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타고 걷는 길!

[여행]by 걷기여행길
봄바람 타고 걷는 길!
봄바람 타고 걷는 길! 봄바람 타고 걷는 길!

‘드림로드(Dream road)’. 꿈길이라니, 봄날 걷기에 이보다 더 적당한 곳이 있을까! 벚꽃 아름다운 진해를 발아래 두고 웅산에서 장복산으로 뻗은 산줄기의 허리께를 따라 걷는 진해드림로드 2코스 천자봉해오름길은 남녘의 봄기운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걷기길이다.

 

진해드림로드는 장복하늘마루길(4km), 천자봉해오름길, 백일아침고요산길(5.6km), 소사생태길(7.8km) 총 4개 코스로 이뤄졌다. 웅산(709.8m)에서 장복산(584m)을 이으며 진해를 감싼 산줄기인 웅산능선에 두루 걸친 진해드림로드는 도시를 벗어나 산의 품에 안긴 고요함과 진해와 그 앞바다를 시원스레 조망하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다. 이 중 안민휴게소에서 천자암을 지나 만남의 광장 위 갈림길까지, 10km에 걸친 천자봉해오름길은 진해드림로드를 대표하는 코스다. 3월말부터 복숭아꽃과 벚꽃 등 화사한 봄꽃이 길을 따라 피어나며 그야말로 꿈길 같은 풍광을 풀어놓는다.

널찍하고 밝고 포근한 걷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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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남중학교에서 안민제2휴게소로 오르다가 만나는 도로공사 현장. 저 뒤로 점점 낮아지는 산줄기가 잘록해지는 부분까지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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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도로상에 있는 안민제2휴게소. 천자봉해오름길이 여기서 시작된다.

천자봉해오름길이 시작되는 안민제2휴게소가 해발 220m쯤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는데, 마땅한 대중교통이 없어서 진해남고등학교에서 산길을 따라 800m쯤 올라야 한다. 진해남고 뒤쪽 산자락은 산비탈을 개간한 작은 밭뙈기들로 가득하다. 밭 사이로 길이 이어지더니 곧 나타나는 도로공사 현장. 산허리를 깎으며 중장비의 움직임이 분주한 이곳은 성산구 귀곡에서 진해구 행암간의 국도 2호선 대체우회도로 신설공사가 진행 중이다. 때문에 산길이 끊어지지만 한쪽에 ‘등산로’라고 적힌 입간판이 있어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도로공사 현장에서 안민도로의 안민휴게소까지는 10분쯤이면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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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제2휴게소에서 본 진해시가지. 겨울이라도 도무지 추울 것 같지 않은 벚꽃의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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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드림로드 표석이 서 있는 천자봉해오름길 시작점(왼쪽). 그리고 진해드림로드 구간별 안내도. 출발지점에 있다.

훌륭한 진해 전망대인 안민제2휴게소에서 차도와 길이 갈리며 천자봉해오름길이 시작된다. 입구에 이정표와 안내도, 표석이 서 있다. 길을 따라 빨간 열매가 인상적인 남천이 자주 나타난다. 널찍한 길은 남녘의 햇살을 받아 밝고 포근한 분위기여서 꽃이 없이도 봄기운이 전해져 온다. 조금 가자 깊 옆으로 복숭아나무가 많이 보인다. 꽃이 만개하는 4월이면 이 길이 정말 매혹적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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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중간에 있는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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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열매가 인상적인 남천. 전반부에 자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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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m마다 나타나는 거리 안내판. 남은 거리를 가늠하기 좋다.

화장실과 갈림길 몇 곳을 지나는 동안 길은 조금씩 고도를 낮추며 이어진다. 바다와 어우러진 진해시가지는 그만큼 가까워져 들고 난 항구의 모습과 지형이 조금씩 선명해진다. 전망이 트이는 곳이나 그늘이 좋은 곳엔 벤치와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시작지점부터 얼마만큼 왔는지 알려주는 안내판이 500m 단위로 세워져 있어서 현재위치와 남은 거리를 파악하기에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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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새싹은 돋아나지 않았으나 복장은 이미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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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삼아 드림로드를 찾은 진해시민. 천자봉해오름길은 휘적휘적 걷기 좋은 길이다.

진해를 대표하는 걷기길이어서 찾는 이가 많다. 굽이를 틀 때마다 한두 명씩은 마주친 듯하다. 가볍게 산책 나온 이들과 배낭까지 갖추고 제대로 트래킹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가끔씩 산악자전거를 타는 이들도 지난다.

누구나 채취할 수 있는 녹차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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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마저 따사로운 벤치. 자주 나타나서 다리품을 쉬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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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곳곳에서 만나는 쉼터. 시설이 좋다.

“사각- 사각-”,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가 좋다. 모델처럼 곧게 쭉쭉 뻗으며 자란 중국단풍나무 군락도 멋지다. 몇 굽이를 더 돌아가니 길 주변은 어느새 편백나무로 가득하다. 피톤치드로 샤워를 하며 걷는 기분 좋은 구간이다. 숲 속엔 선베드처럼 생긴 산림욕대와 평상이며,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고, 이용하는 이들도 더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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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거려서 고개를 돌렸더니 비둘기들이 낙엽을 헤치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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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단풍나무가 줄지은 풍광. 가을이면 얼마나 황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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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형태의 송전철탑.

시작점에서 2.5km 지점을 지나 얼마쯤 가니 거대한 송전철탑이 눈길을 끈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본 듯한 미래도시의 풍광 같다. 154,000볼트의 특고압 송전선로라고 적혀있어서 괜히 움찔했더니 전자계(EMP) 수치를 보여주는 전광판이 입구에 설치되어 있다. 평균측정치의 3분이 1 수준이라는 설명과 함께.

 

3km 지점을 지나자 벚나무가 많이 보인다. 4월초면 이 길은 꽃대궐이겠다. 숲 아래 새파란 이파리의 관목이 보여서 다가가 보니 녹차나무다. 창원시가 야생차 종자 80톤을 파종해서 조성한 녹차밭이란다. 창원시민의 재산이어서 시민 누구나 찻잎을 채취할 수 있다고 한다. 시민들의 건강을 위하고 산불발생시 방화선 역할도 한다고 하니 모두가 좋은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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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숲이 벽처럼 서 있는 구간. 피톤치드가 제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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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숲 옆으로 설치된 지압길. 편백숲 아래로 황톳길도 보인다.

다시 시커먼 편백숲이 나타난다. 숲 아래로 붉게 드러난 산책로. ‘진해 드림로드 맨발 황톳길’이다. 편백숲만 해도 기분 좋은데, 황톳길까지 있으니 보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길옆으론 지압길도 있다.

진해 조망이 좋은 길 후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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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봉해오름길 샘터. 물맛이 좋아 지역주민들이 애용한다.

지압길이 끝나며 나타난 ‘천자봉 해오름길 샘터’. 큰 통에 샘물을 채우는 아저씨에게 물었더니 물맛 좋은 곳이라며, 매일 산책 삼아 식수를 길어간단다. 청룡사가 있는 이곳에서 남은 거리는 5.6km. 아직 갈 길이 멀다. 물 한 모금 시원하게 들이키고 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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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사를 지나며 길은 남쪽으로 꺾여 지나온 길 조망이 좋아진다. 왼쪽 가운데 우뚝 솟은 장복산 아래서 천자봉해오름길이 시작된다.

청룡사가 들어선 이 골짝은 웅산 바로 아래쯤이다. 웅산은 남쪽으로도 산줄기를 뻗쳐 시루봉과 천자봉을 솟구쳤는데, 드림로드도 이 산줄기를 따라 남쪽으로 방향을 꺾는다. 덕분에 여기서부터는 오른쪽으로 진해시가지와 그 뒤로 우뚝 솟은 장복산과 안민고개를 조망하며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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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지점이 가까워지며 길은 점점 고도를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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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숲 아래의 차밭. 진해시민 누구나 맘껏 이용할 수 있다.

길은 지금까지처럼 산줄기를 따라 부드럽게 굽어 돌며 편하게 이어지지만, 걷는 이는 눈에 띄게 줄어서 무척 한적하다. 시설 좋은 정자와 화장실, 벤치 등 편의시설이 적당한 간격마다 나타나 쉬어가며 걷기에 좋다. 어디쯤에서부턴가 길을 따라 철쭉이 가득하다. 또 편백숲 아래로 제법 규모 있게 조성된 차밭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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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쉼터. 쉬기 좋은 정자와 벤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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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훈련체험 테마쉼터. 축소시킨 유격장 같다.

5.5km를 지난 곳에서 만난 해군쉼터. 팔각정자로 이어진 길 주변으로 해군의 역사와 업적, 상징물 등을 소개한 설명판이 늘어서 있다. 해군쉼터를 지나자 길은 고도가 낮아진 느낌이 물씬하다. 주변 산줄기가 순해지고, 산 아래 동네 풍광도 더 선명하다. 6km지점쯤에서 ‘해병훈련체험 테마쉼터’가 나타난다. 군 시절의 유격훈련을 떠올리게 하는 통나무 시설들이 사용설명판과 함께 오밀조밀 설치되어 있다. 진해가 해군의 도시임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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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에서 본 진해앞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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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수묵화처럼 펼쳐진 진해의 서쪽풍광. 고성과 통영, 사천땅이다.

해병쉼터를 지나니 진해 앞바다가 눈앞까지 다가온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잔잔한 바다 위에 수십 척의 배가 떠 있다. 망원렌즈로 당겨서 봤더니 특이하게도 대부분이 바지선이다. 그 너머로 거제와 통영, 고성의 산들이 너울처럼 멀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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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암 뒤로 솟은 시루봉. 세로로 갈라진 바윗결이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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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봉과 천자암. 잘 쌓은 축대가 눈길을 끈다.

몇 굽이를 더 돌아가니 시루봉 아래에 자리한 천자암이다. 멋들어진 축대 위에 들어선 천자암이 궁금해 올라가보고 싶은데, 아직 남은 길이 2km나 된다. 어느새 해도 힘을 잃고 서산으로 떨어질 준비를 한다. 400m 오르면 만나는 만장대전망대도 통과하며 뛰다시피 도착한 종착지점. 그런데 끝이 아니다. 차가 다니는 대발령까지는 또 600m를 내려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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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름길 종점의 안내판(왼쪽). 여기서 버스를 탈 수 있는 대발령까지는 600m를 더 내려서야 한다. 천자봉해오름길에서 만나는 이정표(오른쪽). 세밀하고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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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가 쳐진 구간. 급할 것 없는 길이 부드럽게 굽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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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이는 댓잎 서걱대는 소리가 좋은 구간.

코스 요약

  1. 진해남중학교 앞→안민도로(안민제2휴게소)→편백숲 쉼터→청룡사 입구→해병훈련테마쉼터→드림파크갈림길→천자암 앞→만남의광장 위 갈림길→대발령 (10km, 4시간 30분)

교통편

  1. 대중교통 : 창원버스터미널에서 151번을 타고 진해남중학교 앞에서 내린다. 진해남중학교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천자봉해오름길이 시작되는 안민제2휴게소까지는 800m쯤 산길을 따라 올라서야 한다. 중간쯤에 성산구 귀곡에서 진해구 행암간의 국도 2호선 대체우회도로 신설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길 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종착지점인 대발령에서는 305, 306, 315번 버스가 선다.
  2. 자세한 정보는 이곳을 참조해주세요. 창원시청 관광 홈페이지 culture.changwon.go.kr

Tip

  1. 자세한 코스 정보 : 걷기여행 | 두루누비 www.durunubi.kr
  2. 화장실 : 적당한 거리마다 시설 좋은 화장실이 나타난다.
  3. 식사 : 출발지점인 안민휴게소의 ‘커피집 봄날’에서 커피를 비롯해 샌드위치와 핫도그, 호떡, 토스트 같은 간단한 먹거리를 판매한다(카드사용 불가). 이후 길을 걷는 동안은 아무런 시설이 없다. 창원시내나 진해시내의 식당을 이용해야 한다.
  4. 길 안내 : 진해시 시절의 임도였던 안민도로를 활용해 만든 걷기길인 천자봉해오름길은 비교적 단순하다.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 한 대가 여유롭게 다닐 정도로 널찍하고, 완만하게 굽어 도는 임도를 따라 쉬엄쉬엄 걸을 수 있다. 산굽이를 돌아갈 때마다 복숭아나무, 대나무, 편백나무, 남천, 벚나무 등 주변 숲의 수종이 바뀌며 다양한 풍광을 펼쳐놓는다. 숲이 트이는 곳마다 웅산이며 장복산, 장군봉 등 산세를 조망할 수 있고, 진해와 그 앞바다는 발 아래로 아름답다. 가끔씩 콘크리트로 포장된 구간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작은 자갈이 깔린 비포장도다. 진해 사람들이 즐겨 찾는 산책로여서 평일에도 이용객이 많다. 가끔씩 산악자전거를 타는 이들도 만난다. 적당한 거리마다 벤치와 화장실이 있고, 정확하고 친절한 정보가 담긴 이정표가 자주 나타나며 길 안내를 한다. 곳곳에 탈출로가 있어 상황에 따라 거리를 조절하기도 쉽다. 청룡사 입구에 천자봉해오름길 샘터가 있어서 식수를 보충할 수 있다.
  5. 코스문의 : 창원시 진해구 수산산림과 055-548-4661

글, 사진: 이승태(여행작가)

2018.03.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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