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운 개막식

[컬처]by 맥스무비

올림픽 개막식은 집단의 열망이 최고로 응집된 행사다. 축제의 흥을 웅장하게 돋우고 승리의 고취를 화려하게 끌어올린 ‘영화감독 표’올림픽 개막식을 되짚어본다.

2008 베이징올림픽, 경탄의 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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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모 감독이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의 총감독을 맡았단 소식을 들었을 때 예의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연출해 온 영화의 규모와 화려함이 최대화될 거란 걸.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의 무기가 성대함과 화려함이라면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은 그 무기를 최첨단으로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 1부 찬란한 문명과 2부 환희의 시대로 이루어진 축제에서 가장 놀라운 경탄을 자아낸 공연은 단연 공중을 걸어가서  성화를 점화하는 퍼포먼스다. 개막식 당일까지 최대 기밀로 부쳐질 정도로 공들여 준비한 퍼포먼스였다. 대형 지구 모형 위에 무용수들이 직립한 채 춤을 춘 공연도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화려한 공연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진정 중국다운, 장예모다운 스케일은 개막식에 투입된 2만여 명의 사람들에 있다. 사람 위에 사람이 올라서고 얽혀 인간 탑을 쌓아 올리는 모습이나  소수 민족 공연을 위해 동원된 사람들이 모두 같은 전통의상을 입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거대한 중국의 경이로움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고, 베이징올림픽은 역대 아름다운  올림픽 개막식으로 손꼽힌다. 장예모 감독은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자신의 영화들을 통해 보여준 중화주의, 즉 ‘가장 중국다운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심지를 잃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그의 뚝심은 통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위엄의 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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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이 중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그 누구도 흉내 낼 엄두도 못 내는 세계라는 걸 드러냈다면, 런던올림픽 개막식은 다른 방식으로 영국의 위대함을 그려냈다. ‘미스터 빈’ 로완 앳킨스,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 배우 겸 감독 케네스 브래너, ‘해리 포터’ 시리즈의 조앤 K. 롤링,  데이비드 베컴,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 등 영국에서 나고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친 위용의 얼굴들로 채운 거다. 그리고 그 영광 뒤에 영국의 역사가 동행해왔다는 걸 상기시키는 퍼포먼스를 잊지 않았다. 중간중간 데이비드 보위, 퀸, 레드 제플린 등 이른바 ‘브리티시 인베이전(1960년대 영국의  록과 팝 음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해 현지 대중의 열광을 얻은 일을 일컫는다)’의 명곡들을 버무려 가슴 벅찬 호응을 유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큰 구성으로 보면 '경이로운 영국'이라는 주제로 3막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런던올림픽 개막식은 <슬럼독 밀리어네어>(2009)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대니 보일 감독이 총감독을 맡았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더 템페스트>의 문구인 ‘경이로운 영국’이라는 주제 아래 1막에서 농촌의 영국, 2막은 산업 혁명시기의 영국, 3막은 민주주의 시대의 영국을 웅장하게 담았다. 문화대국이 전세계에 불어넣은 영감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촘촘하게 짜인 문학적 구성과 현재를 이야기하는데 있어 과거를 잊지 않는 대니 보일의 화법이 없었다면 그 자신감의 무게가 한없이 가볍기 만한 개막식이 됐을 거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무색한 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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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개막식이 각국 거장들의 국가 대항전처럼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까. 임권택과 장진 감독이 호기롭게 도전한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은 다소 무리수를 둔 연출로 평가된다. 앞선 두 나라에 비하면 물량공세도, 세계를 홀린 문화적 자산도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한국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과 공연계와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장진 감독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IT 강국으로서의 면모와 참가하지 못한 나라들을 정으로 보듬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개막식을 본 모든 사람들은 혹평을 쏟아냈다. 인천의 역사적 장소들은 특별한 문맥 없이 이어 붙어 소개됐고, 결정적으로 성화봉송 주자 이영애에게 모든 이목이 집중 돼 한류 스타들의 잔치로 마무리됐다며 뭇매를 맞았다.


글 박소연

2016.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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