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지해변 일몰과 함께 아듀~ 2017년

[여행]by 걷기여행길
꽃지해변 일몰과 함께 아듀~ 2017

1978년 우리나라에서 13번째로 지정된 태안해안국립공원은 리아스식 해안과 독특한 해양생태계가 아름다운 해상공원이다. 2007년 원유 유출 사고로 쓰라린 아픔을 겪었지만, 많은 자원봉사자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우리나라 서해를 대표하는 트레일 중 하나인 태안해변길은 원유 유출 사고로 침제된 태안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속적인 탐방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만들었다. 태안반도 최북단의 학암포에서 최남단의 영목항까지 120㎞ 이어지는데, 각 지역 특징에 따라서 바라길, 솔모랫길, 노을길, 바람길 등 7개 코스로 구분된다. 그중 샛별길은 인적이 뜸해 호젓하게 걸으며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다.

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안면도

태안 남면에서 안면대교를 건너면 안면도에 발을 디딘다. 안면도는 본래 육지로 ‘안면곶’이었다. 조선 인조 때 삼남지역의 세곡을 운반하기 위해 남면 신온리와 안면읍 창기리 사이의 곶을 절단해 섬이 되었다. 안면(安眠)이란 글자 그대로 ‘편하게 잘 잔다’는 뜻이지만, 조수가 편안히 누워 쉴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안면도는 바닷가지만 숲으로 우거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고 있다.

꽃지해변 일몰과 함께 아듀~ 2017

꽃지해변에 물이 빠지면 드라마틱한 노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안면대교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백사장항이 나온다. 여기가 5코스 노을길의 출발점이다. 이름도 예쁜 삼봉, 기지포, 두어, 밧개 등을 지나면 꽃지에 이른다. 노을길은 꽃지에서 끝나고, 바통을 6코스 샛별길에 넘겨준다.

꽃지해변 일몰과 함께 아듀~ 2017

서해 3대 낙조포인트로 꼽히는 꽃지해변. 샛별길의 출발점이다.

꽃지는 우선 이름부터 예쁘다. 해변을 따라 해당화가 많이 피어 ‘화지(花池)’로 불리다 ‘화’자가 우리말 ‘꽃’자로 변했다. 꽃지는 안면도에서 제일 큰 해수욕장이며 서해 3대 낙조로 꼽힌다. 또한 인근의 안면도자연휴양림과 함께 안면도 국제꽃박람회가 열리기도 한다.

 

꽃지의 상징인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가 바다에 잠겨 있다. 바람을 타고 쏴쏴~ 소리를 지르며 밀물이 들어오고 있다. 썰물 때는 걸어 나가 바위를 만날 수 있다. 이 바위는 해상왕 장보고의 부하 승언 장군이 전쟁터에 나간 후 돌아오지 않자 아내 미도가 일편단심 기다리다 죽어 망부석이 됐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꽃지해변 일몰과 함께 아듀~ 2017

꽃지를 떠나 리솜오션캐슬 앞에서 길은 호젓한 솔숲으로 이어진다.

잠시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를 바라보다가 샛별길을 시작한다. 다소 지루한 해변길은 리솜오션캐슬 앞에서 호젓한 솔숲으로 이어진다. 솔숲이 끝나면 병술만으로 가는 긴 제방이 이어진다. 제방 오른쪽은 푸른 바다가 으르렁거리고, 왼쪽은 담수가 잔잔하다. 담수 지역은 습지처럼 변해 억새와 풀이 가을빛을 품어 낸다. 그러고 보니 바다에는 가을빛이 없다.

꽃지해변 일몰과 함께 아듀~ 2017

병술만 제방에 갇혀 민물이 되어 가는 습지에 가을이 내려앉았다.

꽃지해변 일몰과 함께 아듀~ 2017 꽃지해변 일몰과 함께 아듀~ 2017

호젓한 캠핑장이 자리한 병술만 해변에 병술만전망대가 있다.(왼쪽) / 삼별초가 항쟁한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진 병술만해안.

병술만으로 들어서니 울창한 솔숲 아래에 캠핑장이 자리했다. 캠프사이트는 모두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서해에서 이처럼 운치 있는 캠핑장도 드물다. 이곳은 어촌체험장을 함께 운영해 가족 단위 캠핑족에게 인기가 좋다. 병술만은 고려시대 삼별초가 경기 강화도에서 충남 아산만 영흥도를 거쳐 수개월 동안 주둔했던 유서 깊은 곳이다. 너른 갯벌에서 나는 바지락은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섬 조망이 좋은 쌀썩은여전망대

꽃지해변 일몰과 함께 아듀~ 2017

바다 조망이 시원한 샛별해변 가는 길.

다시 길을 나서면 샛별해변으로 들어선다. 6코스 샛별길의 이름이 여기서 나왔다. 꽃지처럼 너른 해변이 펼쳐지지만, 교통이 불편해 인적이 뜸한 곳이다. 해변에는 변산의 채석강처럼 군데군데 절벽이 펼쳐지는데, 여기서 떨어진 바위들이 제법 많다. 오랜 세월이 이 바위를 어루만진 파도 덕분에 해변에는 작고 예쁜 몽돌이 많다. 하나둘 예쁜 돌을 줍는 재미도 쏠쏠하다.

꽃지해변 일몰과 함께 아듀~ 2017

태안해변길 6코스 샛별길의 이름이 나온 샛별해변.

꽃지해변 일몰과 함께 아듀~ 2017

삽시도와 장고도 등 여러 섬 풍경이 일품인 쌀썩은여전망대.

샛별해변의 끝 지점에 쌀썩은여전망대가 자리한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멀리 고대도, 장고도, 삽시도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가까이에는 작은 봉우리 같은 망재와 암초가 보인다. ‘쌀섞은여’란 이름은 호남 지방의 세곡을 바닷길로 운송하던 시절, 배가 암초에 부딪혀 파선되자 싣고 있던 쌀이 물속에 유출되고 쌓여 썩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礖)'는 썰물 때에는 바닷물 위에 드러나고 밀물 때에는 바다에 잠기는 바위를 말한다. 여기서 방향을 동쪽으로 틀어 호젓한 임도길을 따른다. 부드러운 고개를 넘으면 황포에 닿으면서 샛별길이 마무리된다. 인적 뜸한 황포의 모습이 12월처럼 쓸쓸하다.

꽃지해변 일몰과 함께 아듀~ 2017

샛별길의 종착점인 황포의 쓸쓸한 풍경.

걷기를 마무리하고 다시 꽃지로 이동했다. 할미바위가 잘 보이는 갯벌에 삼각대를 펼치고 마법의 시간에 동참한다. 시나브로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뒤로 해가 들어오자, 때마침 썰물을 타고 길이 열린다. 사람들은 그 길을 따라 할미바위로 나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으로 새겨진다.

꽃지해변 일몰과 함께 아듀~ 2017

태안의 대표 음식으로 꼽히는 게국지는 게와 김치 등을 넣어 시원하다.

코스 요약

  1. 꽃지해변~리솜리조트 곰솔림~병술만~샛별해변~쌀썩은여전망대~황포항 (약 13㎞, 4시간)

교통편

  1. 서울에서 안면도 가는 버스는 서울 센트럴버스터미널에서 07:30~17:50, 1일 4회 운행하며 2시간 20분쯤 걸린다. 안면버스정류장에서 꽃지까지는 걸어서 30~40분쯤 걸린다. 종착점인 황포의 버스정류장에서 안면버스정류장으로 오는 버스는 오후 3시 25분쯤에 있다. 버스가 뜸하니 태안여객(041-675-6672)에 문의해 시간을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TIP

  1. 자세한 코스 정보 : 두루누비 www.durunubi.kr
  2. 화장실 : 꽃지해변, 병술만, 황포항 등
  3. 먹거리 : 병술만 캠핑장의 매점에서 칼국수 등 간단하게 먹을 수 있다. 병술만 캠핑장 및 체험 안내 010-4805-0383
  4. 길안내 : 안내판과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다. 길이 단순해 길 찾는 데 어려움이 없다.
  5. 코스 문의 : 태안해안국립공원사무소 041)672-9737~8

글, 사진: 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2017.12.28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걷고! 보고! 느끼고! 대한민국의 걷기 여행 길을 함께 합니다.
채널명
걷기여행길
소개글
걷고! 보고! 느끼고! 대한민국의 걷기 여행 길을 함께 합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