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조이는 VR 세상, 대한민국은 규제 천국

[테크]by 박민우
차이나조이는 VR 세상, 대한민국은

얼마 전 “차이나조이로 보는 중국 VR 시장”이라는 주제로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적이 있다. 패널들이 대부분 VR, 게임에 관련된 전문가였고, 차이나조이 2016 방문을 통해서 그들이 느낀 점에 대해서 간단한 발표와 생각들을 나누는 패널 토의 행사였다. 마침 패널들이 거의 지인 또는 구면인 분들이어서 토크콘서트 이후에 사석에서 패널들과 별도의 시간을 통해서 다양한 정보들을 공유하였는데, VR, 게임-중국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생각들을 정리해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차이나조이 … 대륙의 규모는 남다르다.

2004년 1월 중국 베이징에서 차이나조이 첫 전시회가 개최되었고, 2005년부터는 매년 7월에 상하이에서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7년밖에 안 된 신생 게임쇼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시작하면 다른가 보다. 단기간에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했다. E3, 게임스컴(GamesCom), 도쿄게임쇼 등 더 유명한 게임 전시회가 많이 있지만, 차이나조이는 그들만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특히 B2B 분야의 경쟁력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제 명실상부 세계 3대 게임쇼라고 부를만하다.


“언제부터 중국이 게임 강국이었지?”라고 생각해보면 라이엇게임즈와 슈퍼셀을 인수하면서 단숨에 세계적인 게임 기업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그동안 중국에 온라인 게임을 수출하였고, IP 문제로 분쟁이 잦았던 중국이지만 어느새 멀찌감치 달아나는 느낌이다.

정부도 기업도 닥치고 VR

중국은 정부고 기업이고 모두 VR에 올인하는 느낌이다. HMD 같은 하드웨어부터 VR 콘텐츠까지 글로벌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그들만의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가장 큰 경쟁력은 우리나라와 달리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엄밀히 말하면 자유롭다기보다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규제는 산업의 성장에 따라서 풀어야 할 숙제이지, 규제 때문에 산업의 성장이 방해받지 않는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사상에 더 근접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강남역 근처에 VR방 하나 오픈하는데도 수많은 규제의 잡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차이나조이는 VR 세상, 대한민국은

VR 콘텐츠 vs. 360도 VR 영상

VR 대중화를 위해서는 방송이나 영상 콘텐츠의 활성화가 더 중요하다. 유튜브에 수많은 360도 VR 영상들이 올라와 있고, 국내에서도 360도 VR 기반의 CF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대중화가 될 만한 수준의 양은 아니다. 콘텐츠의 양이 디바이스 구매를 촉진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디바이스가 충분해야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창작자가 늘어나게 될 테니 결국 어느 한쪽에서 촉매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생태계가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게임으로 대변되는 VR/AR 콘텐츠 분야는 버티컬 마켓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특히 기존 PC 기반의 다양한 게임들이 VR 기반으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포켓몬고 열풍으로 AR 게임도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콘텐츠 시장은 게임과 성인물이 주도할 것으로 보이며, 머지않은 시간 내에 글로벌 생태계에 충분히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조이를 참관한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중국의 VR 기업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어트렉션을 만들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개발한 저가의 (또는 짝퉁의) HMD 디바이스를 통해서 쉽게 대중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샤오미와 같은 전략으로 저가형 디바이스로 매스 마켓을 이끈다면 추후 콘텐츠를 유통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로 대표되는 중국 인터넷 기업들도 VR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지 않는다. 한때 게임 IP의 강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중국시장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생각조차 든다.

VR 게임 시장과 기술력

중국이 게임과 VR 산업에서 이렇게 올인할 수 있는 근거는 결국 내수시장의 규모다. 작년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222억 달러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으며, 글로벌 시장의 25%를 차지할 정도다. 샤오미처럼 굳이 글로벌 시장을 노리지 않아도 충분한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의 텐센트는 ‘리그 오프 레전드’로 유명한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한 이후 최근에는 ‘클래시 오프 클랜’으로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 1위를 차지한 슈퍼셀을 약 10조에 인수하면서 게임 IP와 기술력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미국, 일본, 한국이 게임 회사들이 차이나조이에 부스를 만들고 중국인들에게 어필하고자 노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중국이 VR 게임 시장에 강국이 되는 건 자명해졌다. 한때 중국은 한국 게임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중국 게임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VR 게임 시장이 활성화되면 우리나라의 게임 업체들의 경쟁력은 더 약해질 것이다.

 

어쩌면 게임이나 콘텐츠 시장을 포기하고, 한류로 대변되는 영상 분야에 집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특히 규제에 대한 신속한 대처가 없다면 사실상 게임, 콘텐츠 시장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점차 갈라파고스 증후군에 빠져 세계 시장에서 낙오되고 있다.

 

VR-게임-중국 이야기를 하면서 가슴이 답답해진다. 

201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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