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도 반한 내연산 폭포골

[여행]by 걷기여행길
겸재도 반한 내연산 폭포골

‘영남의 금강산’이라고 불리는 내연산(향로봉 930m)은 높이에 비해 골이 깊고 수량이 풍부하며, 나무가 울창하고 바위가 많은 골산이어서 곳곳에 비경을 펼쳐놓는다. 특히 보경사 앞을 흐르는 청하골을 따라 연이어 나타나는 12개의 폭포는 포항 최고 비경으로 손꼽힌다. 내연산 북쪽 옥계계곡은 덕골, 뒷골, 마실골, 물침이골 등 빼어난 열두 골짜기의 맑은 물이 흘러들어 이룬 12킬로미터의 청정계곡으로 포항지역의 숨은 명소다. 이름에 걸맞게 옥같이 맑고 투명한 계류가 갖가지 모양의 기암괴석에 부딪히며 장관을 연출한다.

 

‘내연산숲길 청하골 코스’는 경북을 대표할 만한 계곡 트레킹 명소다. 신라고찰 보경사에서 수십 미터 높이로 깎아지른 기암절벽 사이로 열두 개의 아름다운 폭포가 절경을 펼쳐놓은 청하골을 따라 경상북도수목원까지 12.8킬로미터를 이어간다. 오랜 역사와 문화유산을 보유한 고찰과 빼어난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명승지다.

보경사에 가면 적광전의 신방목 꼭 보세요

겸재도 반한 내연산 폭포골

보경사 일주문. 근래에 새로 지은 문이지만 전체적인 균형감이나 만듦새가 멋들어진다.

정갈하게 정비된 식당가를 지나자 아름드리 참나무와 느티나무 가로수가 나타나며 이곳이 예사롭지 않은 절집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곧 모습을 보여주는 보경사 일주문. 배흘림으로 다듬은 화강암 기둥에 짜임새 있게 맞배지붕을 얹었다. 원래의 일주문보다 더 앞쪽에 최근 새로 조성한 것이지만 전체적인 균형과 만듦새가 멋들어진다.

겸재도 반한 내연산 폭포골

원래 일주문이던 보경사 해탈문. 주변의 숲과 잘 어울린다.

새로운 일주문이 생기면서 조금 안쪽의 옛 일주문은 ‘해탈문’이란 현판을 달았다. 일반적으로 절집의 경우 기둥이 한 줄로 늘어선 형태인 일주문을 첫 번째 산문으로 세우는데, 보경사는 새로운 일주문을 세우며 기존 것을 용도 변경한 셈이다. 나무기둥의 해탈문은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있어서 더 눈길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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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문을 지나 만나는 솔숲. 아무렇게나 굽은 채로 뒤엉켰지만 범접치 못할 아름다움을 펼쳐놓았다.

해탈문을 지난 곳에 붉고 단단한 둥치를 한껏 뽐내며 치솟은 소나무들이 가득하다. 굵은 둥치들이 저마다 다른 선들로 얽히고설켰지만 모나지 않고 조화롭다. 비뚤비뚤한 선들이 오히려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며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른 아침 첫 햇살의 신선함과 신비로움은 이러한 솔숲에서 봐야 제대로다. 안개라도 낀 날을 만나면 운수대통이다. 그 속에서 신화적인 존재들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몽환적인 풍광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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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사 천왕문. 적광전 앞마당의 오층석탑이 마치 액자 속 풍경 같다.

보경사는 신라의 지명법사가 진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세운 절이라고 전한다. 진평왕을 찾아가 유학시절 어떤 도인으로부터 팔면보경(八面寶鏡)을 받았는데, 이를 동해안의 명당에 묻고 그 위에 불당을 세우면 왜구와 주변 나라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삼국을 통일할 것이라 했다. 이에 왕이 기뻐하며 지명법사와 함께 세운 절집이 보경사다. 그 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삼국은 통일했으나 수많은 외세의 약탈과 특히 왜구의 침략으로 나라는 쑥대밭이 되었으니, 아이러니한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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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광전의 가운데 문 아래에 새겨진 사자형상의 신방목. 전국에서 유일한 구조라고 한다.

보경사엔 원진국사비와 부도, 서운암 동종, 괘불, 적광전 등 많은 보물이 있다. 이 중 적광전은 보경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불전으로 바닥이 옥돌로 되어 있다. 특히 정면 세 칸인 적광전의 가운데 문 아래에 사자형상의 신방목이 양쪽에 남아 있는데, 전국에서 유일한 것으로 그 조각이 아주 섬세하고도 해학적이다.

이 깊은 산중에 커피자판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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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을 위해 나섰던 걸음일까? 스님은 도사처럼 멋진 나무지팡이를 들었다.

본격적인 내연산숲길 트레킹은 보경사를 출발하며 시작된다. 울창한 숲에 덮인 걷기 좋은 길이 청하골을 따라 상류로 이어진다. 걷는 동안 다람쥐가 자주 보인다. 연산폭포까지 가는 동안 열 마리는 더 본 것 같다. 언제 보아도 귀여운 산짐승이어서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계곡이 가까워 냇물 흐르는 소리가 생생하다.

겸재도 반한 내연산 폭포골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내연산숲길 청하골 코스. 걷는 내내 해가 거의 들지 않을 만큼 숲이 울창하다.

보경사를 출발해 1.2킬로미터 오른 지점에서 문수봉으로 길이 갈린다. 여기서 500미터 더 가자 드디어 상생폭포가 나온다. 내연산 12폭포 중 처음 나타난 폭포다. 옛날엔 ‘쌍폭’이라 불렀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주변의 바위와 널찍한 물웅덩이, 더 넓은 자갈밭까지 폭포 풍광이 수려하다.

겸재도 반한 내연산 폭포골 겸재도 반한 내연산 폭포골

신신제터의 두 비석.(왼쪽) / 너럭바위를 통째 차지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탐방객들. 길은 이처럼 계곡과 나란히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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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봉갈림길 지나 만난 청하골. 여기서는 그냥 평범해 보인다.

겸재도 반한 내연산 폭포골 겸재도 반한 내연산 폭포골

상생폭포. 웅덩이 바닥에 깔린 자갈이 보석처럼 아름답다.(왼쪽) / 수량이 풍부할 때의 상생폭포.

상생폭포를 시작으로 청하골은 기암괴석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수직절벽을 이룬 바위 꼭대기엔 신선이 노닐 것 같은 풍광의 굽은 소나무가 자라고, 계곡 바닥엔 물길 사이로 자갈이 깔려 있어 잘 가꾼 정원 같은 느낌도 든다.

겸재도 반한 내연산 폭포골

암반이 많은 청하골은 보기엔 아름다워도 갑자기 비가 쏟아질 경우 피할 곳이 마땅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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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폭포 옆 계단. 깎아지른 절벽이 위압적이면서도 아름답다.(왼쪽) / 길은 곳곳에 데크가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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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암 앞의 커피자판기. 신기했지만 잔돈이 없어서 커피를 뽑지는 못했다.

곧 나타난 보현폭포는 인근의 보현암 때문에 붙은 이름. 그러나 정작 보현암은 다음 폭포인 삼보폭포 바로 위에 있다. 물길이 세 갈래여서 이름 붙은 삼보폭포는 등산로 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길에서는 암자 지붕만 살짝 비치는 보현암엔 화장실과 샘이 있고, 길옆엔 놀랍게도 커피자판기도 있다. 그간 수없는 산을 오르내렸어도 등산로 상에서 커피자판기를 만난 것은 처음이다. 설탕크림커피, 설탕커피, 크림커피, 블랙커피가 마련되어 있으며, 모두 500원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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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암. 추사의 세한도에 그려진 소나무를 닮았다.

진경산수화의 산실이 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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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폭포 앞에 놓인 다리. 건너서 계단을 따라 1km 오르면 은폭포를 만난다.

보현폭포를 지나면서부터 계곡 옆의 바위들은 더욱 웅장해진다. 숲을 뚫고 툭툭 솟은 멋진 바위들이 여기저기서 시선을 끈다. 이윽고 ‘바람을 맞지 않는 폭포’라는 의미의 무풍폭포를 지나 내연산 12폭포의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관음폭포와 연산폭포를 만난다.

겸재도 반한 내연산 폭포골

관음폭포. 청하골 최고의 비경이다. 바위에 뚫린 구멍들이 해골을 연상시킨다.

폭포 주변을 빙 두르며 감싼 바위들이 하나같이 절경이다. 몇 번을 찾았어도 감동에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 풍광이다. 관음폭포가 떨어져 내리는 아랫부분은 바위벽에 커다란 구멍이 여럿 뚫려 있어 마치 해골을 보는 듯 섬뜩한 느낌도 든다. 아래쪽보다 위쪽이 돌출된 오버행을 이룬 바위벽엔 암벽등반을 위한 고정 확보물이 몇 군데 박혀 있다. 클라이머들에겐 이만큼 괜찮은 암벽도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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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산 12폭 중 5~7폭에 해당하는 무풍폭포와 관음폭포, 연산폭포는 겸재 정선이 그린 ‘내연삼용추도(內延三龍湫圖)’의 배경이 된 곳이다.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에두른 사이로 떨어져 내리는 폭포수의 모습은 과연 명불허전이다. 겸재는 1733년부터 이듬해까지 이곳 청하현감을 지낼 당시 내연삼용추도를 비롯해서 ‘내연산폭포도’, ‘고사의송관란도’ 등을 그리며 진경산수화의 화풍을 발전시켰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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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량이 풍부할 때의 관음폭포.

겸재도 반한 내연산 폭포골

구름다리에서 본 관음폭포의 웅덩이. 깊고 시커멓게 패여 있어 공포감마저 든다.

겸재도 반한 내연산 폭포골

연산폭포. 내연산 12폭포 중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연산폭포를 보기위해서는 관음폭포 위 계곡 사이에 걸린 구름다리를 건너야 한다. 골짜기가 180도로 급하게 꺾이는 지형이라 다리 위에서 보는 풍광이 아찔하다. ‘상폭포’라고도 부르는 연산폭포는 이 골짜기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유례없는 가뭄으로 온 나라에 물이 마른 터라 압도적인 주변 풍광과는 달리 폭포의 물줄기에 힘이 없다. 당장 내일이라도 억수같은 비가 쏟아져 겸재가 화폭에 담은 것처럼 바위를 쪼갤 듯 지축을 뒤흔들며 폭포수가 떨어져 내리길 기원하며 하산길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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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량이 풍부할 때의 연산폭포.

겸재도 반한 내연산 폭포골

내연산숲길 청하골 코스를 걷다보면 자주 마주치게 되는 다람쥐. 땅콩이나 잣, 아몬드 같은 걸 미리 준비한다면 이들과의 마주침이 더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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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폭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탐방객들. 비가 내린다면 더 멋진 모습이 된다.(왼쪽) / 보경사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이들.

겸재도 반한 내연산 폭포골

태화식당의 물회 상차림.

코스요약

  1. 보경사 주차장→보경사→산신제터→문수봉갈림길 삼거리→상생폭포→보현폭포→삼보폭포→보현암→잠룡폭포→무풍폭포→관음폭포→연산폭포→보경사(왕복) (5.4km, 약 2시간 30분)

교통편

  1. 대중교통 : 포항까지 간 후에 포항버스터미널 건너편에서 510번 버스를 이용, 보경사에 내리면 된다. 요금은 1600원(현금 1700원), 1시간 걸린다. 08:10~20:10(1일9회 운행) 보경사에서 포항으로 나갈 때는 09:10~21:00(1일9회 운행)
  2. 교통문의 : 코리아와이드포항(구 신안여객) 054-256-0800
  3. 자세한 정보는 이곳을 참조해주세요. http://phtour.pohang.go.kr 포항시청 문화관광

TIP

  1. 자세한 코스정보 : http://www.koreatrails.or.kr/course_view/?course=1114
  2. 식사 : 포항의 여름은 물회의 계절이다. 죽도시장과 여남동, 해안로 일대에 물회 맛집들이 즐비하다. 본점과 1호점이 있는 환여횟집(054-251-8847)과 마라도회식당(054-251-3850), 새포항물회집(054-241-2087)이 널리 알려져 있다. 북구 여남동에 있는 태화식당(054-251-7678)은 지역주민들에게 인정받는 물회 전문점이다. 직접 잡은 자연산 생선만 사용하고, 재료가 떨어지면 당일 영업을 종료한다. 최근 입소문이 나며 찾는 이들이 많아 대기는 기본이다. 물회 15,000원.
  3. 길안내 : 신라고찰 보경사를 둘러본 후 청하골을 따라 오르면 된다. 1.7km 지점에서 만나는 첫 폭포인 상생폭포까지는 거의 평지에 가깝다. 그 후로 약간씩 오르막이 나타나지만 연산폭포까지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내연산 12폭포 중에서 7개의 폭포를 만날 수 있는 비경 코스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다.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청정계곡 청하골의 진면목을 감상하며 쉬엄쉬엄 걷기에 제격이며, 걷다가 계곡으로 내려서기가 쉽고, 맑고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쉴 수도 있다. 7개의 폭포를 만나는 곳마다 이정표와 폭포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서 있어 걷는 즐거움은 배가된다. 바위가 많은 계곡을 끼고 이어지기에 항상 주의해야 하며, 비가 올 경우 출입을 삼가는 게 좋다. 하산은 올랐던 길 그대로 되짚어 내려오면 된다. 내연산숲길 청하골 코스의 전 구간을 가려면 연산폭포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산길을 따라 오르면 된다. 이후 은폭포와 시명리, 삼거리를 지나 경상북도수목원까지 10km 남짓 계곡길이 이어진다. 이 코스를 들어서려면 보경사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내야 한다. 어른은 3,500원(30명 이상 단체일 경우 3,000원)이고 청소년은 2,000원, 아이들은 무료다.
  4. 화장실 : 들머리의 보경사와 삼보폭포 지나서 나오는 보현암 두 곳에 화장실이 있다.
  5. 코스 문의 : 포항시청 국제협력관광과 054-270-2241, 내연산군립공원 관리사무소 054-240-7555

글, 사진: 이승태(여행작가, jirisan07@naver.com)

2017.07.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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