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타고 한국여행] 네온사인 불빛 일렁이는 도시…서울의 겨울

[여행]by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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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 속 장면같은 서울의 한 골목길. [사진 출처 = Diego Mariottini/Shutterstock]

한낮, 약간의 더위마저도 가셨다. 손을 내밀고 걷다 보면 금세 시려 오는 것이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것이 분명하다. 이 시기 하늘은 특유의 색감 탓에 보기만 해도 계절감이 느껴질 정도다. 맑지만, 차갑다.


컬러풀한 네온사인이 가득한 도심의 골목길은 한국에서 처음 접한 즐거움이다. 중세시대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내 고향 이탈리아 시에나의 밤 거리와는 다르다. 밤늦도록 꺼지지 않는 화려한 색감의 불빛과 사람들의 활기찬 웃음소리가 적잖은 괴리감을 준다. 이는 타국에 있음을 실감케 한다.


과거의 서울과 현재 서울의 모습이 공존하는 종로를 찾았다. 사람들의 북적임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인사동 거리는 이제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다. 열차 창가에 비치는 금빛 햇살을 마주하며 한강 건너편 빌딩 숲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순간의 풍경이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중세시대 시에나에서 가까운 미래 세계로 타임슬립(시간여행)을 한 시간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이다.


열차 안 사람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어느덧 한 자리 건너 한 자리, 출구 쪽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서울 중심부에 가까워진 것일 테다. '끼익-!' 소리를 뒤로 열차가 멈춘다. 출구를 찾아 계단을 오르자 환하게 빛을 발하는 네온사인 불빛이 머리 위로 비쳐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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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분위기 감도는 서울 야경. [사진 출처 = Diego Mariottini/Shutterstock]

가장 좋아하는 대목은 멀리서 바라보는 서울의 야경이다. 해가 지고 어두컴컴한 도시를 환한 불빛으로 가득 메우고 있는 도시의 빛나는 모습에 스스로를 투영해 본다. 다소 지쳤던 여행길에 하나하나 불을 지피고, 길을 찾아 나서는 모습 같아서다.


이곳에서 수없이 많은 사진을 남겼다. 빌딩 숲을 향해 바라본 모습부터 더 이상 빛이 비추지 않는 저기 저 먼 곳까지. 어느새 셔터스톡 포트폴리오에 서울의 반짝이는 도심과 야경 사진이 즐비하다. 콘셉트랄 게 딱히 없는 사진작가 생활이라 생각했건만, 이제 와 보니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서울의 겨울을 촬영함에 있어 최고의 난항은 바로 차가워진 손이다. 렌즈를 통해 바라본 모습에 매료돼 정작 셔터는 누르지 않은 채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잔잔히 일렁이는 네온사인 불빛의 모습과 도로의 수많은 자동차들의 경적 소리, 멀고도 가깝게 들리는 사람들의 정겨운 웃음소리. 기분 좋게 북적이는 서울, 이곳의 소리들이 풍경 자체에 대한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코가 시릴 때 즈음에나 셔터를 누를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두 손 또한 서울의 겨울 야경에 매료됐는지 도통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간신히 설득시킨 끝에 셔터를 누를 수 있었다.


※ 취재 협조 = 셔터스톡


[디에고 마리오티니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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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3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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