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의 미신들 현혹될까, 말까

[컬처]by 맥스무비

대부분의 영화 촬영장에서는 크랭크인 전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고사를 지낸다. 그러면 영화가 대박나냐고? 아무도 모른다. 근거는 없지만 안 지키면 찝찝한 촬영장의 미신들.

 

S제작사 대표

"우리는 고사를 지내는 대신 촬영 전 모든 스태프가 극장에 모여 한명씩 돌아가면서 인사를 나눈다. 고사를 지내면 서로 인사하고 알아갈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팀워크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물론 괜히 찝찝한 마음에 반드시 고사를 지내려는 사람도 있다. 과거에는 재미난 귀신 에피소드들이 많았는데, 솔직히 요새는 제작 여건이 각박해서 그런지 그런 미신들조차 사라지는 추세다."

 

T제작사 대표

"고사 지내는 비용만 몇백만 원 들기 때문에 사실 건너뛰고 싶지만, 꼭 지내긴 한다. 괜히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고사 안 지내서 그렇다는 말 들을까봐. 10년 전만 해도 무조건 절을 해야 했다. 한 주연배우의 매니저가 당시에 업계 최초로 절을 안 하고 기도를 했다가 호되게 욕을 먹은 적 있다. 그래서 결국 다시 절을 했다지. 요새 고사를 지낼 때는 자유롭게 절을 해도 되고, 기도를 해도 된다."

 

B제작사 대표

"어떤 현장에서는 사고가 너무 많이 나서 ‘이거라도 해보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촬영 중간에 고사를 한 번 더 지낸 팀이 있다더라. 그래도 요즘 대부분의 제작자들은 미신보다는 과학적인 요인들을 더 많이 생각한다. 장마철이나 태풍, 눈 등 기상악화를 피하기 위해서다. 현장에서는 일단 사고가 안 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스태프의 안전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K 촬영 감독

"세트장 천장에 설치된 조명바에 귀신이 보이면 영화가 흥한다는 속설이 있다."

촬영 중에 비가 살짝 왔다가 그치면 대박 난다는 속설이 있다. 촬영을 못할 정도의 폭우가 아니라 잠깐 스치는 정도로만.

 

음식 소품을 먹으면 3년간 재수가 없다.

 

총알이 없는 빈 총 소품에 저격 당하면 재수가 없다.

 

감독, 제작자, 주연배우 등은 개봉을 앞두고 장례식장에 가면 안 된다.

 

동물과 아기가 주연인 작품은 잘해봐야 본전이다.

 

촬영장에 불이 나거나 불씨가 있으면 대박 난다. <명량>(2014)과 <최종병기 활>(2011) 역시 불씨가 있었기 때문에 잘 됐다는 농담을 하기도.

이건 실화다

실화1. 양수리 세트장에 귀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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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곡성' 공식 홈페이지

<곡성>의 최차원 조감독이 직접 밝힌 에피소드다. 양수리 세트장에서 평소처럼 촬영이 진행되던 중, 의상 팀장이 갑자기 천장을 가리키며 “왜 저것만 흔들리지?”라고 물었다. 천장 위에 달린 수많은 조명등 중 구석에 있는 등 하나만 유독 좌우로 흔들렸던 것. 현장에 있던 스태프 모두 귀신이 아니냐는 농담을 던졌고, 그 자리에 있던 스틸팀 스태프 한 명이 바로 천장에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한참 후 스틸팀이 그때 찍은 사진을 전체 스태프에게 공개했는데, 흔들리는 조명 뒤로 희미한 사람의 형상이 나타나 모두 깜짝 놀랐다고. 촬영장에 귀신이 나오면 영화가 대박 난다는 속설이 있기에 다 같이 신기한 마음으로 사진을 돌려봤다고 한다.

 

실화2. 영화 보다가 살(殺) 맞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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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촬영장은 귀신 출몰 외에도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에피소드가 유독 많았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살을 날리는 굿 신은 나홍진 감독이 일반 굿을 재구성해 만들어낸 허구 의식인데, 아무리 허구라고 해도 나쁜 기운이 서릴까봐 촬영장에 실제 무속인들이 자리했다. 이 장면에 출연하는 악사와 수행자들은 모두 실제 무속인이다.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곡성>의 초기 시사 때 극장에 무속인들이 배석했다는 것이다. 나홍진 감독은 “살은 실제 화살처럼 쏘아지고, 그 기운이 반사되는 성질이 있다고 한다. 살 굿 장면을 영화에서 보여주는 건 처음이었고, 무속인들도 살 굿의 기운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초기 상영 때 혹시 모를 사고를 막고자 극장 곳곳에 그들을 안전요원처럼 배석시켰다”고 설명했다.

 

실화3. 워너브러더스가 퇴마사를 부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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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1일 오전 6시 45분 <컨저링2>의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기 전, 캘리포니아 버뱅크에 위치한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 부지 스테이지4에 퇴마사 스티븐 산체즈 신부가 나타났다. 산체즈 신부는 ‘컨저링’ 시리즈의 실제 모델인 로레인 워렌의 친구이자 천주교의 정식 승인을 받은 퇴마사다. 그는 세트장 곳곳에 성수를 뿌리며 유령을 내쫓는 의식을 벌였는데, 이는 제임스 완 감독의 신중한 성격 때문이었다. 제임스 완 감독은 최근 한국을 찾아 “스테이지4는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 중에서도 유령이 깃들어 있는 장소로 유명하다. 과거에 그곳에서 일한 사람의 영혼이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그런 곳에서 악령을 소재로 한 영화를 찍어야 하니까, 웬만하면 신중하려고 했다”는 축성의 이유를 밝혔다.

미끼인 듯, 미끼 아닌, 미끼 같은 괴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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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 떠도는 각종 미신에 따라 촬영을 진행하는 경우는 실제로 거의 없다. 제작자와 스태프에게 중요한 것은 미신이 아닌 협업과 안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배우와 스태프가 촬영 전 고사를 지내는 것 역시 별 탈 없이 크랭크업하기를 바라는 일종의 기원과 기도의 의미를 갖는다. 터무니없는 것 같은 촬영장 괴담이 종종 새어 나오는 것은 대중의 관심을 끌어오고, ‘대박난다’는 징조로 스태프의 기운을 돋우기 위함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모든 괴담과 미신을 사기로 단정짓기도 하지만, 사실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해서 사실이 아닌 것도 아니다. 사고 없이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다면, 그래서 조금이나마 영화의 성공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굳이 찝찝한 마음을 안고 갈 이유는 없는 것이다. 괴담의 진실 여부보다는 어떻게든 영화를 잘 만들어보겠다는 영화인들의 간절한 바람을 느끼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닐까.

 

글. 차지수

201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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