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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창원 저도 비치로드’

by걷기여행길

창원시 남쪽에 위치한 마산합포구, 그곳에서도 가장 남쪽에 작은 섬이 하나 숨어 있다. ‘저도’라 불리는 이 섬은 그 형상이 마치 돼지가 누워있는 듯한 모습을 닮았다 하여 이름에 ‘돼지 저(猪)’자를 붙였다. 돼지의 섬이라니! 그 안을 걷기만 하여도 재물 운이 굴러들어올 것 같은 이 섬은 마산이 창원과 통합되기 전, 옛 마산시의 9경으로 선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까지 자랑한다. 그 수려한 경관을 어떻게 즐길지 큰 고민을 할 필요는 없다. 섬의 가장자리를 따라 조성된 6.5km 구간의 해안길, ‘저도 비치로드’를 걷는 것만으로 저도의 매력을 느끼기엔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섬의 관문, 콰이강의 다리

저도 비치로드를 걷기 위해 늦은 밤 마산역에 도착했다. 아쉽게도 마산의 밤하늘을 수놓은 건 달과 별이 아닌 비와 번개였다. 밤새 비가 쏟아져도 좋으니 부디 내일 아침엔 해를 볼 수 있기를 빌며 잠이 들었다. 간밤의 기도는 반쯤 통했다. 해를 볼 순 없는 흐린 날씨였지만 다행히 장대비는 그쳐 섬을 한 바퀴 돌기엔 무리가 없어 보였다. 아침 일찍부터 장을 보셨는지 양손 가득 장바구니를 든 부지런한 할머님들 틈에 껴 저도로 향하는 버스를 잡아탔다. 할머님들의 왁자지껄한 수다를 자장가 삼아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어느새 저도로 들어가는 관문인 연륙교에 도착했다.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육지와 저도를 잇는 연륙교. 왼쪽에 보이는 붉은 다리가 원조 연륙교이자 ‘콰이강의 다리’이다.

저도 연륙교는 1987년에 건설된 170m 길이의 철교로 이 다리가 건설되기 전까지는 배를 타야만 섬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묵묵하게 육지와 섬을 잇던 연륙교는 노후로 인해 그 곁에 새로 지어진 ‘신 연륙교’에게 그 역할을 내어주었지만 여전히 ‘콰이강의 다리’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관광명소로 활약하고 있다. 태국 칸차나부리 지역에 있는 콰이강의 다리를 닮았다 하여 그런 애칭이 붙여졌는데 우리에겐 영화 제목으로 더 친숙한 곳이다. 붉은빛의 콰이강의 다리를 바라보며 신 연륙교를 건너자 저도가 반갑게 여행자를 맞이한다.

저도 비치로드의 자랑, 전망데크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저도 비치로드의 시작점.

연륙교에서 1km가량을 더 걸어 섬 안쪽으로 들어서자 비치로드의 시작점이 나타났다. 사실 비치로드의 시작 지점까지 버스가 운행하지만 콰이강의 다리를 구경하기 위해 그전에 내린 터였다. 하지만 15분간의 가벼운 산책 내내 남해바다를 품을 수 있기에 1km의 거리가 길게 느껴지진 않는다. 코스의 시작점 부근에서 배를 손질하던 어부 할아버님께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한다.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시작점부터 제1전망대까진 울창한 숲길이 이어진다.

시작점에서 제1전망대로 이어지는 비치로드의 첫 구간은 의외로 숲길이 주를 이룬다. 울창한 숲에 가려 바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코와 귀를 통해 바다를 얼마든지 느낄 수 있다. 솔 향과 어우러진 짭조름한 바다 냄새와 희미하게 들리는 파도 소리는 이어서 나타날 바닷길에 대한 기대를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초록으로 뒤덮인 숲길을 20여 분 걷다 보니 제1전망대와 함께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좌)제1전망대의 모습. 날이 좋을 땐 거제와 고성까지 조망할 수 있다. (우)제1전망대에서 바라본 주변 섬의 경관

날씨가 흐려 시야가 흐렸지만 남해바다는 원래 미인이라 살짝 찌푸린 얼굴도 나쁘지 않다. 날이 좋다면 정면으론 거제가 보이고 오른 편으론 고성이 보이는 알찬 전망대다. 제1전망대에서 제2전망대까지 이어지는 구간엔 중간중간 해안으로 이어지는 샛길도 나있어 바닷물에 잠시 손을 담가볼 수도 있다.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코스 중간중간 바다로 샛길이 나있다.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제2전망대는 해안 데크길의 시작이다.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제2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제2전망대에서 제4전망대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자타 공인 저도 비치로드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특히 제2전망대에서부터 시작되는 해안 데크가 압권이다. 섬 가장자리를 따라 완벽하게 조성된 나무 데크는 바다 풍경 못지않게 감탄스럽다. 험준한 섬 절벽이 아닌 평평한 데크를 따라 걸으면 되니 발걸음도 훨씬 가벼워진다. 제4전망대까지 이어지는 길, 왼편으론 바다와 기암괴석이 곁을 지키고, 오른 편으론 해안 절벽과 삼림이 길동무가 되어준다. 특히 저도 주변의 바다는 얼마나 맑은지 꽤 먼 거리에서도 물속의 자갈과 물고기가 눈에 보일 정도다. ‘날씨만 좋았다면 더 빛났을 것을!’ 하는 아쉬움은 ‘나중에 날 좋을 때 또 와야지.’라는 설렘으로 대체한다.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제4전망대까지 이어지는 해안 데크길은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조성되어 있다.

더욱이 눈만 즐거운 게 아니다. 외딴섬인 저도는 새들의 천국이다. 새들의 지저귐이 더해져 귀까지 즐거운 이 구간은 자연이 만든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듯하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길을 잘게 조각내어 1km 남짓의 구간을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이 구간을 고를 것 같다.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저도는 새들의 천국이다.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좌)해안 데크길을 걷는 여행자들 (우)해안 데크길을 걸으며 만나는 풍경.

힘들어도 한 걸음 더, 용두산 정상

환상적인 해안 데크길이 워낙 달콤했기 때문일까? 해안 데크길과 그 뒤에 이어지는 바다 구경 길이 종료되는 지점엔 고난의 오르막길이 등장한다. 지금까지 걸었던 길이 과도하게 평탄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급경사가 황당할 정도다. ‘바다구경길’부터 ‘정상가는 길’ 구간은 땀 좀 빼야 하는 구간으로 등산 구간이라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이 구간은 섬 중앙에 위치한 용두산으로 이어진다. 그 길이는 350m 정도밖에 안 되지만 험준한 산길이 이어지고, 가파른 오르막이 방해를 하는 까닭에 30분 가까이 소요된다.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정상가는 길‘은 코스의 유일한 오르막으로 상당히 험준하다.

마침내 ‘정상가는 길’에 다다르면 누구나 고민에 빠지게 된다.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한쪽은 용두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한쪽은 내리막이자 비치로드 마지막 구간인 ’하포길‘로 향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저도 비치로드는 안내 표지판이 상당히 잘 갖춰져 있다.

엄밀히 말하면 용두산 정상은 비치로드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포길로 가는 길이 정석 코스이지만 용두산 정상까진 10분이면 도착하기 때문에 힘을 내어 코스를 이탈해본다. 물론 용두산 정상까지의 오르막도 만만치는 않다. 해발 202미터의 용두산은 이곳에서 용이 물을 마시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아쉽게도 산 정상엔 안개가 자욱해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시계가 좋은 날엔 콰이강의 다리와 창원 시내의 모습, 주변 섬의 모습까지 보인다고 한다.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용두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용두산은 비치로드에 속해있지는 않지만 정상까진 10분 정도가 소요되니 함께 둘러보길 권한다.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좌) 용이 물을 마시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용두산 정상 (우) 아쉽게도 짙은 안개로 인해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시계가 좋은 날엔 용두산 정상에서 연륙교와 창원 시내, 주변 섬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용두산을 내려와 다시 ‘정상가는 길’을 찍고 ‘하포길’로 가는 길은 신나는 내리막길이다. 충분히 땀을 식힐 수 있는 구간으로 용두산의 능선을 따라 숲길을 바지런히 걷다 보면 ‘코스 합류점’ 지점이 나오고 그 너머로 촘촘하게 박힌 나무 계단이 하포길로 안내한다. 모든 코스를 완주하고 시작 지점 부근이었던 하포 마을에 도착하면 담벼락 가득 그려진 알록달록한 벽화가 여행자를 웃음 짓게 만든다.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좌)용두산의 능선을 따라 숲길을 바지런히 걷다 보면 ’코스합류점‘ 지점이 나온다. (우)비치로드의 마지막 구간인 ‘하포길‘은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환상적인 해안 데크를 따라 걷다. ‘

하포 마을의 벽화를 만나는 순간이 저도 비치로드를 완주하는 순간이다.

이름은 비치로드이지만, 바닷길은 물론 산길과 숲길까지 즐길 수 있는 저도 비치로드. 수려한 경관은 물론, 멋진 해안 데크까지 조성된 이곳은 창원 남쪽 끝자락에 꽁꽁 숨겨진 보물과도 같은 걷기길이었다.

걷기 여행 필수 정보

  1. 걷는 거리 : 6.5km (저도 주차장 ~ 하포길)
  2. 걷는 시간 : 2.5시간
  3. 걷기 순서 : 저도 주차장 - 제1전망대 - 제2전망대 - 해안데크로드 - 코스분기점 - 바다구경길 - 정상가는길 - 코스합류점 - 하포길
  4. 난이도 : 보통
  5. 교통편 : 시내버스 61번이 마산역에서 저도까지 운행(마산역 기준 첫차 06:25, 막차 22:10) 하지만 버스의 배차간격이 100분이고, 마산역에서 저도까지는 약 90분이 소요되므로 지도앱 등을 통해 실시간 버스 운행 정보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마산역에서 택시로 이동시 저도까지는 약 40분이 소요되고 요금은 35,000원 정도가 나온다.

걷기 여행 TIP

  1. 화장실 : 저도 주차장, 저도 연륙교 입구
  2. 식수 및 식사 : 저도로 이어지는 연륙교 부근에 카페와 매점이 밀집. 연륙교에서 저도비치로드 시작점까지 이어지는 도로와 저도 주차장 부근에 10여 개의 음식점이 위치.
  3. 숙박업소 : 저도 부근의 숙박 사정은 좋지 않으므로 마산역 혹은 마산(남부) 버스터미널 주변 숙박업소 이용
  4. 문의 전화 : 창원시청 관광과 (055-225-3705)
  5. 길 상세 보기 : 두루누비 전국 걷기여행과 자전거여행 길라잡이 www.durunubi.kr

글, 사진 : 태원준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