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 원시림은 동화 속 세상이다

[여행]by 걷기여행길

 제주올레. 말맛이 참 좋은 이름이다. 어느덧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로망이 된 곳이고, 육지 사람들이 제주를 찾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된 곳이기도 하다. 지금 제주올레는 주노선 21개 코스에 보조노선 5개 코스 해서 모두 26코스가 운영되고 있다. 각 코스마다 저마다의 풍광과 특징을 자랑하고 있어 전 코스를 모두 걸어볼 생각이 아니라면 코스 선택에도 이런저런 고민을 해야 한다. 제주의 자랑을 손꼽아 본다면 첫째는 한라산일 것이고 두 번째 세 번째는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오름과 곶자왈을 꼽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제주올레에도 오름과 곶자왈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가 몇 곳 있다. 그 중의 하나 제주올레 14-1코스 저지무릉올레를 걷는다.

닥나무 무성하던 닥몰오름에 오르다

14-1코스 저지무릉올레를 시작하는 곳은 제주시 한경면 저지마을이다. 저지마을에는 아름다운 저지오름이 있는데 14-1코스의 노선에는 들어있지 않고 13코스의 마지막 구간에 들어 있어 노선의 걷는 순서를 따라간다면 저지오름은 건너뛰어야 한다. 그러나 눈앞에 아름다운 숲을 두고 그냥 돌아서기에는 아쉬움이 너무나 크다. 좀 길게 걸을 요량을 하고 저지오름으로 방향을 바꾼다. 저지오름을 모두 돌아내려온 뒤의 얘기지만 저지오름에 안 올랐다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
곶자왈 원시림은 동화 속 세상이다

닥나무가 많았다던 저지마을의 저지오름-오름에서 멀리 떨어져야 보이는 풍광이다

저지(楮旨)는 닥나무의 한자표기인데 이 마을에 닥나무가 많아서 붙은 이름이라고 하며 제주말로는 닥모루 혹은 닥몰 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저지오름의 옛 이름은 닥몰오름이었다. 닥몰오름은 정상이 깔대기 모양인 원형의 분화구를 가지고 있는데 해발 239m, 분화구 둘레 800m, 깊이 62m 라고 한다. 오름 기슭을 반 바퀴 돌고 오름 꼭대기로 올라선 뒤에 분화구 주변을 한 바퀴 돌아서 내려오게 되는데 닥몰오름길을 걸어보면 이 숲길이 왜 2007년 제 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는지 알게 된다.

곶자왈 원시림은 동화 속 세상이다

저지오름의 분화구를 한 바퀴 도는 길은 울창한 숲길이다

오름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산’의 제주도 사투리라고 되어 있고 백과사전적 정의는 기생화산이다. 기생화산은 화산의 산허리나 산기슭에 생겨난 작은 화산을 말하는데 제주에는 이런 기생화산 즉 오름이 360여개 이상 조사되어 있다고 한다.

곶자왈 원시림은 동화 속 세상이다

길에서 만난 제주올레의 이정표-제주올레를 걷는 나그네를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제주에는 창조의 여신인 설문대할망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설문대할망은 치마로 흙을 날라서 제주도를 만들고 다시 한라산을 만들기 위해 치마로 흙을 퍼 담아 날랐는데 치마의 터진 부분으로 조금씩 새어나온 흙부스러기가 오름이 되었다고 한다. 오름은 돌하르방과 함께 제주의 대표선수이자 상징이다.

문도지오름 꼭대기에서 말을 만나다

다시 저지마을 버스정류장 앞에서 저지무릉올레를 시작한다. 사람 키보다 높이 쌓아올린 밭담 사이를 지나서 중산간마을로 향한다. 제주에는 바람과 돌이 많다. 당연히 농사를 짓는 밭에도 돌이 많았다. 농사를 지으려면 돌을 파내야 했는데 파낸 돌을 밭 가장자리에 쌓았다. 이렇게 쌓은 담을 밭담이라고 하는데 내 밭과 네 밭의 경계가 되기도 하고 바람이 많은 제주에서 밭에 심은 작물의 바람막이 역할도 했다. 제주에 있는 밭담을 모두 이으면 1만 리나 된다고 하며 이를 ‘흑룡만리’ 라고 부른다.

곶자왈 원시림은 동화 속 세상이다

문도지오름 꼭대기에는 제주식 무덤이 한 기 놓여있다. 무덤을 둘러싸고 있는 돌담을 산담이라고 한다

한참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조금 전에 올랐던 닥몰오름이 저만치에 있다. 걷는 길에서 본 닥몰오름의 모습은 성산일출봉을 닮았다. 저지무릉올레의 코스정보를 보면 다음에 만날 곳이 문도지오름 이라는데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오름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정표와 리본이 계속되니 길을 잘 못 든 것은 아니겠다.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목장이 나타나면서 목장 뒤로 언덕이 보인다. 바로 문도지오름이다. 문도지오름을 위에서 보면 마치 초승달처럼 생겼는데 해발 260m로 아주 높은 오름은 아니지만 주변이 곶자왈 지역이어서 상대적으로 우뚝하기에 꼭대기로 오르면 눈 맛이 시원시원해진다.

곶자왈 원시림은 동화 속 세상이다

문도지오름 꼭대기로 오르면 주변의 곶자왈과 오름 그리고 멀리는 한라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조심스레 목장 구역을 통과해서 언덕 위로 오르면 꼭대기에는 제주식 무덤이 한 기 있고 시야는 일망무제로 터진다. 서쪽에는 아침나절에 올랐던 닥몰오름이 우뚝하고 동쪽으로는 가까이 혹은 멀리 크고 작은 오름들이 보이고 더 뒤쪽으로는 한라산이 자신의 모습을 한 자락 보여준다. 문도지오름 꼭대기에는 말을 방목한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들이 여러 마리 방목되어 있으므로 말이 놀라지 않게 조심해서 지나야 한다.

제주의 원시림 곶자왈을 순례하다

곶자왈은 원시림을 의미하는 제주도 토속어다. 숲을 뜻하는 제주 말이 ‘곶’ 이고 자갈을 의미하는 제주 말이 ‘자왈’이다. 이 두 단어를 합쳐서 만든 말이 바로 곶자왈이다.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져서 울퉁불퉁한 지형이 만들어지고 이곳에 나무, 덩굴식물 등이 뒤섞여 원시림의 숲을 이룬 곳이 곶자왈인 것이다.

곶자왈 원시림은 동화 속 세상이다

곶자왈-바닥은 돌로 울퉁불퉁하고 숲은 나무와 덩굴식물이 얽혀서 원시림을 이루는 곳이다

제주도 동부, 서부, 북부에 걸쳐서 분포하는데 보온, 보습 효과가 뛰어나 북방한계식물과 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신기한 숲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올레에서는 일부 곶자왈에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너비로 덩굴을 잘라내고 울퉁불퉁한 곳을 평평하게 골라서 길을 냈다고 한다.

곶자왈 원시림은 동화 속 세상이다

곶자왈 하나를 빠져 나오면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 낸 차밭이 나그네를 반긴다

저지곶자왈, 청수곶자왈, 무릉곶자왈을 차례로 지나게 되는데 각 곶자왈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만 햇빛 한줌 들어오기 어려운 원시림만은 모두 공통이다.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날 수 있는 예쁜 길이 계속되다가도 갑자기 양치식물이 무성한 너른 터가 나오기도 하고 다시 조붓한 길로 바뀌면서 조금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앞으로 남아있는 길이 어떤 길일지 짐작할 수도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길에서는 큰 소리를 내는 것이 괜스레 미안해져서 길동무와의 이야기도 작은 목소리가 된다.

곶자왈 원시림은 동화 속 세상이다 곶자왈 원시림은 동화 속 세상이다

(왼쪽) 곶자왈에서 나그네의 걸음을 인도하는 것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두 가닥의 리본이다 

(오른쪽) 생명의 힘 가득한 원시의 숲이 곶자왈이다

곶자왈은 바위와 돌로 이루어진 곳이어서 경작지로 이용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동물을 방목하기에도 적당치 않은 곳이다. 덕분에 사람들의 출입이 많지 않아서 나무와 덩굴식물들이 뒤엉킨 원시림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과거에는 불모의 땅으로 인식되던 곶자왈이지만 최근 들어 곶자왈을 제주의 허파로 생각하면서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부디 영원토록 보존하면서 제주올레의 보석이 되기를 빌어 본다.

곶자왈 원시림은 동화 속 세상이다

밭담 안에서 일하고 있는 삼춘들을 보니 다시 사람 사는 세상으로 나왔음을 실감한다

코스요약

걷는 거리 : 17km

걷는 시간 : 6시간 (순 걷는 시간. 답사시간, 간식시간, 쉬는 시간 등은 포함하지 않음)

걷는 순서 : 저지마을회관 ~ 강정동산(2.7km) ~ 문도지오름 정상(5.1km) ~ 저지상수원(8.7km) ~ 오설록·이니스프리 제주관(9.5km) ~ 무릉 곶자왈(13km) ~ 영동케/봉근물(14.4km) ~ 인향마을 입구(15.9km) ~ 인향동 버스정류장(17km)

 

교통편  

찾아가기 

- 제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960번(제주~한림 중산간노선) 버스를 타고 한림리에서 하차한 후 그 자리에서 962번, 967번 버스를 타고 저지리사무소에서 내린다.

- 서귀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회선 일주버스 702번을 타고 하모3리에서 하차한다. 신창~모슬포 읍면순환버스 950번을 타고 저지리사무소에서 내린다.

 

돌아오기

- 제주시내로 돌아가려면 인향동 버스정류장에서 950번 버스를 타고 고산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702번 버스를 타면 한림리를 거쳐서 제주시내로 나갈 수 있다.

  인향동 버스정류장에서 신창~모슬포 읍면순환버스 950번을 타고 하모3리 정류장에서 내린 뒤 맞은편 모슬포 종점 버스정류장에서 750번 버스를 타면 제주 시내로 나갈 수 있다.

- 서귀포로 돌아가려면 인향동 버스정류장에서 신창~모슬포 읍면순환버스 950번을 타고 하모3리 정류장에서 내린 뒤 교차로 방향으로 100m 정도 이동하여 하모2리 정류장에서 서회선 일주 702번 버스를 타면 서귀포시내로 갈 수 있다.

 

함께 즐길거리 

주변관광지 : 저지 오름,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유리의성, 제주 항공우주박물관, 제주 전쟁역사평화박물관, 제주 옹기박물관

 

걷기여행 TIP


곶자왈 원시림은 동화 속 세상이다

* 자세한 코스정보는 http://www.koreatrails.or.kr/course_view/?course=1042 이곳을 참조해 주세요.  

 

화장실 : 저지마을회관, 저지마을 농협, 문도지오름 입구, 오설록·이니스프리 제주관

 

식당 및 매점 : 시작지점인 저지마을에 식당 두어 곳이 있고 마치는 곳인 인향동 버스정류장 앞에 식당이 하나 있다. 걷는 중간에는 식당이나 매점이 없으므로 간식과 먹을 물은 충분하게 준비해야 한다.

 

숙박업소 : 저지마을에 민박이 있을 뿐 걷는 중간이나 마치는 곳인 인향동에는 숙박시설이 없다.

 

코스문의 : 제주올레 콜 센터 064-762-2190

              제주올레 홈페이지 http://www.jejuolle.org

김영록 (걷기여행가. 여행 작가)

2015.11.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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