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강한데 어때"…마스크 안쓴 200여명 클럽서 `밀착 댄스`

[이슈]by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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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새벽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클럽에서 이용자들이 흥겹게 어울리고 있다. 클럽 이용자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대화를 나누고 신체 접촉을 하기도 해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15일 새벽 3시. 야심한 시간이지만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는 '불토(불타는 토요일)'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태원역 인근 지하 1층에 있는 한 클럽으로 바로 이어지는 계단 앞 입구에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까만 치마에 하이힐, 회색 후드티에 청재킷 등으로 멋을 부린 청년 10여 명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에는 코로나19를 의식한 듯 '모든 손님은 마스크 쓰기를 권고합니다. 모든 손님은 열 체크, 손소독제 사용 후 입장'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정작 출입 시에는 얼굴을 확인하고 엄지손가락을 신분증 검사기에 찍는 절차가 전부였다.


지하 공간인 클럽으로 들어서자 가득 들어찬 매캐한 연기와 함께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160㎡(약 48평) 남짓한 대형 무대에서는 200여 명이 대부분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서로 어깨와 어깨를 부대낄 정도로 밀착해 춤을 추고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하거나 만나더라도 2m 이상 거리를 두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는 이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내부에서 이동하려면 인파를 뚫고 지나야 해 어깨나 팔 등 신체 접촉이 발생하는 경우가 잦았다.


최근 서울 구로구 콜센터와 동대문구 PC방 등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많은 사람이 출입하고 이용하는 '다중밀집시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서울 내 일부 클럽에서는 많은 사람으로 여전히 붐볐다. 다수 클럽은 임시휴업을 결정했지만 일부 클럽이 영업을 이어가자 문을 연 클럽으로 손님이 몰려가는 쏠림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찾은 이태원 클럽은 비말(침방울)로 감염되는 코로나19가 퍼지기 쉬운 환경인데도 사람들은 '코로나19 무풍지대'에 온 것처럼 보였다. 클럽 안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보였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도 턱 아래로 내리고 대화하기 일쑤였다. 클럽 직원들과 음악을 트는 DJ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이들은 오히려 다 같이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자리에서 뛰며 젊음을 발산하도록 유도했다. 자칫 클럽이 코로나19 집단감염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위험을 그대로 노출한 셈이다.


일부 이용객은 서로 손을 잡거나 얼굴을 가까이 해 귓속말을 하는 등 밀접하게 신체 접촉을 했고 각자 술잔을 나눠 마시며 친밀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클럽을 찾은 김 모씨(22)는 "3시간째 친구와 놀고 있다. 마스크를 안 써도 면역력이 강하면 코로나19에 안 걸린다고 하니 걱정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이태원의 다른 클럽에서 영업직원(DM)으로 일하는 A씨는 "이태원에서 문을 연 클럽은 이곳뿐이라 어제와 오늘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찾는 등 난리가 났다. 긴급하게 연락받고 이 클럽으로 지원을 나왔다"고 전했다.


클럽을 즐겨 찾는 이들은 클럽 관계자와 이용자들의 온라인 공간에서 클럽별 영업 방침을 확인하거나 DJ 라인업 등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해당 클럽 관계자는 "손님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건 사실상 힘들지만 매일 클럽을 방역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번화가인 강남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특히 이곳은 클럽뿐만 아니라 술집과 감성주점포차(춤을 출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주점) 등을 찾은 사람들로 떠들썩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임시휴업을 했다가 지난 주말 영업을 재개한 클럽 앞에는 50여 명에 달하는 긴 줄이 연출됐다. 일부 인원들은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고 담배를 피우거나 대화를 나눴다. 친구 3명과 함께 클럽에 왔다는 김 모씨(25)는 "별 걱정은 안 된다. 그렇게 걱정되면 애초에 밖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제도 다른 강남 클럽이 문을 열어 놀러갔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기가 잘 되지 않는 클럽은 비말 등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라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장소"라며 "확진자 중 20대가 많은데, 이들의 경각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변에 감염을 전파할 위험성을 깨닫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시가 클럽 등 장시간 밀접접촉이 이뤄지는 장소에 영업 중단을 권고했고 행정명령까지 경고했지만 일선 구청 관계자들은 해당 클럽이 영업을 강행한다면 이를 막을 뚜렷한 방법이 없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서울 한 구청 관계자는 "자발적인 일시 영업 중단을 클럽 측에 유도할 수는 있지만 구청에서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을 할 수 없기에 영업을 강행한다면 막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윤균 기자 / 김금이 기자]

2020.03.1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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