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포 바람이 전해 준 만덕산 이야기

[여행]by 걷기여행길
구강포 바람이 전해 준 만덕산 이야기

전라남도 강진군의 영역을 지도에서 확인해 보면 마치 바지처럼 보인다. 그 바지의 가랑이 사이로 바다가 길게 들어와 있는데 그곳이 강진만이다. 강진만을 달리 구강포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탐진강을 비롯한 아홉 고을의 물이 흘러든다고 붙은 이름이다. 먼 바다에서 구강포로 불어오는 바람이 멈추는 곳에 만덕산이 있다. 해발 400m 가 조금 넘는 높지 않은 산인데 차나무가 많다고 다산(茶山)으로도 불렀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정약용 선생의 호 다산은 이곳에서 얻은 것이다. 만덕산 자락에는 동백나무숲으로도 유명한 천년고찰 백련사가 있고, 작은 고개를 넘으면 다산이 유배생활을 한 다산초당이 있다. 만덕산 남서쪽에는 구강포 물길의 하나인 도암천이 만덕산의 뿌리를 적시고 있고 물길 건너편의 석문산과는 구름다리로 이어진다. 길은 그렇게 만덕산 중턱을 따라 석문산으로 넘어가고 그 길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였다.

동백나무숲 그리고 백련사

구강포 바람이 전해 준 만덕산 이야기

백련사로 오르는 동백나무숲길-백련사 동백나무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길의 시작에서 나그네를 맞이하는 것은 백련사 일주문이다. 절집 제일 앞에 세우는 일주문은 지붕을 받치고 있는 기둥이 한 줄로 되어있다고 일주문(一柱門)이라고 한다. 일주문은 부처님의 나라와 속세를 나누는 경계이며 이곳부터 불국토가 시작되니 마음을 바르게 하라는 뜻으로 세우는 문이다.

 

‘만덕산 백련사’라는 현판이 걸린 일주문을 넘어서면 한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상록수 숲이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이파리가 달린 동백나무 수림이다. 이곳 백련사 동백나무숲은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되어 있는 귀하신 몸이다. 백련사 주변으로 1,500그루 정도가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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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은 피는 시기에 따라 춘백, 추백, 동백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백련사 동백은 춘백이다.

동백나무는 주로 따뜻한 남쪽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짙은 녹색 잎 사이로 점점이 붉은 꽃이 그렇게 고울 수 없다. 순하고 다정한 동백꽃은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춘백(春栢), 추백(秋栢), 동백(冬栢)으로 나누어 부른다. 백련사 동백은 봄에 피는 춘백인데, 어디나 성질이 급한 꽃봉오리는 있기 마련이라 2월 중순이면 벌써 나오는 꽃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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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 만경루- 뒤로 보이는 산이 다산으로도 부르는 만덕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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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가장 높게 솟은 건물이 백련사의 중심 법당인 대웅보전이다.

동백나무숲 사이로 난 싱그러운 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가면 백련사다. 여러 단의 축대를 쌓고 그 위에 당우를 앉힌 백련사의 첫 인상은 단단한 성채 같다는 느낌이다. 절 마당으로 오르려면 듬직한 강당인 만경루 아래로 누하진입을 해서 몇 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계단을 다 오르면 높지막한 축대 위에 중심 법당인 대웅보전이 앉아있다. 그런데 대웅보전과 만경루 사이의 마당 폭이 생각보다 좁아서 축대 아래에서 보았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올라오기 전에 보았던 모습으로는 아주 넓은 절 마당이 있을 것 같지만 생각보다는 아담한 절집이다.

구강포 바람이 전해 준 만덕산 이야기 구강포 바람이 전해 준 만덕산 이야기

대웅보전 현판(왼쪽)과 만경루 현판. 두 현판 모두 조선 후기의 명필 원교 이광사의 글씨다.

대웅보전 현판에 눈길을 주다가 뒤를 돌아보면 만경루에도 큼직한 현판이 걸려있다. 현판들의 글씨는 조선 후기의 명필 원교 이광사 선생의 솜씨라고 한다. 크지 않은 경내를 한 바퀴 두루 돌아 다시 만경루로 돌아오면 눈앞으로 구강포 바다가 펼쳐진다.

다산초당 가는 길 그리고 다산초당

이제 백련사를 떠날 시간이다. 백련사 축대 계단을 내려와 다산초당으로 가는 길 초입에 선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산길을 걷기 전에 꼭 들러야 할 곳이 남았다. 백련사로 올라오던 길에 본 동백나무숲도 더 없이 곱고 환하지만 정말 보물 같은 동백나무숲은 따로 있다. 백련사 서쪽, 다산초당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어서 오른쪽에 펼쳐져 있는 동백나무숲이 바로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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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귀여운 승탑과 목이 부러져 떨어진 동백꽃이 어울린 백련사 동백나무숲

숲으로 들어간다. 소박한 승탑 네 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곳 동백나무숲은 사철 언제라도 방문객을 실망시키는 적이 없는 곳이지만 최고의 그림을 선물하는 때는 동백꽃이 붉게 피었을 때이다. 그 중에서도 동백꽃이 반은 나뭇가지에 달려있고 반은 목이 부러져 땅에 떨어져 있을 즈음인데 그때의 황홀감이라는 것은 경험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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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넘어가는 길에서 만날 수 있는 정자 해월루

아쉬운 마음을 추슬러 산길에 선다. 험하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고갯길이라서 어려움은 없다. 산길을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면 나뭇가지 사이로 조금 전에 떠나온 백련사가 어른거린다. 해월루라는 정자와 눈 맞춤을 하고 그리 급하지 않은 비탈길을 내려간다. 예전의 이 산길은 지금보다는 좁은 조붓한 오솔길이었는데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훤칠한 너른 길이 됐다. 그 때문에 언덕을 넘는 운치가 조금 없어진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보석 같은 고마운 길이다. 이 길이 백련사의 혜장선사와 다산 선생이 이쪽저쪽으로 서로 오가며 우정을 나눴을 그 길이다. 혜장선사는 다산 선생보다 열 살 아래였고 또 승려였지만 나이와 승속을 떠나서 두 분은 아름다운 우정을 나눴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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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이 구강포 앞 바다를 바라보며 유배생활의 외로움을 달래던 곳에 세운 천일각

언덕을 넘어 내려오면 사각정자인 천일각을 먼저 만난다. 원래 이곳은 다산이 유배지에서 외로움에 젖을 때나 흑산도에 귀양 가 있던 둘째 형 약전이 그리울 때면 구강포 앞 바다를 바라보며 근심을 달래던 곳인데 그곳에 정자를 세웠다. 천일각에서 내려와 몇 걸음 옮기면 다산동암이다. 다산은 강진읍에서 만덕산 기슭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원래부터 있던 초당 좌우에 동암과 서암을 지었다. 동암은 자신의 숙소로 서암은 제자들의 거처로 썼다. 초당은 제자들을 가르치는 서당이었다. 다산이 강진에서 보낸 18년 동안의 귀양살이 중에서 10년을 이 만덕산 자락의 초가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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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이 제자들을 가르치던 다산초당-원래는 초가였지만 복원을 하면서 기와를 올렸다.

동암에는 ‘보정산방’이라는 현판과 ‘다산동암’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보정산방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 직접 쓴 글씨이고, 다산동암은 다산의 글씨를 여기저기에서 찾아서 모아(집자集字) 만든 것이다. 또 초당에 걸린 현판 글씨 ‘다산초당’은 추사의 글씨를 집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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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동암 현판-다산의 글씨를 집자해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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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정산방 현판-추사 김정희의 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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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초당 현판-추사의 글씨를 집자하여 만든 것이다.

다산초당이 지금은 기와를 얹은 번듯한 모습이지만 다산이 머물렀던 당시에는 짚으로 지붕을 이은 초가였다. 초당 마루에 걸터앉아 한 숨을 돌리면 눈앞에는 선생이 찻물을 끓이던 넓적한 돌 다조가 있다. 초당의 뒤란으로 돌아가면 아직도 맑은 물이 샘솟는 약천이 있고 약천 위쪽 바위에는 선생이 새겼다는 정석(丁石) 글씨가 있다.

석문 가는 길 그리고 구름다리

다산초당을 떠나 남은 길을 재촉한다. 경사가 있는 언덕을 내려오는 길가에 귀여운 동자석 한 쌍이 지키고 있는 무덤이 있다. 다산초당에서 수학한 18명의 제자 중 한 사람인 윤종진의 묘소다. 이 분은 다산이 유배에서 풀려 남양주 두물머리의 집으로 돌아가자, 다른 제자들과 함께 다신계(茶信契)를 조직하여 스승에게 평생 동안 차를 만들어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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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초당에서 귤동마을로 내려가는 길-소나무들의 뿌리가 온통 드러나 있다.

언덕을 다 내려오면 귤동마을이다. 짧게 걸으려는 사람들은 이쯤에서 걷는 것을 마치기도 한다. 귤동마을에서 마점마을로 가는 길은 논과 밭 사이로 이어지는 농로를 따르는 길이다. 논둑 아래에서 갑자기 푸드득 소리가 들리더니 장끼 한 마리가 솟아오른다. 저도 놀라고 나그네도 놀랐다. 햇볕 잘 드는 양지쪽이어서 낮잠을 자고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방해한 것 같아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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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점마을로 가는 길에 본 풍경-들판 너머 살짝 보이는 푸른색이 강진만 즉 구강포다.

마점(馬店)마을은 해남이나 완도 등지에서 강진군 북동쪽에 있는 전라병영성을 오갈 때 말을 매고 쉬어 갈 수 있는 곳이라서 얻은 이름이라고 한다. 마을길을 따라서 다시 만덕산 기슭의 숲으로 들어선다. 구름다리가 있는 석문공원까지는 숲길과 임도를 번갈아 걷게 되지만 힘이 드는 구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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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아래의 만덕산과 오른쪽 위의 석문산을 잇는 구름다리

숲길이 끝나는 곳은 만덕산 남서쪽 끝 지점인 석문공원이다. 도암천 가장자리에 조성한 작은 공원인데 바로 옆으로는 55번 지방도가 지나간다. 도암천과 55번 지방도를 가로 질러 허공에 걸려 있는 다리가 석문 구름다리다. 구름다리로 오르는 길은 두 가지다. 직접 구름다리로 가는 길과 두 곳의 전망대인 석문정과 노적봉 전망대를 거쳐 가는 길이다. 전망대를 거쳐 가는 길은 아주 험하다. 노약자나 어린이는 갈 수 없는 길이고, 성인이라도 등산 경험이 없다면 힘든 길이다. 바위를 타고 넘어야 하고 경사가 급한 험한 길을 지나야 한다. 그러나 두 곳 전망대에서의 풍광은 이런 어려움을 보상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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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다리를 건너 석문산에서 바라 본 만덕산의 석문정-석문정 뒤로 보이는 바위들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구름다리를 건너고 석문산 허리를 돌아서 마치는 곳인 도암면소재지까지는 어려움이 없다. 순한 산길과 농로를 따라 편한 걸음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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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암중학교 부근에서 본 석문산과 만덕산-왼쪽이 석문산 오른쪽이 만덕산이다.

코스 요약

  1. 백련사 일주문 ~ 백련사 경내 ~ 해월루 ~ (1.5km)다산초당 ~ 다산기념관. 다산수련원 갈림길 ~ 다산수련원. 마점마을 갈림길 ~ (2km)마점마을 마을회관 ~ (2.2km)용문사 입구 ~ 석문공원 ~ 석문정 ~ 노적봉 전망대 ~ (1km)구름다리 ~ 구름다리 계단 갈림길 ~ (1.4km)석문산 입구 갈림길 ~ 신리마을회관 ~ (2km)도암면 버스정류장 (10.1km. 3시간 30분*, 난이도 보통)
    * 순 걷는 시간. 답사시간, 간식시간, 쉬는 시간 등은 포함하지 않음

교통편

  1. 찾아가기 : 강진읍 버스터미널에서 도암, 망호행 군내버스를 타고 백련사 입구에서 내려서 1.3km 정도 걷는다. 백련사 주차장까지 가는 버스도 있으나 하루에 1회 뿐이다. 강진읍 버스터미널에서 백련사 주차장까지 택시비는 약 12,000원 정도다. (2018년 2월 기준)
  2. 돌아오기 : 도암면사무소 앞에서 강진 버스터미널로 가는 군내버스를 탄다. 도암면사무소 앞에서 강진읍 터미널까지 택시비는 15,000원 정도다. (2018년 2월 기준)

    * 시외버스 : 강진버스터미널 061-434-2053, 432-9666

    * 고속버스 : 금호고속 강진영업소 061-434-4371

    * 군내버스 : 강진교통 061-434-9621

    * 도암면소재지 택시 : 061-432-6060 010-8600-6878

     

    * 차를 가져가는 경우 백련사 입구에 무료 주차장이 있다.

Tip

  1. 자세한 코스 정보 : 걷기여행 | 두루누비 www.durunubi.kr
  2. 길 찾아가기 :

    1. 백련사 ~ 다산초당 - 백련사 ~ 다산초당 구간은 남도명품길 이정표는 없지만 기존의 이정표로 길 찾는 문제는 없다. 귤동마을에서 걷기를 마칠 수도 있다.

    2. 귤동마을 ~ 마점마을 ~ 석문공원 - 다산초당에서 언덕을 내려오면 귤동마을이다. 첫 번째 갈림길에 이정표가 있는데 오른쪽으로 간다. 이정표의 다산수련원 방향이다. 오른쪽 길로 작은 언덕을 넘으면 다시 갈림길이다. 오른쪽으로 간다. 이정표에는 아무 표식이 없다. 왼쪽으로 가면 다산수련원이다. 오른쪽 길로 들어서서 조금 걸으면 남도명품길 이정표가 있다. 이후 마점마을을 거쳐서 석문공원까지 가는 길의 갈림길에는 남도명품길 이정표가 있어 조금만 조심하면 길 찾는 문제는 없다. 석문공원에서 걷기를 마칠 수도 있다. 석문공원 주차장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3. 석문공원 ~ 도암면소재지 - 이 구간도 남도명품길 이정표가 비교적 잘 되어 있다.

  3. 화장실 : 백련사 입구 주차장, 백련사, 다산초당, 다산수련원, 용문사 입구, 석문공원, 도암면사무소
  4. 음식점 및 매점 : 다산초당 입구에 음식점과 매점, 석문공원에 간이식당, 도암면사무소 부근에 음식점과 매점
  5. 숙박업소 : 시·종점에는 숙박업소가 없다. 다산초당 입구에 민박이 있다. 강진읍내에 숙박업소가 많이 있다.
  6. 코스 문의 : 강진군청 문화관광과 관광개발팀 061-430-3343

글, 사진: 김영록(걷기여행가·여행작가)

2018.03.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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