 여행, 가족여행,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 떠난 여행... 그 수많은 여행 들 중 유독 즐거이 잘 다녀온 여행은 대체 뭐가 특별했던 걸까.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던 여행의 원인은 뭘까. 친구 말따라 투자대비 확실한 이윤을 남기기 위한 여행의 철칙을 정리해봤다.

여행파트너론 적당히 친한 사람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나는 네가 이번 여행에서 한 일을 알

우정은 성격 좋은 사람과 맺어야겠지만 여행은 성향이 맞는 사람과 떠나는 것이다. 물론 성격과 성향이 다 잘 맞는 친구와 여행을 다녀오는 게 베스트겠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니 성격이 그리 맞지 않아 적당히 친한 친구와도 성향만 비슷하다면 얼마든지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단 얘기.

 

성격이 좋아 내게 맞춰주는 친구와 여행을 떠난 들, 당신이 즐기는걸 함께 즐기지 못하는 파트너와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즐거울까? 그러니 호텔 조식은 꼭 먹어야하는지, 먹방을 위해선 1일 5식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지, 미술관이나 유적지를 방문하는데 귀찮음은 없는지, 평균 2km의 도보는 거뜬히 걸을 의향이 있는지, 술은 얼마나 마시는지 등 성향이 잘 맞는 사람을 골라 여행을 떠나는 게 좋다.

가족여행은 당신이 다녀왔던 여행지 중에서 선택하라.

연인과의 여행은 신경써야할게 많다. 그런데 연인과의 여행보다 몇 배는 더 피곤한 게 바로 어른들을 모시고가는 가족여행이다. 여행객이 아니라 가이드의 역할을 하게 되므로, 여행이 아닌 일이 되어 버린다. 아무리 뛰어난 맛 집이라 해도 입맛에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그런 집이 비쌀 경우 더 눈치가 보이고, 도보 동선이 애매할 경우 피로도 까지 신경써야하며, 거기에 어르신들 특유의 고집이 문득문득 나오기라도 하면 여행을 괜히 온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하필 이 여행지가 내가 무척이나 와보고 싶던 그런 여행지라면? 스트레스는 아마 몇 배가 될 거다. 내가 보고 싶고, 먹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을 포기해야 하는 그 기회비용까지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족여행은 내가 다녀왔던 여행지, 그래서 새로이 관광하는데 큰 미련이 없는 여행지로 선택하는 편이 낫다.

계획과 즉흥은 8:2 정도가 좋다.

나는 네가 이번 여행에서 한 일을 알

지나치게 계획을 짠 여행도 재미가 없고, 그렇다고 즉흥에 모든 걸 맡기자니 불안하다. 그래서 계획과 즉흥의 비율은 8:2가 좋다. 우선 여행계획은 철저히 짜야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플랜B까지 필수로 짜놓은 뒤 선택적으로 그걸 지키면 되는 거다. 혹자는 완벽한 계획에 맞춰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여행 계획을 짤 땐 다른 사람들의 후기가 바탕이 되는 게 대부분이다. 사람인이상 개인별 호불호가 명확히 들어맞을 순 없고, 그러니 현지에서 직접 내게 맞는 계획으로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도 중요하다. 플랜B가 아니라 플랜C,D,E,F 까지 미리 짜놓는 사람이라면 즉흥과 계획의 경계가 애매해지겠지만.

항공권, 숙소, 그 다음은 액티비티 예약이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절차는 대충 이렇다.

 

‘휴가날짜를 얻는다(혹은 항공권특가를 발견한다)-여행지를 선택한다-항공권을 예매한다-숙소를 예약한다-블로그 및 카페를 열심히 검색하여 스케줄을 짠다.’

 

이 외에 하나를 추가하고 싶은 게 바로 액티비티 예약이다. 우린 여행지에서 즐길 수 있는 각종 액티비티를 검색만 할 뿐, 마치 항공권이나 숙박권처럼 그걸 예약해야겠단 생각까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시대가 좋아진 결과, 대부분의 액티비티는 우리나라에서 미리 예약을 하고 현지에서 편히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여행 필수품인 구글맵을 마음껏 쓸 수 있는 유심칩이나 포켓파이, 수하물서비스, 교통패스, 각종 랜드마크의 입장권 및 할인 이용권, 교통카드는 물론이고 심지어 기념품까지 미리 구매가 가능하다.

 

흔히 액티비티 예약을 생각하면 패키지여행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그것과는 다르다. 심심한 패키지여행은 싫고 자유여행은 부담스러울 경우(특히 가족여행과 같은 여행에서), 액티비티를 미리 예약하는 건 여행의 즐거움 획득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심지어 그 모든 구매상품은 모바일로 이용 가능하므로 분실우려도 없다. 줄을 서야 하는 대기 시간 등으로 불필요한 시간을 소모하는 걸 방지하는 건 당연한 얘기고. 그러니 이제 항공권 예약 다음에 액티비티 예약이라는 단계를 필수로 만들어 보는 건 어떨지.

필자 김정훈

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여행 칼럼니스트,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