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의 진정한 가치를 만나는 길

[여행]by 걷기여행길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다녀가고, 이듬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한옥마을] 이 두 가지만으로 하회마을 설명은 차고 넘친다. 그러나 넘치면 모자람만 못한 것인가! 지금의 하회마을은 유명세로 인한 현대화와 관광지화 물결이 세차게 몰아친 후폭풍에 시달리는 듯 하다. 마을 고택 앞에 차려진 조악한 노점상들과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아이돌음악 등은 찾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회마을 매표소에서 줄을 서서 타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마을만 휙 돌아보고 나오는 관람객들은 이러한 실망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온전히 두발을 이용해 하회마을과 산 넘어 병산서원을 잇는 유교문화길 2코스 ‘하회마을길’은 이 마을의 가치를 제대로 찾아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길이다.

나룻배에 몸을 싣고 '부용대'를 향하여

본래 ‘하회마을길’은 안동한지에서 시작하지만 길을 잘 아는 이들은 하회마을 입구부터 걷는 경우가 많다. 하회마을 매표소부터 걷기 시작하면 얼마안가 찻길 오른쪽으로 낙동강을 끼고 걷는 1km의 호젓한 오솔길이 있다. 오솔길을 따라 20분 남짓 걸으면 둑길로 유명한 담양의 관방제림을 축소해 놓은 듯한 하회마을 낙동강 둑길이 나온다.

 

둑길 중간쯤 강 건너 기암절벽 위가 하회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부용대이다. 부용대에 올라가보지 않고서는 하회마을을 다녀왔다 할 수 없으니 1인 3천원의 왕복 뱃삯을 내고서라도 강을 건너는 것이 좋다. 강 건너 부용대 가는 길에 처음 만나는 고택이 옥연정사인데, 바로 이곳이 서애 유성룡 선생이 정승으로서 겪은 임진왜란의 경험을 기록한 ‘징비록’을 쓴 곳이다. 정승까지 지냈으나 청렴하기 이를 데 없던 서애 선생은 이 작은 옥연정사를 짓는데 무려 10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하회마을의 진정한 가치를 만나는 길

하회마을 매표소에서 마을로 향하는 오솔길. 셔틀버스를 타면 만날 수 없는 길이다.

하회마을의 진정한 가치를 만나는 길

풍요로운 가을 들녘의 하회마을 입구

하회마을의 진정한 가치를 만나는 길

담양 관방제림을 축소해 놓은 듯한 하회마을 낙동강 둑길

하회마을의 진정한 가치를 만나는 길

서애 류성룡이 '징비록'을 쓴 것으로 알려진 옥연정사. 배를 타고 건너가야 만난다.

부용대로 올라가기 전에 만나는 화천서원은 서애 선생의 형인 겸암 류운룡(1539~1601)을 배향하는 서원이다. 겸암은 동생만큼이나 여러 관직을 거쳤고, 역시 청렴하고 철저한 임무수행으로 인정받은 인물이다. 동생인 서애와 함께 퇴계 이황의 사사를 받기도 한 엘리트였다. 화천서원을 지나 나지막한 언덕을 10분만 올라가면 하회마을이 한눈에 펼쳐지는 부용대에 다다른다. 교과서나 관광책자에서 보던 바로 그 하회마을 모습이 실제로 조망되는 것이다. 인근의 예천 회룡포보다 스케일 면에서 크고 장대하다. 절벽에 주의하며 기념사진 한 장 남기고 다시 내려와 나룻배로 다시 건너온 후 마을 안으로 들어가 곳곳을 유람한다. 이때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 마을 중앙에 있는 600년 된 성황당나무이다.소원을 들어주는 것으로 알려진 이 느티나무 노거수는 그 명성만큼이나 많은 소원종이를 금줄에 매달았다.

 

하회마을 곳곳의 고택을 둘러보며 충효당의 서애 류성룡 기념관도 들려볼만하다. 충효당은 서애가 벼슬을 마치고 풍산현의 작은 초가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나서 그의 손자와 제자들이 그를 추모하기 지은 것으로 서애 선생의 종택으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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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대 오르는 숲길

하회마을의 진정한 가치를 만나는 길

부용대에서 한눈에 굽어보는 하회마을. 낙동강이 S자로 굽이쳐서 풍수상으로 태극연화부수형이라고 불린다. 이 한 장면을 보기위해 나룻배에 몸을 싣는 이들이 많다.

하회마을의 진정한 가치를 만나는 길

하회마을 관람도 충분히 즐겨본다.

병산서원 사당 앞 배롱나무 앵글에 심취

하회마을을 둘러본 후에는 낙동강 둑길을 따라 걷다 논 사이의 농로로 발길을 바꾼다. 유교문화길 안내판을 따르다보면 어느새 병산서원을 향하는 임도로 접어들게 된다. 임도를 50분 정도 걸으면 서애 선생을 배향한 병산서원에 닿는다. 병산서원은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 때도 그대로 유지된 47개 서원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조선시대 대표적인 유교 건축물로 병산서원을 꼽곤 한다. 특히 정문인 복례문을 지나자마다 만나는 만대루는 위압적이면서도 바로 코앞을 흐르는 낙동강과 그 건너의 우뚝 솟은 화산을 통 크게 차경(경치를 빌림)하는 효과를 갖는다.

 

만대루 위에서 이 멋진 풍광을 보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올라서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신 사당 앞의 400여년 된 배롱나무 6그루를 배경에 넣어 서원을 한 눈에 펼쳐보는 것도 꽤 근사한 앵글을 선사하므로 사당 근처까지 올라가 봄을 권한다.

 

이후의 걷는 길은 비포장 차도를 2km 정도 걸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5대 서원중에 하나인 병산서원을 오가는 차들이 적지않아 먼지로 인해 보행쾌적성이 많이 떨어진다. 따라서 ‘하회마을길’이 거쳐가는 삼구정과 안동한지체험관 등은 자가용을 이용해 경험해 보는 것이 좋겠다.

하회마을의 진정한 가치를 만나는 길

소원나무로 알려진 하회마을의 600년된 느티나무 신목

하회마을의 진정한 가치를 만나는 길

누렇게 익은 벼로 가득찬 논보다 배부른 풍경이 있을까!

하회마을의 진정한 가치를 만나는 길

병산서원을 향하는 호젓한 숲길

하회마을의 진정한 가치를 만나는 길

400년된 배롱나무와 어우러지는 병산서원. 우리나라 5대 서원 중의 하나이다.

코스요약

  1. 걷는 거리 : 13.7km (하회마을 입구~부용대~병산서원 구간은 9.0km)
  2. 걷는 시간 : 5시간 내외 (관람 및 쉬는 시간 포함)
  3. 걷는 순서 : 안동한지~소산마을(삼구정)~병산서원~민송정~하회마을장터~현회 삼거리 [추천구간 : 하회마을 입구~오솔길~둑길~(나룻배)~옥연정사~화천서원~부용대~(나룻배)~하회마을 관람~둑길~논길~임도~병산서원]

교통편

  1. 대중교통
    1. 안동초등학교 앞에서 하회마을로 가는 46번 시내버스 첫차가 06시20분에 운행. (1일 : 8회 운행)
  2. 주차장
    1. 하회마을 주차장 이용 (유료 2천원)

걷기여행 TIP

하회마을의 진정한 가치를 만나는 길
  1. 자세한 코스정보는 http://www.koreatrails.or.kr/course_view/?course=543 이곳을 참조해 주세요
  2. 화장실 : 곳곳에 다수
  3. 식수 : 사전 준비하거나 매점에서 구입
  4. 식사 : 하회마을 입구 장터
  5. 길안내 : 갈림길 안내가 부족한 곳이 있으므로 지도 프린트 또는 GPS트랙 참조
  6. 코스문의 : 유교문화체험학교 (054)858-1755

윤문기 '걷기여행작가, (사) 한국의 길과 문화 사무처장'

2016.10.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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