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야생화 향기가 가득한 5월의 숲길

[여행]by 걷기여행길

경주 파주 출판단지를 품고 있는 심학산(194m)은 야트막한 야산이다. 둘레길은 심학산의 어깨를 품어 안 듯이 산의 7부 능선을 한 바퀴 도는 길이다. 지난 2009년 조성된 6.8km의 숲길은 한나절 정도 산책하기에 좋다. 특히 5~6월 봄날에 들르면 곳곳에 핀 아까시나무와 찔레, 철쭉이 산행객을 반긴다. 비가 오고난 뒤인 5월 둘째 주말에 들른 심학산은 은은한 야생화 향기가 가득했다.

은은한 야생화 향기가 가득한 5월의

교하배수지 철쭉

경기 파주 교하는 예전부터 ‘명당 중 명당’으로 손꼽히는 땅이다. 조선 후기 광해군(1608~1623) 시절 천도(遷都)를 생각할 정도로 명당으로 쳤다.

 

심학산은 파구 교하 벌판과 한강 하구를 굽어보는 야트막한 봉우리다. 산의 이름은 애초 심악(深岳)이었다고 한다. ‘물속으로 깊숙이 들어간 자리’라는 뜻으로 홍수 때 한강이 범람하면 내려오는 물을 막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숙종(1724~1776) 때 전설이 입혀졌다. 궁중에 있던 학 두 마리가 날아 도망갔는데, 이 산에서 찾았다 해서 ‘학을 찾은 산, 심학(尋鶴)’으로 불리게 됐다는 전해진다. 학이 둥지를 틀 만큼 품격이 있는 산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또 파주 교하는 조선시대 ‘명당 중 명당’으로 손꼽히는 땅이었다. 광해군(1608~1623)은 이곳으로 천도(遷都)를 생각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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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핀 아까시나무 꽃

자유로를 달리다보면 파주출판단지 너머로 짙은 녹음을 발산하는 언덕이 보이는데, 언뜻 봐도 참나무가 촘촘해 영락없이 학이 둥지를 틀만한 곳이다. 특히 여름엔 참나무와 소나무 등이 우거져 아늑한 느낌을 준다.

 

심학산둘레길은 접근이 쉽다. 동서남북 어디를 가도 산 아래서 정상으로 가는 길이 열려 있으며, 그래서 어디서 시작하든 산 정상을 향해 올라가다 보면 산을 한 바퀴 도는 일주도로(둘레길)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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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발로 다리 넘어 심학산둘레길 이정표

차를 끌고 가면 약천사 주차장에 세워두는 편이 좋지만,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에서 안내하는 길의 시작은 이채쇼핑몰이므로 이 곳에 차를 세웠다. 쇼핑몰 앞에서 사방팔방을 찾아봐도 ‘심학산 둘레길’이란 이정표는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헤매다 ‘이채사거리’ 횡단보도 교통신호등 기둥에 ‘평화누리길’이란 이정표를 찾았다. 심학산둘레길과 평화누리길과 이 지점에서 길이 겹친다. 어쨌든 시작점은 찾았으니 안심이 됐다. 길은 산은 향해 나아가는데, 이내 작은 개울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넜다. 다리 이름은 없고 지도상엔 ‘문발로’라고 표시돼 있다. 다리를 지나니 비로소 ‘심학산 둘레길’ 이정표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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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진입 전 배밭(왼쪽) / 둘레길 진입 전 이정표

낙조전망대에 서니 멀리 북녘 땅이 손에 잡힐 듯

다리를 지나니 주택가 골목이 이어진다. 그러나 길을 잃을 위험은 없다. 여기저기에 이정표가 잘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띠 형태로 된 ‘평화누리길’ 이정표가 모퉁이를 돌 때마다 나부끼고 있었다. 주택가 위로는 양 옆으로 배밭이 있는데, 이 언덕을 오르고 나면 ‘배밭 정자.’ 이윽고 둘레길에 진입했다. 이채쇼핑몰에서 이 지점까지 약 1km에 이른다. 쉬엄쉬엄 걸어 올라오면 약 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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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밭정자(왼쪽) / 배밭정자~낙조전망대 오솔길

배밭 정가에서 어디로 갈지 길을 선택해야 한다. 오른쪽 낙조전망대 방향으로 가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고, 왼쪽 수투바위 방향으로 가면 시계 방향으로 약천사 등을 만난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간 오후, 왠지 해가 기우는 곳으로 가고 싶어졌다.

 

둘레길에 들어서니 울창한 침엽수림 가지들이 만든 터널이 이어졌다. 이런 길에 들기만 해도 기분은 날아갈 듯 가뿐해진다. 배밭정자에서 낙조전망대까지는 불과 500m. 빠른 걸음으로 걷게 되면 10분이면 당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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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전망대

낙조전망대는 아주 훤하다. 서쪽으로 시야가 확 트인 곳에 나무데크가 설치하고, 눈에 들어오는 산의 이름을 알려주는 안내판까지 친절하게 설치했다. 특히 한강 너머 벌판에 솟은 야트막한 봉성산(129m)이 눈에 들어왔다. 낙조 전망대에서 보면 정면에서 보이는데, 기회가 된다면 강 건너 봉성산에 올라가 이쪽 심학산을 조망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전망대에서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북녘 땅이 보였다. 안내판에는 ‘북녘 개풍군이 보인다’고 했는데, 정확한 지점은 가늠할 수 없지만 북녘 땅이 한 눈에 들어온다.

로맨틱한 소나무숲길

심학산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쭉한 모양이며 정상은 서쪽의 중심에 솟아있다. 낙조전망대는 서쪽 끝이다. 낙조전망대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방향을 잡으면 교하배수지를 향한다. 심학산의 남쪽 면이다. 오후에 가면 이 사면에 햇볕이 가득한데, 가족이든 연인이든 같이 걷기 좋은 길이다. 물론 혼자도 좋지만, 이런 호젓한 산길을 혼자 걷기는 아깝다. 길 바닥은 돌이나 자갈이 전혀 없는 푹신한 흙길이라 굳이 등산화가 필요 없을 정도다. 오히려 딱딱한 등산화보다는 트레일화 운동화가 더 낫다.

 

길 곳곳엔 찔레꽃과 아까시나무 그리고 이제 운명을 다하고 고개를 떨어뜨린 산철쭉이 드문드문 보인다. 가까이 가서 코로 직접 맡는 내음보다 참나무·소나무 숲을 파고드는 은은한 향이 더 좋은 법이다. 사람의 손길을 흐드러지게 핀 꽃이 아니라 산에 핀 야생화라 더 귀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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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에 핀 찔레꽃

낙조전망대에서 교하배수지까지는 약 2km 남짓이다. 잰걸음으로 30분이면, 쉬엄쉬엄 걸으면 한 두 시간 거리다. 배수지 주변엔 손으로 가꾼 철쭉이 아직 남아 있다. 배밭정자에서 여기까지는 약 2.5km. 심학산 둘레길은 약 5km 남짓이니 배밭정자에서 시작한 길은 배수지까지 절반인 셈이다.

 

배수지를 반환점 삼아 길은 다시 남으로 향했다. 걷는 이의 오른편엔 다시 북녘 땅이다. 1시여를 걸으면 약천사가 나온다. 가람의 한 가운데에는 높이가 13m나 되는 거대한 ‘남북통일약사여래대불’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약사여래대불은 심학산 정상을 등지고 한강 하구와 북녘 땅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지난 2008년 남북통일을 염원하며 세워졌다. 야트막한 산, 작은 규모의 절에 비하면 불상은 거대하다. 불상 앞에 핀 탐스런 수국이 그지없이 아름답다. 수국 너머로 다시 북녘 땅이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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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천사

약천사 주차장 맞은편으로 이 절에서 가장 큰 법당인 지장보전이 있었다. 약사여래불 위편에 있는 대웅전은 소소한 규모다. 으레 대웅전이 가장 큰 건물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다. 약천사는 본래 약수로 유명했다. 또 이곳 한류 연예인으로 고(故) 박용하의 위패가 있어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허나 이날 외국인 관광객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약사여래불 위 다시 갈림길이다. 곧장 올라가면 산 정상, 오른편으로 ‘수투바위 650m’를 이정표가 보였다. 대체 ‘수투바위’는 무엇일까. 작명의 내력을 빨리 알고 싶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수투바위에 다다른 지점, 길에서 조금 내려가니 바위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수투바위쉼터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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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천사 수국(왼쪽) / 약천사 위 트레일

200m 더 가면 애초 길의 시작점인 배밭정자다. 일주도로이기 때문에 참나무길이 반복되지만, 숲이 울창해 길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그러나 길동무가 있으면 한결 좋다. 또 이런 호젓한 오솔길은 단체보다는 둘이면 딱 좋다.

 

배밭 정자를 기점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둘레길을 한 바퀴 도는데 2시간여 걸렸다. 애석하게도 혼자서 걸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심학산 정상에 올라가 보는 것도 좋다. 약천사에서 10여 분이면 정상에 이를 수 있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삼나무가 좋다. 길도 널찍한 편이라 어른 서너 명이 나란히 걸어도 좋을 만큼 편하다. 정상에 오르면 주변 전망이 한 눈에 들어와 일산과 파주, 한강 임진강까지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가 있는데, 관람용 팔각정자와 조망 데크가 있다. 해넘이 시간을 맞춰 오른다면 아름다운 낙조를 만날 수 있다.

코스요약

  1. 걷는 거리 : 17km
  2. 걷는 시간 : 2~3시간(속도에 따라 편차 있으나 쉬엄쉬엄 걸으면 1시간 약 2km)
  3. 걷는 순서 : 이채쇼핑몰(출판단지)~배밭정자(1.1km)~낙조전망대(0.5km)~교하 배수지(2km)~약천사(1.5km)~수투바위(0.6km)~배밭정자(0.2km)~이채쇼핑몰(1km)
  4. 자가용으로 이동한다면 약천사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게 용이하다.

교통편

  1. 찾아가기
    1. 대중교통 : 2호선 합정역 1번 출구 앞에서 출발하는 신성여객 200번 버스를 타고 심학산 둘레길 초입까지 갈 수 있다. 도중에 3호선 대화역을 들르니 이 곳에서 200번 버스로 갈아타도 된다. 파주출판단지 이채사거리에서 하차하면 바로 트레일이 시작된다. 배차간격은 10~15분이다.
  2. 돌아오기
    1. 대중교통 : 파주출판단지 이채사거리에서 200번 좌석버스를 타고 일산방향(종점 2호선 합정역)으로 이동(배차간격 10~15분)

함께 즐길거리

  1. 헤이리예술마을 : 약 400여 명의 예술인이 참여한 문화 예술 공간이다. 둘레길을 걸은 뒤 헤이리예술마을에서 식사나 차 한 잔 하는 것으로 스케줄을 짜면 좋다.
  2. 오두산통일전망대 : 직선거리로 북한 땅이 불과 460m로 ‘휴전선 155마일’ 중 비무장지대 폭이 가장 짭은 곳이다. 맑은 날이면 해발 140m 전망대에서 이북 지역 민가를 볼 수 있다. 매년 100만 명의 내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자유로 성동IC에서 나가면 금방이다.

걷기여행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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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세한 코스정보 http://www.koreatrails.or.kr/course_view/?course=1498
  2. 화장실 : 파주 출판단지에서 출발하면 이채쇼핑몰 등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심학산 둘레길을 걷는 도중에는 약천사에 화장실이 있다.
  3. 식당/매점 : 걷기길 초입, 파주출판단지·이채쇼핑몰 인근에 카페 등이 있다. 약천사 주차장 아래서도 음식점이 여러 곳 있다.
  4. 숙박 : 트레일에 숙박업소가 없다.
  5. 코스문의 : 파주시청 031-940-4612(공원녹지과) tour.paju.go.kr

글, 사진: 김영주 기자(중앙일보)

2017.05.2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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