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갈라파고스’ 속살을 만나다

[여행]by 걷기여행길

울릉도의 깊은 속살을 만나려면 천편일률적인 패키지여행에서 벗어나 일단 걸어야 한다.  울릉도에는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멋진 걷기 코스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도동에서 저동까지 해안을 따라 이어진 행남등대 코스, 저동의 내수전에서 석포마을까지 이어진 내수전 옛길, 울릉도 특산식물의 보고인 나리분지, 태하의 대풍감 해안절벽을 감상하는 태하등대 코스와 태하령 옛길 등이 그것이다. 이런 빼어난 길들을 굴비 엮듯 꿰어내는 코스가 울릉도 둘레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길, 행남등대 코스

울릉도에 가려면 동해 먼 바다의 높은 파도를 온몸으로 타고 넘어야 한다. 동해에서 울릉도까지는 161㎞,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포항에서는 217㎞ 떨어져 있다. 제주도가 완도에서 90㎞ 떨어져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울릉도가 멀긴 멀다. 게다가 동해 먼바다의 파도는 바람이 좀 세다 싶으면 3~5m에 이른다. 예로부터 사람들의 왕래가 뜸했기에 울릉도만의 독특한 생태환경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울릉도를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 부르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그래서 울릉도에는 섬피나무, 너도밤나무, 섬고로쇠, 섬단풍, 섬바디 등 울릉도 특산 식물들이 그득하다.

‘한국의 갈라파고스’ 속살을 만나다

석포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면 해안의 저물녘. 송곳산이 우뚝한 해안으로 깊고 푸른 밤이 찾아온다.

배가 닿은 도동항은 피켓을 든 여행사 직원들과 호객하는 민박집 아주머니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 길을 유유히 빠져나와 여객터미널 건물 뒤편의 바닷가로 나가면 곧바로 행남등대 코스가 시작된다. 이 길을 시작으로 시계반대 방향으로 내수전 옛길과 북면 해안을 따르는 길이 울릉도 둘레길 1코스다.

 

여객터미널 뒤편의 큰 다리에 오르면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길은 바다에서 솟은 용암을 파도와 바람이 오랜 세월 다듬어놓은 해안절벽을 따라 이어지고, 그 오른쪽에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짙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찰랑거린다. 바다는 섬에서 멀어질수록 검푸른 빛으로 일렁거린다.

‘한국의 갈라파고스’ 속살을 만나다

도동에서 시작하는 행남등대 코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길 중의 하나다.

바닷길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산길이 이어진다. 수풀을 헤치고 솔숲 사이를 걸으니 동화 속에 나올 듯 예쁜 행남등대가 나타난다. 등대 뒤편에는 기막힌 전망대가 숨어 있다. 오징어잡이의 전진항인 저동항과 울릉도 부속 섬인 죽도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다시 해안을 따라 여러 개의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촛대바위가 반기는 저동항이다.

마지막 남은 흙길, 내수전 옛길

저동에서 내수전전망대로 가는 팍팍한 포장도로는 40분을 넘게 걸어도 끝없이 이어진다. 내수전약수터의 톡 쏘는 물맛에 힘을 얻어 간신히 내수전전망대에 올랐다. 이곳은 울릉도 동쪽 해안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오른쪽으로는 저동항이, 왼쪽으로는 가야 할 석포마을 일대가 장쾌하게 펼쳐진다. 석포 일대는 울창한 산림이 빽빽하고, 바다 쪽으로 갈수록 험준한 해안절벽을 이룬다. 아직까지 포장도로가 생기지 못할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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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전전망대에서는 내수전 옛길의 울창한 숲과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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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내수전 옛길의 초입. 오른쪽으로 보이는 죽도를 친구 삼아 걷는다. 

(우) 내수전 옛길의 심원한 숲길은 울릉도의 숲은 보물이다.


울릉도의 해안도로는 1963년 공사를 시작해 2001년에 완공되었는데, 내수전에서 섬목까지 4.4.㎞ 구간은 지형이 워낙 험해 흙길 그대로 남겨 두었다. 하지만 지금 공사 중으로 바다 쪽으로 길을 만들고 있다. 도로와 옛길이 겹치지 않아 다행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본격적인 내수전 옛길이 시작된다. 모퉁이를 한 구비 돌아서자 깊은 산중에서나 볼 수 있는 고사리류의 양치식물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길은 평탄한 산비탈을 타고 도는데 중간중간 내려다보이는 죽도와 바다 경치가 아름답다. 내수전 옛길의 중간 지점에 정매화쉼터가 있다. 이곳은 걸어서 섬을 걸어다니던 시절, 1962~1981년까지 이효영씨 부부가 살면서 폭설과 악천후를 만나 곤경에 빠진 섬 주민과 관광객 300여 명을 구한 따뜻한 미담이 깃든 곳이다.

‘한국의 갈라파고스’ 속살을 만나다

내수전 옛길에서 만난 풍경. 고사리 같은 양치식물이 가득한 숲에 전호가 흰 꽃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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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내수전 옛길에서 만난 섬고로쇠. 잎이 6~9개(육지의 고로쇠는 잎이 5~7개)까지 갈라진다. 

(우) 내수전 옛길에서 만난 섬단풍. 잎이 11~14개(육지의 단풍은 잎이 6~9개)까지 갈라진다.

쉼터를 지나면 삼거리다. 여기서 와달리로 가는 길로 내려서면 안 된다. 해안의 아름다운 마을이었던 와달리는 사람들이 모두 떠나 폐허가 되었다. 삼거리를 지나면 길은 슬며시 오르막으로 이어지면서 북면 경계를 넘는다. 이어 원시적 숲길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솔숲이 나오면서 포장도로를 만나게 된다.

‘한국의 갈라파고스’ 속살을 만나다

내수전 옛길이 끝날 무렵에 관음도를 볼 수 있다.

띄엄띄엄 집들이 자리 잡은 석포마을은 겨울이면 마을버스도 다니지 못하는 오지다. 하지만 더덕과 미역취 등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잘 자라고 인심도 좋아 정들면 떠나지 못한다고 해서 정들포라고 불렀다. 석포버스정류장 뒤에는 2013년 8월에 안용복기념관이 세워졌다. 안용복은 조선시대 부산 동래 수군 출신으로 일본 어민이 울릉도 인근에서 고기잡이하는 것을 보고 1693년과 1969년 두 차례 일본으로 건너가 막부로부터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영토임을 확인하는 문서를 받아냈다. 기념관 앞에서는 청명한 날에 독도를 육안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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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석포마을에 개장한 안용복 기념관.

석포정류장에서 선창 해안까지는 시멘트 도로를 따라 내려와야 한다. 중간쯤 석포전망대를 안 보면 섭섭하다. 전망대 이정표를 따라 20분쯤 오르면, 시야가 넓게 열리면서 송곳산, 코끼리바위 등 북면이 해안절경이 펼쳐진다. 석포전망대는 일제가 러시아 군함을 관측하기 위해 망루를 설치한 역사의 현장이다.

울릉도의 새로운 명소, 관음도

다시 전망대 입구로 내려와 급경사 시멘트 도로를 따르면 북면 해안인 선창을 만난다. 천부로 가려면 왼쪽을 따르지만, 우선 오른쪽에 자리한 관음도를 빼놓을 수 없다. 관음도는 슴새(깍새)가 많아 주민들이 깍새섬이라 불렸으며 1960년대 주민 한 가구가 잠시 살다 인적이 끊겼다. 그러다 2012년 울릉군에서 관광을 위해 섬목과 연도교를 놓았다. 관음도를 건너가려면 우선 승강기를 타고 25m쯤 올라야한다. 이어 데크를 따라가면 보행 전용 현수교를 만난다. 현수교에 들어서면 세찬 바람이 몰아치지만, 울릉도의 남쪽 바다와 북쪽 바다를 모두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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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도로 이어진 현수교. 진한 물빛이 일품이다.

현수교를 건너 울창한 난대림 속의 급경사를 오르면, 비로소 관음도 위로 올라선 것이다. 이제 편안한 오솔길과 데크길이 이어진다. 1㎞쯤 이어진 탐방로를 따르면 관음도의 청정한 초지가 펼쳐지고, 모퉁이를 돌 때마다 본섬·죽도·삼선암 등이 번갈아가면서 나타나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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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관음도는 섬꼬리풀 군락지를 보호하고 있다. 

(우) 섬꼬리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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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도의 섬시호.

다시 선창으로 돌아와 북면 해안을 따르면 해안 풍경에 반한 세 명의 선녀가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삼선암을 만난다. 삼선암을 지나 천부에 이른다. 천부~나리 구간은 1코스의 샛길이다. 울릉도에서 나리분지를 안 볼 수 없다. 도로가 나 있어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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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창에서 천부로 가는 길에 만나는 삼선암.

울릉도 안의 또다른 섬, 나리분지

나리분지 입구에는 마가목이 늘어서 있다. 마가목은 강원도 깊은 산에서 자라는 나무인데 이곳에서는 가로수처럼 흔하다. 길은 나리분지 원시림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89호)으로 이어지는데 1447㏊의 광활한 지대에 오솔길 하나만 뚫려 있다. 분지 안에는 울릉도 특산 식물들로 그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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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나리분지에서 만난 큰두루미꽃 군락지. 

(우) 나리분지에서 만난 선칼퀴.


길섶의 큰두루미꽃 군락지를 지나자 천연기념물인 섬백리향 보호구역이 나온다. 아쉽게도 철조망이 둘러쳐져 구경하기 어렵다. 계속 길을 따르니 갑자기 시야가 트이면서 투막집이 나타난다. 투막집은 울릉도의 전통가옥으로 바람과 폭설에 대비해 만든 이중벽 구조인 우데기가 독특한 집이다. 본래 나리분지에는 고대 우산국 시절부터 사람이 살았으나 왜적의 침입을 피하기 위해 조선 왕조가 공도정책을 폄에 따라 수백 년 동안 비워졌다. 그러다가 1882년 고종의 개척령에 따라 나리분지에 93가구 500여 명의 개척민들이 들어와 투막집을 짓고 살았다. ‘나리’라는 지명은 당시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섬말나리 뿌리를 캐먹고 연명했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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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장희씨의 별장인 울릉천국

다시 천부로 내려와 북면 해안을 잇는다. 길은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추산항에 이르면 내륙으로 송곳봉이 우뚝하고, 바다에는 코끼리바위가 버티고 있다. 송곳봉 오른쪽에 성불사가 있고, 성불사 왼쪽은 가수 이장희씨가 별장처럼 쓰는 울릉천국이 자리했다. 그만큼 송곳봉 일대가 명당이라는 뜻이다. 코끼리바위를 바라보면 유유자적 해안길을 걸으면 현포항에 닿으면서 울릉도 둘레길 1코스가 마무리된다.

‘한국의 갈라파고스’ 속살을 만나다

1코스 종착점인 현포에서 바라본 송곳산과 코끼리바위.

코스요약

걷는 거리 : 약 22㎞

걷는 시간 : 약 8시간 이상

걷는 순서 : 도동~저동~내수전 옛길~안용복기념관~선창~(관음도)~천부~(나리분지)~현포

 

교통편

대중교통

- 여객선은 강원도 강릉과 동해(묵호), 경북 포항에서 운행한다.

  날씨, 요일 등에 따라 출항 시간과 출항 여부가 수시로 달라지므로 미리 매표소나 선사에 출항 시간을 확인해야 된다.

- 일주버스는 무릉교통(054-791-7910) 버스가 도동↔천부 구간 일주도로를 왕복 18회 운행하고,

  천부↔나리분지 구간은 왕복 9회, 천부↔선창·석포 구간은 왕복 4회 운행한다.

 

함께 즐길거리

맛집

- 울릉약소, 홍합밥, 산채비빔밥, 오징어, 호박엿을 ‘울릉오미’로 손꼽는다.

  도동항의 99식당(따개비밥 054-791-2287), 보배식당(홍합밥 054-791-2683), 향우촌(울릉약소 054-791-8383).

- 천부리의 신애분식(따개비 칼국수 054-791-0095).

- 저동항 활어센터에서 저렴하고 싱싱한 활어회와 오징어를 먹을 수 있다.

- 나리분지 산마을식당(054-791-6326)은 성인봉에서 캔 산나물과 약초동동주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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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을식당

숙소

- 도동항 울릉호텔(054-791-6611), 저동항 황제모텔(054-791-8900), 남양 거북모텔(054-791-0303), 북면 추산일가펜션(054-791-7788), 태하 청림장(054-791-6028), 나리분지 산마을민박(054-791-6326) 등이 좋다.

- 공식 캠핑장은 서면 남서리 구암마을의 옛 남양초교 구암분교를 리모델링한 국민여가캠핑장(054-791-6781)이 있다. 

 

걷기여행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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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한 코스정보는 http://www.koreatrails.or.kr/course_view/?course=1732 이곳을 참조해 주세요.  

 

화장실: 도동항, 저동항, 내수전망대 입구, 안용복기념관

식사: 도동, 저동, 천부, 현포 등 식당 이용

길안내: 이정표와 안내판이 띄엄띄엄 설치되어 있다. 사전에 전체적인 동선을 익히고 걷는 것이 좋다. 

코스문의: 울릉군청 054-790-6454

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2015.08.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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