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근심 잊게 해주는 섬 - 여수 하화도 꽃섬길

[여행]by 걷기여행길

혜나, 옥남, 유진, 육지에서 밀려나고 버림받은 세 여자가 길에서 우연히 만나 꽃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꽃섬은 모든 슬픔과 근심을 잊게 해준다는 섬이다. 이들은 섬으로 가는 길에서 평안과 희망을 찾는다. 2001년 개봉한 송일곤 감독의 영화 ‘꽃섬’에서 세 여자가 파라다이스를 꿈꾸며 도착한 섬이 바로 여수 하화도(下花島)다.

슬픔과 근심 잊게 해주는 섬 - 여수

하화도 선착장에 내리면 환영 인사와 날개 벽화가 반긴다.

봄철에는 야생화와 유채꽃 만발해

여수에서 남서쪽으로 21km쯤 떨어진 하화도는 예로부터 꽃이 많아 ‘꽃섬’이라 했다. 맞은편 상화도는 웃꽃섬, 하화도는 아랫꽃섬으로 부른다. 봄철에는 진달래와 동백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별로 없다. 대신 산자고, 등대풀, 개불알꽃 등의 야생화가 조금 있고, 주민들이 가꾼 유채꽃이 제법 많다. 가을철에는 흰 구절초와 부추꽃이 그득하다. 주민들은 부추를 수확하고 부추전을 팔아 쏠쏠한 수입을 올린다. 하화도는 주변에 공룡발자국으로 유명한 사도, 낭도 등의 유명세에 묻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섬의 아름다움이 알려지면서 산악회와 캠핑 애호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슬픔과 근심 잊게 해주는 섬 - 여수

개불알꽃 군락.

하화도는 면적 0.55㎢, 해안선 길이 6.4㎞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북서쪽의 상화도를 마주 보며, 북동쪽으로 백야도, 서쪽으로 사도가 인접한다. 임진왜란 당시에 인동 장씨가 처음으로 섬에 들어왔고, 일설에는 이순신 장군이 항해를 하다 꽃들이 많아 꽃섬이라 명명했다고 한다. 섬의 생김새는 복조리 또는 하이힐 모양이다. 해안은 대부분 암석해안이며, 남쪽 해안에는 높은 해식애가 발달했다.


여수 하화도에 가려면 먼저 백야도 선착장으로 가야한다. 백야도는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어 더는 섬이 아니다. 하화도는 백야도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5㎞쯤 떨어졌지만, 여객선은 제도와 개도를 거쳐 가는 덕분에 40분쯤 걸린다. 하화도 선착장에 내리면 ‘꽃섬 방문을 환영합니다’란 글씨와 날개 벽화가 반긴다. 날개 벽화 앞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마을이 나오고, 왼쪽으로 가면 꽃섬길이 시작된다. 가파른 오르막 좀 오르면 정자가 나오고, 그 옆으로 1994년에 설치된 6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가 있다. 뒤를 돌아보면 상화도가 이웃처럼 정겹게 앉아 있다. 상화도와 하화도는 서로 마주 보고, 주민들도 수시로 서로를 바라본다. 정자 옆의 흙바닥에는 개불알꽃, 등대풀 등이 가득하다. 

슬픔과 근심 잊게 해주는 섬 - 여수

큰산 정상에서 본 상화도. 상화도와 하화도는 서로 마주 보는 이웃이다.

정자에서 조금 더 오르면 선바구. 섬 동쪽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선바구에서 내려오면 호젓한 숲길이 이어지고, 진한 향내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주변을 둘러보니, 매화가 피었다. 길은 섬의 남쪽으로 이어지는데, 하이힐 모양의 섬에서 구두 굽 쪽이다. 이곳에 제법 너른 언덕은 온통 유채꽃밭이다. 임광태 이장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심은 것이다. 아직 꽃이 피진 않았지만, 3월 말이면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노란 유채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장관이 눈에 선한다. 여기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가면 섬의 능선이 보이고, 남쪽 해안은 거친 바위들이 가득하다.

슬픔과 근심 잊게 해주는 섬 - 여수

큰산 정상에서 본 상화도. 상화도와 하화도는 서로 마주 보는 이웃이다.

슬픔과 근심 잊게 해주는 섬 - 여수

섬 남서쪽의 언덕에 주민들이 조성한 유채꽃동산 . 3월 말이면 노란 유채꽃과 바다가 기막히게 어우러진다.

바다가 가까운 시짓골전망에서 데크를 따라 오르면 능선에 올라붙고, 휘파람 불며 부드러운 길을 따르면 순넘밭넘 구절초공원에 이른다. 가을이면 섬모초라 불리는 구절초가 만개한다. ‘순넘밭넘’은 옛날에 ‘순’이라는 사람의 밭이 있던 곳이라는 뜻. ‘넘’은 작은 고개를 말한다.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따르면 섬에서 가장 높은 큰산전망대다. 전망대에서는 개도와 제도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나무를 벤 정상에서는 섬이 한눈에 잡힌다. 주황색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인 마을이 정겹다.

슬픔과 근심 잊게 해주는 섬 - 여수

섬의 남쪽 해안절벽을 감상할 수 있는 시짓골전망대

슬픔과 근심 잊게 해주는 섬 - 여수

순넘밭넘 구절초공원에서 본 마을과 바다 풍경. 주황색 지붕이 옹기종기 모인 모습이 정겹다.

꽃섬에 온 영화 속 주인공들은 행복했을까

큰산전망대부터는 데크 길로 전망대들이 줄이어 나타나는데, 오르내리막이 이어져 제법 힘들다. 먼저 나오는 전망대는 깻넘전망대. ‘깻넘’은 깨를 심었던 밭으로 가기 위해 넘어야 했던 작은 고개라는 뜻. 이곳을 내려가면 큰굴삼거리를 거쳐 막산전망대에 닿는다. 이곳은 남동쪽으로 개도·제도·백야도·금오도 등 다도해의 섬이 한눈에 들어오며, 서쪽으로 사도·낭도·고흥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까지 잘 보인다. 막산전망대를 내려오면 부드러운 북쪽 해안을 따라 애림민 야생화공원으로 이어진다.

슬픔과 근심 잊게 해주는 섬 - 여수

애림민 야생화공원은 백패커들의 천국이다.

슬픔과 근심 잊게 해주는 섬 - 여수

하화도는 다양한 야생화를 볼 수 있다. 유채밭에 핀 산자고가 곱다.

이곳은 캠핑 천국이다. 잔디밭 사이트와 화장실이 잘 갖추어져 있다. 건너편의 상하도를 바라보며 캠핑하는 맛이 일품이다. 마침 두 백패커가 텐트를 치고 있다. 부럽게 그들을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재촉해 선착장에 닿는다.

슬픔과 근심 잊게 해주는 섬 - 여수

와쏘식당의 부침개와 막걸리.

임광태 이장이 운영하는 와쏘식당에서 부침개에 막걸리를 들이켜니 천국이 따로 없다. 영화 주인공들은 과연 꽃섬에서 행복했을까. 아름다운 꽃섬은 그녀들의 아픔을 치유해 줬을 것이다. 꽃섬은 우리 마음에 있는 것은 아닐까. 마음에 꽃섬 하나 띄워놓으면 어떨까. 답답하고 팍팍할 때면 언제라도 그곳에 다녀올 수 있게…. 부붕~ 상하도에서 내려오는 여객선의 뱃고동이 이런저런 상상을 깨뜨린다. 육지로 가는 배가 좀 늦게 와주길 바랐지만, 매정하게도 시간 맞춰 뱃고동을 울린다.

코스요약

걷는 거리 : 5.7km

걷는 시간 : 3시간

걷는 순서 : 선착장~정자~선바구~유채꽃동산 ~순넘밭넘 구절초공원~큰산전망대~깻넘전망대~큰굴삼거리~막산전망대~애림민 야생화공원~선착장


교통편 

대중교통

여수여객터미널에서도 다니지만 오래 걸리고 배편도 드물다. 백야도 선착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태평양해운(061-662-5454)에서 1일 3회(08:00, 11:30, 14:50) 운행한다. 주말에는 편수가 늘어난다. 한국해운조합에서 운영하는 ‘가보고 싶은 섬’(http://island.haewoon.co.kr/)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자세한 배편과 운임을 알 수 있다.


걷기여행TIP

슬픔과 근심 잊게 해주는 섬 - 여수

* 자세한 코스정보는 http://www.koreatrails.or.kr/course_view/?course=290 이곳을 참조해 주세요.

화장실 : 선착장

식사 : 와쏘식당

길안내 : 이정표와 안내판이 잘 설치되어 있다. 원점회귀라 어느 방향도 상관없지만, 시계방향이 덜 힘들다.

코스문의 : 여수시청 관광과 061-690-2036

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2016.04.0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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