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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렌즈타고 한국여행

금빛 드리우는 한옥마을…
마법 같은 순간에 `찰칵`

by매일경제

매일경제

사진 출처 = 셔터스톡(사얀 우라난)

"너도 사진 한번 찍어볼래?" 처음에는 얼토당토않은 소리였다. 손에 익은 것이라곤 프라이팬과 식칼뿐이지 않았던가. 너무나도 먼 이야기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사실 태국에서 셰프의 삶은 그다지 녹록지 않았다. 안 그래도 더운 날씨에 불 앞에 온종일 서 있자니 화마에 덮쳐질 것만 같았다. 그러던 중 한국행을 제안받았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더 나은 삶을 찾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지금이다. 내 앞엔 여전히 가스불이 프라이팬을 달구고 있고, 어느 정도 무더위는 가셨지만 그래도 낮에는 여름 못지않게 더위가 한창이다. 셰프의 삶이란 게 본질적으로 달라지진 않는 것이리라. 이곳 열기도 만만치 않은 게 꽤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환기가 필요했다. 친구 녀석 꾐에 못 이기는 척 쉬는 날 따라나섰다. 카메라라곤 휴대폰에 달린 게 전부인 이에게 무슨 기술이 있겠나. 그저 맘에 드는 풍경을 렌즈 앞에 두고 셔터를 누를 뿐이었다.


한나절을 끊이지 않는 친구 녀석 잔소리와 함께 보냈더니 조금은 갤러리가 봐줄 만해졌다. 어느새 잔소리도 그치고, 정적 속에 울리는 셔터 소리만이 들렸다. 나쁘지 않은 일탈이다.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한 달 전만 해도 그렇게 열을 내더니, 이제는 좀 유순해진 햇살이다. 안국역을 지나 북촌 한옥마을을 골목골목 올랐다. 골목을 하나둘 지날 때마다 하늘이 노릇노릇 구워진다. 북촌 골목 끝에 올라 뒤돌아서니 금빛으로 도시가 물들고 있다. 셰프의 감이랄까? 재빠르게 셔터를 눌렀다. 꽤 멋진 순간이 담겼다. 첫 작품이랄 것이 탄생한 순간이다. 친구는 샘이 난 모양이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만큼 잘 찍었다는 것일 테다. 또다시 밑져야 본전이다. 제일 맘에 드는 사진을 골라 셔터스톡에 올려보았다. 기름진 요리사의 손이 찍어낸 사진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살까. 큰 기대는 접어둔 채 중고로 손에 넣은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다.


※취재 협조 = 셔터스톡

사얀 우라난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