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생선 라푸라푸, 우리나라에선 비싼 다금바리라고?

[푸드]by 클룩 KLOOK

라푸라푸가 궁금한 어느 여행자의 사연

안녕하세요. 지난주 필리핀 음식에 대한 글을 너무 잘 봤어요. 몇 년 전, 보홀에 다녀왔었거든요. 그때 생각이 참 많이 났어요. 전 시니강도 입맛에 맞았었지만, 레촌이 정말로 맛있었어요. 그 특유의 간장소스를 집에서 만들어 먹으려고 고생 꽤나 했었었는데.

 

그러다 지난 여행에서 못 먹고 온 음식이 하나 생각나 버렸어요. 바로, 다금바리요. 필리핀에선 라푸라푸라고 불린다는 그 생선 말이죠. 한국에선 그렇게 비싸다는 고급어종인데 필리핀에서는 엄청 싸다면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 상 그걸 못 먹고 왔네요. 이제 와서 그 아쉬움이 떠오를 줄은 몰랐어요. 내년쯤 세부에 갈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꼭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최근, 일부 지인들에게서 라푸라푸는 굳이 안 먹어봐도 된다는 얘길 들었어요. 전혀 아쉬워할 필요 없다고, 그냥 동네 횟집에서 먹는 광어가 더 맛있다고 말이죠. 심지어 라푸라푸는 다금바리가 아니라는 말까지..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어요. 맛이야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지만, 라푸라푸와 다금바리가 같은 물고기가 아니라는 건 좀 의아하더라고요. 제가 잘 못 알고 있는 건가요?

칼럼니스트의 조언

라푸라푸!

다금바리라고 ‘불리는’ 필리핀의 생선입니다. 필리핀, 특히 세부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식자재죠. 회로도 먹고 찜으로도 먹는, 필리핀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생선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난주에 소개하지 않은 이유는... 네. 죄송합니다. 저 역시 라푸라푸를 그렇게 맛있게 먹지 않았거든요.

 

개인적인 기호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누군가는 맛있게 먹었을 테니까요. 그래도, 라푸라푸를 안 먹고 와서 아쉬워하고 있는 사연자에겐 분명 반가운 얘기가 되겠죠? 하하

필리핀 생선 라푸라푸,  우리나라에선

ⓒflickr. ljayllejay

현지 사람들은 라푸라푸를 찜이나 구이로 먹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라푸라푸 회를 즐겨 찾죠. ‘라푸라푸=다금바리’이고, 비싼 생선을 찜으로 먹는다는 건 배신이라는(?) 일종의 관념 때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전, 굳이 세부에서 라푸라푸를 먹어야 한다면 찜이나 구이를 선택하겠어요. 지금 이 시간에도 라푸라푸 회를 권유하고 있을 수많은 횟집 사장님껜 정말 죄송하지만, 라푸라푸라는 생선의 회에선 특별한 매력을 못 느꼈거든요. 특별히 찰지고 쫄깃한 식감도 아니고, 맛이 고소한 지도 잘 모르겠고요. 오히려 좀 푸석푸석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더운 나라니까 수분이 너무 급하게 빠져서 그런가 하고 생각했었죠.

 

맛이 없다 해도 ‘그 비싸다는 다금바리’니까 한 번쯤은 먹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얘기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예요. 결론부터 얘기할게요.

우리가 원하는 그 다금바리와 라푸라푸는 다른 어종입니다.
필리핀 생선 라푸라푸,  우리나라에선 필리핀 생선 라푸라푸,  우리나라에선

사진 : 다금바리(좌), Lapulapu(우)

다금바리라는 생선은 농어목 바리과에 속하는 생선입니다. 바리는 그루퍼라고도 불리는 바닷물고기죠. 바리과엔 다양한 ‘바리’ 어종들이 있어요. 학명으로도 다금바리인 오리지널 다금바리를 비롯해서 자바리, 능성어, 갈색 둥근 바리, 흉기 흑점 바리 등이 그 주인공들이죠. 진짜 오리지널 ‘다금바리’는 거의 없다고 보면 돼요. 심해어에다 남방 물고기라서 잡히는 경우가 정말 드물거든요. 일 년에 손꼽을 정도로 희귀종이죠. 그래서 어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없어요. 직접 낚거나, 혹은 선장(혹은 낚시의 고수)에게 부탁하여 직접 사는 수밖에 없어요. 이때 가격은 어마어마하죠. 수백만 원을 호가하니까요.

 

다금바리 하면 제주도가 떠오르잖아요. 제주도의 수많은 횟집에서 2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으로 다금바리를 팔고 있죠. 여기에 그 오리지널 다금바리는 없단 얘기예요. 대신 ‘자바리’가 있어요. 제주도에서 ‘진짜 다금바리’를 먹는다고 하면, 이자바리를 먹는 거예요. 그럼 사기 아니냐! 고 할 수 있지만, 자바리의 제주방언이 바로 다금바리거든요. 그러니 시비를 나누기가 애매하죠. 저 역시 오리지널 다금바리를 못 먹어봤기에 자바리와 다금바리의 맛 차이에 대해선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회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비싼 회가 다 맛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가격이란 수요-공급의 원칙에 의해 결정되는 것일 뿐, 맛이 거기에 비례하진 않더라고요.

필리핀 생선 라푸라푸,  우리나라에선

ⓒhttp://www.fishbase.org/images/species/Epsep_u0.gif

자바리 보다 낮은 등급의 생선이 ‘능성어’예요. 제주도에서 먹는 ‘가짜’ 다금바리들이 바로 이 능성어죠. 제주도 방언으론 구문쟁이라고 하는 데, 능성어 역시 맛있고 비싼 생선이긴 해요. 그런데 왜 굳이 다금바리로 둔갑시켜서 파는지 이유를 알 순 없지만(물론 다금바리라고 팔면 더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겠죠), 아무튼 능성어를 다금바리라고 속여 파는 행위는 명백히 불법이에요. 그러니 회를 뜨기 전 생선을 필히 확인해야 해요. 능성어와 자바리는 모양이 다르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설명할 갈색 둥근 바리와 흉기 흑점 바리! 얘들이 바로 필리핀에서 다금바리라고 속여 파는 물고기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그 다금바리가 절대 아닌 거죠. 하, 이것 역시 속여 판다고 말하긴 애매한 지점이 있어요. 필리핀에서는바리류들을 Lapu-lapu(라푸라푸)라고 통틀어 부르거든요. 레촌이 돼지통구이이기도 하지만 통구이로 만든 음식 자체를 부르는 것처럼요.

 

사실 라푸라푸는 현지 사람들에겐 그리 최고급 어종이 아니에요. 많이 잡히거든요. 구이나 찜으로 즐겨먹는 생선일 뿐이에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다금바리에 열광한다는 걸 안 현지에서, 그저 다금바리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칠 뿐이죠. 그러니 전혀 아쉬워할 필요 없어요. 갈색 둥근 바리와 흉기 흑점 바리라는 어종을 못 먹어봤다는 아쉬움이라면 모를까... 그 비싼 다금바리를 못 먹고 왔단 후회는 할 필요 없단 얘기죠. 아까도 말했지만, 이 어종은 회로 먹었을 때 그렇게 식감이 좋은 생선이 아니기도 하고요.

필리핀 생선 라푸라푸,  우리나라에선

라푸라푸라는 생선이 필리핀에서 인기 있는 이유는, 맛보단 그 의미 때문이 아닐까 해요. 필리핀의 영웅인 라푸라푸라는 인물에게서 유래된 이름이거든요. 이건 다음 주에 다른 칼럼에서 다시 한번 다뤄보도록 할게요.

 

시간이 된다면 라푸라푸를 먹어보는 경험을 해보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걸 ‘라푸라푸’라고 생각하며 먹어야지 다금바리로 알고 먹을 필욘 없겠죠. ‘고급어종인 다금바리이니 무조건 회로 먹어야 해!’ 보단, ‘라푸라푸는 회보다 구이나 찜이 맛있대’ 정도로요.

 

제주도에서 능성어를 다금바리라고 속여 파는 사장님들, 라푸라푸를 그 환상의 물고기인 다금바리와 같은 거라고 마케팅하는 분들, 이제 그만 물고기들의 정체성을 지켜주도록 합시다. 제발~

필자 김정훈

연애만 한 여행이 있으리. 연애&여행 칼럼니스트, tvN 드라마 <미생>, OCN <동네의 영웅> 보조작가, 책 <요즘 남자, 요즘 연애>, <연애전과>의 저자

2018.08.0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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