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

[테크]by 박민우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인공지능 트렌드 때문인지 최근에 알고리즘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훌륭한 알고리즘이 뛰어난 인공지능의 성능을 보장해 준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사전적인 의미로 알고리즘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명확하게 정의된 규칙과 절차를 의미한다. 알고리즘이 인공지능 기술에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마법사는 아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발달로 인해 하드웨어 인프라 성능이 놀랍게 향상되었고, 덕분에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도 급상승하게 되었다.


인공지능 서비스는 B2C 분야에서 상품화에도 성공했다. 바야흐로 인공지능 컨슈머 시대가 되었다. 아마존, 구글 뿐만 아니라 국내 통신사들도 인공지능 제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발표한 2013년~2017년도까지의 지능형 SW시장 규모 추산 자료를 바탕으로 KT경제경영연구소에서 재산정한 결과, 국내 인공지능 시장 규모는 2020년까지 약 11.1조 원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은 “AI-First”를 외치며, 구글의 모든 서비스가 인공지능과 결합되어 사용자에게 보다 높은 가치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

구글 검색 정확도를 향상시킬 인공지능 랭크브레인(RankBrain) 소개 이미지

과거에도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다. 많은 작업 분야에서 인간을 대신해 줄 것처럼 믿었지만, 현재의 놀라운 결과를 얻는 데는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현재의 인공지능 수준은 과도기를 넘어서 대중화 단계에 와 있다. 뿐만 아니라 그 발전 속도도 가속이 붙은 상태다.

 

일상 생활 곳곳에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사용자들은 아무런 거부감없이 이런 서비스를 받아들이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 =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에 수많은 실업자들을 양산되었다. 문제는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복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시 성장하고 있지만, 고용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의 모럴해저드로 시작된 금융위기는 금융권의 시스템의 효율화와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의 등장으로 고용없이 성장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세계 역사상 고용이 증가되지 않는 경제 성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2010년 이후 경제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고용이 증가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4차산업혁명에서 자주 언급되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공유경제, 핀테크 기술들이 상용화되면서 일자리 창출을 막고 있다. 더 정확하게는 노동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이 줄어들고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근로자는 인공지능 엔지니어다. 그 다음은 머신러닝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순이다. 연봉과 상관없이 인재만 있다면 무조건 채용하겠다는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기업의 비정형화된 데이터를 대상으로 머신러닝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충분한 엔지니어 수와 시간이 주어진다면 수년 내에 기업에 최적화된 알고리즘과 이를 활용하기 위한 API가 완성될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알고리즘을 통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또 다시 많은 학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세돌을 이긴 딥마인드가 수 천만번의 바둑 학습을 통해서 최고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어떤 분야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학습데이터의 양과 질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다. 아마존의 “알렉사(Alexa)”와 구글의 검색이 얼마나 많은 학습을 통해서 인공지능을 향상시켰는지 짐작해 볼만한 일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한 “학습 데이터(Training Data)”를 만드는 작업은 결국 사람이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비지도학습 기반의 머신러닝도 존재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ROI 측면에서 학습데이터를 수집하고 분류하는 비용이 더 저렴하다) 수백만 건 또는 수천만 건의 방대한 데이터를 사람이 일일이 분류하고 학습에 필요한 결과를 입력해 주어야한다. 사진 자동 인식을 위한 인공지능을 만들고 싶다면 학습용 사진 이미지 위에 "이것은 사람, 이것은 고양이, 이것은 가방” 이런 식으로 위치를 알려주는 라벨링과 사물의 이름을 입력해주는 태깅이라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인공지능을 위한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이런 단순 반복작업을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일찌감치 아마존은 온라인 상으로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을 개발하여 2005년부터 사용하고 있다. 구글도 검색 결과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유사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투브의 900만건 동영상, 이미지넷의 1400만건 사진들에 대해서 온라인 크라우드소싱을 통해서 태깅 작업을 수행하였다고 한다. 여기에 투입된 인력만 약 5만명으로 추정된다.

다음은 아마존을 포함한 다양한 크라우드소싱 플랫폼들이다.

(1) Amazon Mechanical Tu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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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아마존에서 시작한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으로 “Artificial Artificial Intelligence”를 지향한다. 작업자 수는 50만명이 넘고, 대부분 30세 미만 75%의 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일하는 온라인 작업자를 “터커(Tucker)라고 부른다.

 

(2) Crowd Fl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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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가 알고리즘보다 중요하다”라는 모토로 2007년 12월에 설립된 데이터 마이닝 및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기업이다. 2011년 기준으로 작업자 수가 150만명을 넘었으며, 미국 내 주요 IT 기업들이 고객이다. 2011년까지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이 1,600만불(한화 180억) 이다.

 

(3) Mighty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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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데이터 생산을 위한 DaaS(Data as a Service) 플랫폼”으로 경쟁사 중에서 가장 최근인 2014년 12월에 설립되었다. 50만명 작업 수 중에 30세 미만 미국인이 90%를 차지한다. 설립 후 2년동안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이 2,400만불(한화 270억) 이다. 

 

시간이 지나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사람의 수는 점차적으로 줄어들게 될 것이다. 

 

기존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달리 인공지능은 특정 수준 이상이 되면 학습만으로 스스로 최적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별도의 엔지니어 도움이 많이 필요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에게 필요한 건 학습 데이터를 꾸준히 생산해서 더 지능을 높여주는 일만 남게 된다. 

 

자연스럽게 높은 연봉의 인공지능 엔지니어들의 수는 줄어들게 되고, 학습데이터를 생산하는 저가의 노동자의 수는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온라인 크라우드소싱 기반으로 지역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확대될 것이기 때문에 고용의 수는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같이 시간당 또는 작업 건당으로 비용을 지급받게 되는 지식 노동자의 수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공유경제로 대표되는 O2O 환경에서도 유사하다. “우버” 덕분에 비정규직 운전기사 수만 늘어났으며, 이런 현상은 사회적 이슈로 거론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고용의 양은 줄어들지 않겠지만, 고용의 질은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한 것인지, 1984년 애플의 매킨토시 광고에서 보았던 모습이 오버랩된다. 

인공지능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

빅브라더(당시엔 IBM이었는데, 지금도 IBM이 될 가능성이 높다)에게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근로자들을 애플의 전사(?)가 해방시켜준다는 짧은 CF다. 심지어 이 CF를 거장 “리들리 스콧”이 제작하였다.

 

이 CF가 나온 지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CF 속에 등장하는 근로자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미래를 걱정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인공지능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증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우울한 미래다. 

2017.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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