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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SNS에 의해, SNS를 위해 탄생한 식품들

by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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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초콜릿 음료는 효과 좋은 숙취해소제로 잘 알려져 있다. 음주 후 일시적으로 간 기능이 저하되면서 혈당도 함께 떨어지는데, 이때 떨어진 혈당과 수분을 보충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유명 초콜릿 제품 이름을 딴 우유, 패스트푸드점의 초콜릿 쉐이크 등은 네티즌 사이에서 효과 좋은 '숙취해소템'으로 꼽혀왔다.


2016년 연세유업이 출시한 '마카다미아 초코우유'는 지난 5월 출시한 이후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하며 '초코우유 끝판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판매량도 2017년 320만개에서 2018년 500만개로 훌쩍 뛰었다.


이 제품은 걸쭉한 질감과 마카다미아 고유의 고소한 맛으로 별다른 마케팅 활동 없이 SNS 사이에서 팬덤을 형성했다. 연세유업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판매량이 1000만개를 넘은 제품"이라며 "'가장 진한 초코우유를 찾는다'는 주제로 여러 SNS 채널에서 다뤄진 덕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NS가 식품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SNS 입소문으로 '인기템'으로 등극하는 경우는 일반적이다. SNS로 모인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만들어지는 제품이 있는가하면, 애초에 뜨거운 SNS 반응을 노리며 출시되는 상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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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는 지난달 19일부터 '닭껍질튀김' 한정 판매를 시작했다. 고기보다 껍질 부분을 선호하는 일부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몇몇 매장에서 판매됐던 제품이다. KFC 관계자는 "SNS 상에서 화제가 돼 국내에서도 출시를 논의하던 중이었는데 소비자 요청이 급증하면서 판매를 확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SNS 고객 의견을 반영해 기존에 판매되던 제품을 개선하는 경우도 있다. 이마트는 지난달 브리오쉬빵에 플레인 치즈크림으로 맛을 낸 '뉴치즈몽땅'을 선보였다. 뉴치즈몽땅은 2017년 2월 이마트가 출시해 큰 인기를 끈 '치즈몽땅'을 업그레이드시킨 버전이다. 타원 모양의 빵을 4분의1로 자른 듯한 모양에, 단면에 치즈가 가득 들어간 외양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치즈가 새 먹기가 불편하다'는 평이 많았다. 이마트는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치즈의 신맛을 줄이는 대신 단 맛을 강화했고 치즈가 새지 않도록 빵 모양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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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탄생 과정에 SNS 고객들의 의견이 반영된 만큼 이들 제품에 대한 반응은 뜨거울 수 밖에 없다.


KFC의 닭껍질 튀김은 강남역점, 경성대부경대점, 노량진역점, 수원인계DT(드라이브스루)점, 연신내역점, 한국외대점 등 전국 6개 점포에서만 판매됐지만, 출시 후 뜨거운 소비자 반응으로 지난달 27일부터 13개 매장에서 추가 판매가 시작됐다. SNS 해시태그도 5000개를 넘어섰다.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수시간까지 대기해 맛볼 수 있었다는 후기부터 '3일째 찾아갔지만 품절돼 실패했다'는 짜증섞인 게시글도 찾아볼 수 있다. 평가는 주로 '기대했던 대로 맛이 없을 수가 없다'거나 '맥주 안주로 제격'이라는 등 긍정적이다.


뉴치즈몽땅을 먹어 본 네티즌들도 '인생 치즈번' 등 후기를 공유하고 있다. '특유의 진한 맛이 사라져 밋밋하다'는 아쉬움 섞인 평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반응이든 회사 차원에서는 SNS 기반으로 기획·제조된 제품들이 고객들과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판매량 외 마케팅 효과도 거둘 수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판매량보다 SNS에서 화제되는 것 자체에 무게를 두고 기획되는 제품들도 있다.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맛있을까?'하는 궁금증이나, '맛 없을 거야'하는 확신을 불러일으키는 제품들이다. 네티즌들은 이 상품들에 '끔찍한 혼종'이라는 익살스러운 별명을 붙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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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빙그레가 내 놓은 '귤맛 우유'가 대표적이다. 귤맛 우유는 국민 바나나우유로 거듭난 '바나나맛 우유'와 같은 용기에 담겨 판매된다. 기존에 우유 향료로 사용되지 않았던 색다른 제품을 내놓는 '세상에 없던 우유' 두번째 시리즈다. 회사측에서도 '세상에 없던 우유 시리즈는 소비자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출시된 것'이라고 밝힐 정도로 상품력 만큼이나 재미를 강조한다.


SNS에서는 즉각적인 반응이 올라왔다. '우유에서 오렌지향 주황색 형광펜 맛이 난다', '시럽형 감기약을 우유에 탄것 같다'는 창의적인 후기는 오히려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궁금해 한 내 자신이 후회된다'와 같은 반응도 하나의 재미요소가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빙그레가 다양한 실험을 하는 것 같다'며 브랜드를 인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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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농심이 출시한 '포테토칩 육개장사발면'도 소비자들의 SNS 반응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제품이다. 농심의 두 스테디셀러 '육개장사발면'과 '포테토칩'은 지난 4월 1일 만우절에 농심이 공식 홈페이지에 '육개장 사발면과 포테토칩을 섞으면 어떨 것 같냐'에 대한 의견을 소비자들에게 물으면서 시작됐다. '재밌을 것 같다', '맛있을 것 같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파악한 농심 측은 한달 간 제품을 개발한 끝에 감자칩에 컵라면 스프를 뿌린 듯한 제품을 내놓았다. 농심 관계자는 "특이한 제품들은 소비자들 관심이 많아 스스로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협찬 등을 따로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인기 유튜버가 '인싸템'으로 소개하는 등 큰 홍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털 사이트 연관검색어에 '포테토칩'을 치면 '포테토칩 육개장'이 뜰 정도로 소비자 관심도도 높다.


[강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