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과 남한강을 조망하며 걷는 즐거움!

[여행]by 걷기여행길

영남의 진산으로 통하는 소백산은 예로부터 ‘사람을 살리는 산’이라 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기암절벽을 거느린 명산이 나라 안에 수두룩하지만 그런 곳들은 대부분 위압적이어서 빼어난 풍광은 보여주되 정작 그 품은 허락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부드러운 능선을 가진 소백산은 영남과 충청, 강원지역에 걸쳐 너른 품을 펼치며 사람들이 깃들어 사는 안락한 터전이 되어왔다. 북으로는 남한강이, 남으론 영남의 젖줄 낙동강으로 스며드는 여러 물줄기가 닿아있어 고기 잡고 농사지으며 살기에 좋은 조건을 갖췄다. ‘사람의 산’ 소백을 에두른 ‘소백산자락길’은 그래서 더욱 살갑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한 열두 자락길

논밭이나 산의 아래 넓은 부분을 일컫는 순우리말 ‘자락’. ‘둘레’나 ‘올레’만큼 정감 가득해 기분 좋은 말이다. 소백산자락길은 말 그대로 드넓은 소백산의 자락에 깃든 작은 마을과 한적한 임도, 새와 산짐승이 다니는 오솔길, 고색창연한 오랜 절집과 퇴락한 유적을 드나들며 걷는 143킬로미터의 도보여행길이다. 경상북도 영주시와 봉화군, 충청북도 단양군과 강원도 영월군의 3도 4시·군을 걸치며 길이 이어진다.

 

소수서원에서 출발하는 ‘선비길’을 시작으로 초암사, 달밭골, 비로사를 거치는 ‘구곡길’과 ‘달밭길’로 구성된 1자락, 국가명승 30호인 3자락의 ‘죽령옛길’, 등짐장수 부상들이 다니던 장삿길인 ‘보부상길’을 포함하는 9자락 등 저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열두 자락으로 구성되었다.

소백산과 남한강을 조망하며 걷는 즐거

들머리에 있는 ‘소백산자락길 안내도’. 단양을 지나는 구간에 대한 상세정보를 얻을 수 있다.

죽령을 넘어와 충청북도 단양의 아름다운 산수를 조망하며 걷는 6자락 ‘온달평강로맨스길’은 바보 온달을 사랑한 평강공주의 세기의 러브스토리를 테마로 남한강을 조망하며 걷는 구간이다. 총 13.8킬로미터로 단양을 대표하는 명소인 온달산성과 온달동굴, 온달관광지를 지나며,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인 구인사도 가깝다.

소백산과 남한강을 조망하며 걷는 즐거

천태종 총본산인 구인사 전경. 좁은 계곡에 들어선 커다란 절집이라서 가람배치가 서로 마주보며 얼굴을 맞대고 섰다. 그것도 기본적으로 5층 이상이다.

소백산과 남한강을 조망하며 걷는 즐거

구인사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대조사전’. 구인사를 창건한 상월원각 대조사의 존상을 안치한 곳이다.

한적하고 걷기 좋은 9km 임도구간

6자락길 출발지는 구인사 서쪽의 보발재 아래 고드너머재다. 보발재를 넘는 595번 지방도 옆으로 단양군관광안내도와 소백산자락길 단양구간 안내표지판, 임도노선도, 6자락상세안내도 등이 나란히 서 있어 찾기 쉽다. 길은 대부분 한적하고 너른 임도를 따라 부드럽게 오르내리며 이어진다. 차량 한 대가 지나다니기에 충분한 너비의 폭을 가진 임도는 처음에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으나 얼마 후 흙길 구간과 반복하며 나타난다. 860미터대인 계명산 향로봉을 중심으로 그 허리를 따라 이어지는 임도는 조금씩 고도를 높여가지만 그 차가 심하지 않아 쉬엄쉬엄 걷기에 제격이다. 온달산성 방향의 산길로 꺾이기 전까지 임도구간은 모두 9킬로미터다.

소백산과 남한강을 조망하며 걷는 즐거

6자락 들머리에 세워진 안내판들. 자락길과 임도에 대한 친절한 정보들이 담겨 있으며, 이정표 역할도 한다.

출발 후 10분쯤 지나면서부터 비로봉에서 국망봉에 이르는 소백산 주능선이 왼쪽으로 펼쳐진다. 산세가 다소 가파르게 치고 오른 탓에 살짝 비현실적이기까지 하지만 아름다운 풍광은 역시 명불허전! 길 주변으로는 일본잎갈나무와 소나무, 참나무류가 많이 보인다.

소백산 주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대여섯 번째 굽이를 돌 즈음(출발 후 2.6km 지점)에 두 개의 벤치와 멋들어진 외관의 화장실이 나타난다. 임도구간의 마지막 화장실이라고 적혔다. 내부도 매우 청결하다. 화장실을 지나 다시 1킬로미터쯤 더 간 곳에서 널찍한 평상이 놓인 공터를 만난다. 해발고도가 690미터인 이곳은 6자락에서 가장 고지대다. 그만큼 조망도 좋아서 공터 옆 절개지에 오르면 천문대가 있는 제1연화봉에서 국망봉에 이르는 소백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소백산 언저리에 몰린 산들이 켜켜이 쌓인 모습도 장관이다.

소백산과 남한강을 조망하며 걷는 즐거

뒤돌아 본 풍광. 멀리 하얀 눈을 덮어 쓴 소백산 국망봉과 신선봉 일대가 눈길을 끈다.

소백산과 남한강을 조망하며 걷는 즐거

산골 성금마을과 소백산 언저리의 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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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이 있는 고갯마루에서 본 소백산 전경. 오른쪽 멀리 뾰족한 봉우리가 제1연화봉이고, 왼쪽의 구름 덮인 쪽이 국망봉 일대다.

평상이 놓인 고갯마루에서 600여 미터 내려서면 산골 외딴 마을인 ‘말금’, ‘성금’이 있는 왼쪽으로 임도가 갈리는데, 자락길은 직진해야 한다. 이즈음부터는 북쪽으로 남한강과 태화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지며 눈을 즐겁게 한다.

소백산과 남한강을 조망하며 걷는 즐거

들머리에서 2.6km 지점에서 만나는 쉼터. 잘 관리된 화장실과 벤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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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외딴 마을 ‘말금’, ‘성금’으로 이어지는 임도. 이 길은 무시하고 직진해야 한다.

출발 후 6킬로미터쯤 간 지점에 연둣빛 철문과 차단봉이 설치된 임도통제소가 나온다. 여기도 아까 본 것과 같은 디자인의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 이후 길은 솔숲이 우거진 계명산 허리를 따라 2.5킬로미터쯤 휘적휘적 이어지다가 소백산 화전민촌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인다. 이 일대는 단양군에서 ‘대단위산림복합경영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곳으로, 피톤치드길, 명상숲길, 치유의 숲길 등을 따라 참나물과 엄나무, 곰취, 산마늘, 삼지구엽초 등의 산약초들이 식재되어 있다.

돌쌓기의 절정을 보여주는 온달산성

공사 중인 화전민촌 진입로를 잠깐 따르다가 오른쪽으로 크게 꺾이는 곳에서 자락길은 왼쪽 솔숲으로 빠진다. 온달산성을 만나기까지 1킬로미터쯤 되는 이 구간은 지금까지의 널찍하고 평탄하던 임도와 달리 좁고 오르내림도 섞인 산길이다. 산성에 올라서기 직전 200미터 구간은 가팔라 숨이 가쁘다. 그러나 산성에 올라선 순간 만나는 통쾌한 조망은 충분한 보상이 되고도 남는다. 남한강 건너로 태화산(1027.5m)이 우뚝하고, 소백산 구간을 지난 백두대간이 선달산(1239m)으로 뻗어간 산세가 당당하기 그지없다.

소백산과 남한강을 조망하며 걷는 즐거

임도를 걷다가 만나는 소나무. 멋들어지게 자라서 눈을 즐겁게 한다.

사적 제264호인 온달산성은 고구려 평원왕의 사위인 온달의 무용담이 단양 땅에 전해오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남한강을 굽어보는 군사적 요충지에 세워진 작은 산성으로, 성벽의 총 길이가 683미터에 불과하다. 삼국이 치열하게 대립하던 시기에 고구려의 온달장군이 신라군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것이라 전해온다. 온달산성은 작고 오래된 성벽이 남한강과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다워 많은 이들이 찾는 단양의 관광명소다.

 

온달산성에서 온달오픈세트장까지는 대부분 계단을 따라 내려선다. 이 구간을 반대 방향으로 올라선다면 꽤나 숨이 가쁠 듯하다. 고구려풍을 재현한 듯, 우리에게 익숙한 한옥과는 다른 건축기법을 보여주는 온달세트장 끝에는 천연기념물 제261호인 온달동굴이 있으니 함께 둘러보면 좋다.

소백산과 남한강을 조망하며 걷는 즐거

화전민촌으로 이어진 도로를 벗어나 들어선 산길. 여태까지와는 달리 좁고 가파르게 온달산성으로 향한다.

소백산과 남한강을 조망하며 걷는 즐거

온달산성. 남한강 뒤로 솟은 산이 영월의 태화산이다.

소백산과 남한강을 조망하며 걷는 즐거

온달산성과 태화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납작한 돌로 정교하게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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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산성 동문 주변의 성벽. 누가 쌓았을까? 가히 돌쌓기의 최고 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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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봄의 온달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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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오픈세트장 옆 산자락에 있는 성황당.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 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소백산과 남한강을 조망하며 걷는 즐거

온달오픈세트장 전경. 고구려 궁궐 양식의 건물들로 빼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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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261호인 온달동굴.

온달산성에서 6자락 종점인 영춘면사무소까지 2킬로미터 남짓의 구간은 도로를 따른다. 짙푸른 남한강 조망이 빼어나지만 오가는 차량이 많은 곳이라 주의해야 한다.

소백산과 남한강을 조망하며 걷는 즐거

6자락 끝지점인 단양군 영춘면사무소.

코스요약

  1. 걷는 거리 : 13.8km
  2. 걷는 시간 : 3시간 30분
  3. 걷는 순서 : 고드너머재~방터~온달산성~온달관광지~영춘면사무소

교통편

  1. 찾아가기
  2. 동서울터미널에서 시외버스로 단양까지 간 후 단양읍 상진리 종점에서 1일 5회(06:45, 12:20, 12:50, 15:55, 18:30) 출발하는 시내버스를 이용, 보발리까지 간다. 교통문의 043-421-8800

  3. 자세한 정보는 이곳을 참조해주세요. http://www.sanjara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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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여행 TIP

  1. 자세한 코스정보는 이곳을 참조해주세요. http://www.koreatrails.or.kr/course_view/?course=725
  2. 화장실 : 출발 후 2.6km 지점, 8km 지점, 온달관광지, 영춘면사무소
  3. 식사 : 온달관광지와 영춘면소재지 부근의 식당 이용.
  4. 길안내 : 들머리와 날머리, 그리고 온달관광지에 코스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고 군데군데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고드너머재에서 온달관광지를 잇는 길은 중간에 갈림길이 여러 곳 나타난다. 가던 방향을 벗어나지 않으면 된다. 화전민터 갈림길 지나 도로를 만난 후 곧 왼쪽 숲으로 자락길이 갈리는데, 여기서 온달산성을 만나기까지는 길을 잘못 든 것 같은 느낌이 들 만큼 좁고 때로 가파르며 한산하다.
  5. 코스문의 : 소백산자락길 안내소 054-634-3121

이승태 여행작가

2017.03.2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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